가죽가죽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좋아지는 소재가 있다면 가죽. 내 손때가 묻고, 세월이 묻고, 나만의 것이 되어가는 느낌이 좋다. 다만 걸리는 것이라면 이것이 윤리적 소비인가에 대한 고민인데.. 나는 이 모든 걸 내려놓을 정도로 단순하게 훌륭한 사람은 아니라서 반드시 안 사고 안 써야하는가까지는  잘 모르겠고, 뭐 하나라도 살 때는 정말정말 신중하게, 산 이후에는 아끼고 사랑해주는 것으로 1단계 할랍니다. *-.-*

 

 

 

1. MIDORI, Traveller's Note

 

 

2008년 10월에 산 이후로 아직까지 쓰고 있는 다이어리. 일본 문구사인 미도리의 제품으로 traveller's note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어떤 레스토랑에서는 메뉴판 껍데기로 쓰기도 하더라. 처음 샀을때 사진인데 이땐 정말 기름기가 자르르~ 해서 솜털이 뽀송뽀송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6년째 쓰다보니 반질반질해지고 수많은 스크래치가 났지만, 가죽왁스 한번 묻혀서 싹 닦으면 또 깨끗해진다. :-)

사진 찍어놓고 보니 또 한 번 닦을때가 되었군.

 

크롬 무두질이 아닌 식물성 탄닌 무두질만 한 가죽이라고 하는데 정확힌 모르겠지만 크롬은 중금속이지. 몸에도 안 좋을 것이고, 환경오염도 있을것이고. 아마도 베지터블 가죽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식물성 재료로 가공처리를 해서 그렇게 부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

 

두껍고 촉촉한 가죽이라 튼튼하다. 속지만 몇 번을 갈아가며 쓰고 있다. 미도리 속지는 종이질이 좋아 어떤 펜을 써도 필기감이 좋다. 애초 컨셉은 말 그대로 이 안에 티켓도 붙이고, 여행기록도 작성하고, 팬시하게 꾸미기도 하고 그런거겠지만 난 그런거 없음요. ㅋㅋ 오로지 날짜쓰고 그 날 해야할 리스트 작성하고 지우는 식으로만 쓴다.

 

 

 

예를 들면 이렇게. ㅋ

 

 

 

2. CONSTANT STUDIO, Business Card Wallet

 

 

2012년 8월부터 써오고 있는 지갑이다. 국내 공방 제품인데 패키지부터 섬세하게 신경 쓴 티가 역력히 난다. 받는 순간 오오?  했었다. ㅋ 지폐넣어다니는 반지갑, 카드전용지갑, 동전지갑 요렇게 세개를 들고 다녔었는데

그게 너무 귀찮아서 이 지갑 이후로 현금은 아예 들고다니지 않게 되었다.

 

 

 ㅋ. 지금은 색깔이 워낙 많이 변해버려서 이게 이런 색깔이었던 걸 나도 잊고 있었네. 옆에 PELLE 어쩌구써있는 종이는 베라펠레인가 뭐 그런, 일종의 가죽보증서 같은 건데 토스카나의 가죽 조합(?) 그런 곳의 탄닌무두질한 가죽을 품질보증하는 자부심의 표현이다. 이 가죽은 뷰테로 가죽이라는 건데 단단하고, 손에 감기는 느낌이 좋다.

 

 

옆면은 가장 단단한 나무라는 흑단(Ebony)으로 되어 있는데 원래 명함지갑으로 나온 이 제품을 애초부터 카드지갑으로 쓸 생각이었기 때문에 흑단부분을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넓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런 세부적인 사항도 잘 받아주고, 고마워요. 잘 쓰고 있어요. 번창하길 바랍니다. :-)

  

 

지금은... 요렇게 변했다 :-)

 

 

비도 맞았고, 손때도 묻었고, 가방이며 손톱이며 여기저기 긁혀서 아주 묘한 색깔이 됐다. ㅋ

 

 

뚜껑을 열면 과거의 흔적이 조금 남아있긴 하다. ㅋ

주로 쓰는 카드이다보니 그때나 지금이나 맨 첫장은 똑같구나.

 

 

 

3. TANZO. 삼각동전지갑

 

이건 새 식구.  마트 갈 때나, 예정에 없던 코인락커 이용 혹은 물 사마시고 싶을 때 -_-  동전은 없고 카드 결제 하기는 미안한 금액이라 걍 포기할 때가 있어서 아무래도 동전 지갑은 하나 있어야 겠다 싶어 새로 장만했다.

 

 

이것도 TANZO 라는 국내 공방 제품이다. 공방은 합정역 근처에 있음요.

 

역시 위의 카드지갑과 같은 뷰테로 가죽인데 두께는 그보다 좀 얇다. 손바닥 보증서도 없었고, 패키지도 없이 그냥 부직포 팩에 넣어 스티커를 붙여서 제품에 비해서는 심각하게 큰 쇼핑백에 담아주었다.

 

솔직히 나야 바로 쓸 생각이었기 때문에 그냥 폴리비닐백에 넣어서 줘도 상관없었고 아무 포장 없이 백에 넣어도 상관은 없었지만, 내가 선물용으로 사는 거면 어쩌려고? 매장에 직접 가서 살 때는 물건을 받고 돈을 주는 것 이상의 사람과 사람이 면대면으로 만나는 지점이 있다. 걱정할 입장은 아니다만. 좋은 제품에 비해 부족한 애티튜드에 실망.

 

 

브랜드 네임이나 각인은 선명하고 예쁘다. TANZO라는 이름은 참 좋은데. 나 같으면 이걸 더 살릴 것 같은데 말이지. 내가 오너라면 저 똑딱단추를 바꿀 것 같아요. TANZO 라고 위 아래 원형 각인 되어 있는 걸로. 그리고 좀 더 뻔떡뻔떡한 금색으로. 아니면 앤틱한 도금으로. 저기가 손이 가장 많이 닿는 곳이고 첫인상인데. 좋은 걸로.

 

 

펼치면 걍 평행사변형 한 장이에욤.

 

 

지금은 이렇게 사진을 찍어놓았지만. 이건 몇 년 후 또 어떤 색깔로 변해있을까.

이것도 걍 갈색으로 변해있을랑가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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