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820 용산국립중앙박물관

나는 스트레스가 쌓여 아..이러다 돌아버리겠구나 싶을 때는 자정작용에 들어간다. 때로 그건 과식이기도 하고, 어쩔때는 독서나 음악이기도 하고 혹은 산책일 때도 있다. 뭔가 일대일대응의 매커니즘이 있는 것 같긴 한데 정확하게 어떤 경우에 어떤 건지는 잘 모르겠고 그때그때 이거다-싶은 대로 움직인다. 평소에 나름 자제하고 정리된 삶을 사는데 에너지를 쏟고 있으므로 그 정도의 방종이나 일탈은 정신건강에 좋다고 믿는다.

 

파일들을 정리하다가 2010년 8월에도 혼자 중앙박물관을 돌아다닌 사진을 발견했다. 한참 보고 있자니 이 날이 생각난다. 왜 갔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왜 난 이 날 이 곳에 갔을까?

 

 

 

계단을 올라가면 탁 트인 전경이 보인다. 그래서 이 계단을 올라갈 때는 정상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등산객의 심정으로 오르게 된다. 그림이 그려진 저 계단은 늘 올라가지 않다가 혼자 온 김에 저기도 가보자 싶어 올라갔었으나 보이는 뷰가 철거 후의 애매하게 남은, 그러니까 도시재계획에 실패한 용산을 보여주는 터라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의 심정은 그랬다. 아니 대체 이렇게 방치할거면 왜 그 난리를 쳐가면서 한 거야?

 

 

박물관 안은 시원하고 쾌적했고, 어린 휴먼들도 가방메고 아장아장

 

 

달밤의 매화 라는 제목의 그림. 저 때를 벗겨내고 나면 어떤 모습의 그림이었을까.

 

 

이 날은 서예실에 들어가서 실컷 구경을 했었는데 족자고 액자고 간에 글자 많이 써있는 작품들을 뛰어넘어 이 다섯글자 몽유도원도 글씨는 참 조형적으로 아름답다. 그러면서도 글자 한 자 한 자 어쩌면 저렇게 뜻과 일치하는 모양을 하고 있을까. 기가 막히는구나.

 

 

작게 보이는 사람들이 장자끄상뻬의 그림같았던 모습. 이 날은 좀 작정하고 사진을 찍어서 여기서 찍고 반대편으로도 가서 또 한 컷 찍었다. 꽤 자주 가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냥 눈으로만 보고 딱히 사진을 찍은 적은 없어서 이 날은 꼭 사진을 찍겠다고 출발 전부터 마음을 먹었었다.

 

 

어디를 찍어도 사진은 그림이 된다. 8월이라 녹색이 푸르다.

 

 

슬렁슬렁 조용하고 한적한 시간대에 그곳을 느긋하게 돌아다니다가 마지막에 다다르는 곳은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이 있는 곳이다. 가끔은 78호가 나와있을 때도 있고 가끔은 83호가 나와있을때도 있는데 누가 나와있어도 괜찮다. 78호보다는 83호를 조금 더 좋아하긴 하는데 등판은 78호가 자주 하는것 같다.

 

 

 

이 날은 83호님이 나오셨다. 여기에 오면 아무도 없기를 바란다. 그럼 의자에 앉아 내내 바라보다가 한 바퀴 돌면서 구석구석을 바라보고 또 감탄하다가 다시 의자에 앉아 내내 바라본다. 작은 방에는 한 고대인의 모습을 한 무엇과 나만 앉아 시간을 보낸다. 그러고 나면 속에 쌓인 무언가가 내려가는 것도 같고, 날아가는 것도 같고, 흩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광배를 찍은거 같은데 누구의 광배인지는 모르겠다.

 

 

벽은 적당히 가리고 적당히 보여주며 액자의 기능을 한다.

 

 

우주선이라도 내려올 것 같은 천장.

