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가 or 장서가

 

 

그러니까 20대에는 나도 내가 장서가타입인 줄 알았었다. 그리고 장서가의 꿈을 꾸었었다.

 

 

이런 걸 생각한거지.

그러나 진짜 장서가들은 이렇지 않다.

 

 

 

이런 사람들이다.

책을 위해 집을 사고 이사를 가고, 지하실을 만드는 사람들.

사진은 존스홉킨스 대학 교수의 개인 서재.

 

 

학생이었던 때와 학생이었던 때 사이. 학교도서관에서 도서대출카드에 내 이름 써넣는 낙으로 살던 때와, 학교도서관에서 내 카드로 세 권 빌리고도 아쉬워, 다른 애 카드로 몇 권 더 빌려 집에 들고 가던 시기의 사이에 나는 책을 많이 사들였다. 그런데 그걸 다 읽었냐 하면 그게 안 되더라. 내 흥미는 책을 읽는 속도보다 빠르게 이동했고, 집에 쟁여둔 책은 나중에 읽어도 될 책으로 분류되어 나는 마치 잡은 고기에게 먹이를 주지 않는 나쁜 남자처럼 새 책을 또 탐내게 되더라.

 

분명 당장 읽고 싶어서 산 책들인데도 불구하고 한 다섯권 쌓아놓으면 영 손이 안 가는 책이 있고, 손이 빨리 가는 책이 있고 그렇더란 말이다. 이게 몇 번 반복되면 어느새 1년, 2년동안 책등만 내보이며 책장에 인테리어처럼 자리하는 책이 늘어갔다. 지식에도 유통기한이 있어 이쯤 되면 처음에 흥미를 가져 사둔 책은 영영 읽지 않을 책이 되어 버리기도 했다. 그것들은 나에게 어떤 뿌듯함도 두근거림도 주지 못했다.

 

그렇게 나는 내가 장서가 타입이 아니란 걸 빨리 깨달았고, 어느 날 결심을 하고 책을 팔아치웠다. 대략 2005년쯤이었던 것 같은데 책장 3개 분량의 책을 헌책방에 팔아치웠고, 알라딘 중고서점이 생긴 이후에는(온라인서점이 먼저 생겼다) 택배로 보내 팔았고, 오프라인 점이 생긴 이후에는 종로나 강남역 나갈때마다 네다섯권씩 들고 나가 팔고 있다.

 

최종 목표는 갖고 있는 책을 5~10권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다.

지금은 40권쯤으로 줄였다. 오늘 남은 책들 중 7~8권쯤 책을 마음먹고 버렸고, 내일 10권쯤 내다 팔 생각이다.

이것도 악보와 잡지, 만화책, 학습관련 서적은 제외하고 센 숫자라 그런 것들까지 처리하려면 아직 멀었다.

악보만 남기고 그런것들도 다 없앨 생각이다.

 

쭈욱 도서관을 이용하고 있다.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 상호대차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서 A도서관에 있는 책을 B도서관으로 요청해서 빌릴 수도 있다. 인기있는 신간은 예약을 걸어두면 문자로 알려주고. 도서관별로 5권씩을 빌릴 수 있으니 10권 15권도 빌릴 수 있다. 또 책을 빌려놓으면 대출기한의 압박이 있으니 아무래도 어떻게든 짬을 내서 책을 읽게 된다. 게다가 대출기한을 넘기면 문자가 맨날 온다. 지금도 문자가 며칠째 오고 있다. ㅋㅋㅋ 아무래도 요즘 일이 한참 바쁜 시즌이다 보니 책을 읽을 시간이 없었다. 오늘 짬을 내어 두 권을 열심히 달렸으니 내일 부끄럽고 수줍게 반납하고 와야지 ㅠㅠ

 

 

그러니까 나는 이런 괴로움은 겪을 일이 없다. 오히려 책이 쌓여있으면 숙제가 있는 것 같은 압박감으로 괴로움을 느끼는 타입인 것 같으니까. 그러니 아마 책을 수집할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그렇지만 수집가는 언제나 얼마간의 동경을 담아 바라보게 되는 존재들이다.

 

이유는 아직 모르겠다. 그들의 열정때문인건지, 100%가 아니면 0%라는 그 완벽주의 때문인건지. 뭔지 모를 병멋이 있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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