 

 

밖을 나와 동부이촌동 C4로 갔다. 케익이나 타르트를 사 가서 먹어야지. 아... 이 사진을 보니 이 날 엄청 더웠던 기억이 난다. 정말 더워서 C4로 들어간 순간 에어컨의 시원한 바람을 기대했었지. 그런데 별로 시원하지도 않았고, 조용하지도 않았던 것으로 기억.

 

 

사진찍어도 되나요? 하고 물어보고 마음 놓고 찍는 중. 슈는 그냥 찍은 거고 사진 않았다.

 

 

좋아하는 크레이프. 한 겹 한 겹 벗겨서 돌돌 말아 먹어도 맛있고, 포크로 잘라 먹어도 맛있고. 크레이프 좋아요~

 

 

바나나 타르트, 평소에 바나나는 과일로 안 치고 곡물로 분류할 정도로 안좋아하는데 땡기는 게 딱히 없었나보다. 이걸 사는 모험을 한 걸 보면.

 

 

블루베리 크레이프를 샀었군. 그렇다면 아마 그냥 밀 크레이프를 살 걸 하고 후회했겠어. ㅋ

 

타르트는 괜찮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 날 이후 C4를 굳이 다시 찾아간 기억이 없는 걸 보면 그렇게까지 인상적인 맛은 아니었나보다.

 

사진을 보니 새삼스럽게 느끼는데 여름은 정말 좋은 계절이다. 옷도 가볍고, 몸도 가볍고, 훌쩍 나가서 돌아다니기 정말 좋아. 이렇게 겨울 끝무렵이 되면 모든 것이 무겁다. 더께가 내려앉은 기분이라 어서 날이 따뜻해졌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가을 겨울은 예쁜 옷이 많아서 좋아하는데 그것도 한 두달이지. 여름은 반바지를 실컷 입을 수 있어서 좋아. 반바지에 슬립온 슈즈 하나 신으면 어디라도 갈 수 있다. 그래도 올해는 작년 겨울에 비해서 눈도 적게 오고 날도 덜 추워서 좋았지. 마음이 벌써 겨울이 다 지난것처럼 봄을 기다린다. 경험상 3월까지는 겨울이나 다름없는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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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임무는 탈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책 표지 봐라. 저질 싸구려 가이드북 흉내낸 일러스트 하며 좀비 표정하며 ㅋㅋ

World War Z를 쓴 맥스 브룩스의 책이다. 이 책이 좀 더 먼저 나온걸로 알고 있는데 설정이 좀 안맞는 것도 있어욤. 맥스 브룩스는 SNL의 작가였기도 했다. 그런 이력답게 개그감을 꾹꾹 눌러 담아 만든 설정집이다. 어찌나 진지하게 썼는지 아...진짜 살아남으려면 빗물정화용 알약과 비상식량, 무전기, 언제든 챙겨나갈 수 있는 배낭, 그리고 좀비의 뇌를 바로 가격할 수 있는 무기를 챙겨야겠구나. 라는 생각을 할...수도 있다. -_- 하지마 -_-;;;

 

나는 이런 생각하는 걸 좋아하는데 이런 생각을 끝간데 없이 하면 이런 걸출한 설정픽션이 나올 수도 있구나. 하여간 뭐든지 창작자들은 생각의 고삐를 풀어놓는 사람들이다. 그래야 뭐가 나와도 나오지. ㅋ 보통 나는 잠자기 전에나 생각하다가 쿨쿨 곯아떨어지는데.

 

결국 이 책은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1) 도망치기

(2) 공격과 방어

(3) 살아남

 

 

(1) 도망치기

피해야 할 장소와 가야 할 장소로 나누어 볼 수 있겠다. 일단 집이건 사무실이건 학교건 2층 이상의 건물이라면 출입구를 봉쇄하고 계단을 부수고 엘리베이터는 멈추게 한 다음 1층을 비우고 고층으로 올라가기. 좀비들은 계단을 부수어 놓으면 잘 못 기어오르니까. 보통 공포영화라면 무조건 집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2층으로 올라가면 대부분 큰일나요.;;;

 

피해야 할 장소로는 병원, 경찰서, 대형 마트, 교회 등이 있다. 영드 spooks에도 나오지만 전염병에서 최악인 장소는 병원이다. 왜냐면 뭔가 심상치 않은 증상을 보이는 사람은 원인이 밝혀지기 전에는 가까운 병원으로 실려가기 마련이고, 거기서 확산되니까. 시체들이 일어날때도 마찬가지다. 물린 사람들도 병원으로, 시체들도 병원으로. 벌떡. 벌떡.

 

그럼 가야 할 장소는 어디냐. 고층아파트 안에서 영원히 숨죽인채 살아갈 수는 없으니까 계속 2차 피난처를 찾아가야 한다. 뭐 어디든 안전한 곳은 없지만 굳이 말하자면 극지방? ㅋㅋㅋ 아니면 무인도?

 

(2) 공격과 방어

공격과 방어는 뭐 무기별로 서술이 되어있으니까 간단히 말하자면 좀비에게 붙잡힐 정도로 치렁치렁한 옷은 곤란하다. 몸에 딱 붙으면서도 피부를 모두 보호할 수 있는, 활동이 편한 옷과 뛰기 좋은 신발을 착용해야 하는 건 당연. 또 좀비에게 끄잡혔다가는 골로 갈 수 있는 머리카락 따위는 3cm이하로 잘라야 한다. 갑옷이 유용할 거라는 건 착각. 무거워서 도망치기만 어렵고 어차피 좀비에게는 뚜껑따기 어려워서 그렇지 통조림일 뿐이다. ㅋㅋ

 

공격과 방어를 위해서는 평소부터 살을 빼고 근육보다는 심폐위주의 운동으로 장거리 이동에 적합한몸을 만들어놓을 필요가 있다.  인원은 셋이 좋아욤. 혼자서는 안전보장, 불침번, 정찰 등의 일을 감당할 수가 없으니까.

 

이동수단은 자전거를 추천하는데 왜냐하면 자동차는 엔진소리가 시끄러워서 좀비떼를 몰고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연료가 떨어졌을 때 보충하기도 어렵고. 오히려 자동차는 피리부는 사나이처럼 공격용으로는 쓸 수 있다. 한 사람이 시끄럽게 자동차를 몰고 가면서,  속도는 딱 좀비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할 만큼으로 몰면 뒤에서 스나이퍼들이 맨 뒷줄의 좀비부터 처치하면 된다. 좀비들은 어차피 앞만 보고 시끄러운 자동차를 쫓아가느라 뒤에서 좀비들이 하나둘씩 쓰러지고 있어도 모른다. ㅋㅋ

 

(3) 살아가기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있게 지내는 것! 긍정적인 마음 가짐으로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 나 뿐 아니라 나와 함께 살아남은 사람들이 절망이나 환각, 망상에 시달리지 않도록 건강한 정신을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오락 시간도 가져야 하고, 보드게임 같은 것도 하고 좀비 귀에 들리지 않을 정도의 소음으로 즐겁게 노는 것이 중요하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공부하는 것. 쓸모 있는 것은 모두 알아내서 익혀두어야 한다. 일행들이 분업을 하면 더욱 좋다. 좀비가 싹 쓸어버린 새 땅에서는 경작도 새로 해야 할 것이고, 식물과 약물에 대한 지식도 필요할 것이고 심하게는 문명을 새로 건설해야 할 수도 있다. -_-

 

 

얼마나 잘 속이느냐. 오로지 독자를 속이기 위해서 설정을 쌓고 쌓아 디테일을 촘촘하게 박아서 잘 만들어놓을수록 좋은 픽션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책 끝까지 읽다보면 네이버 지식인에 좀비가 진짜 있나요? 이런 질문 할 수 있으니 자기가 생각했을떄 아.. 난 좀 정신이 산란한 사람이야 싶다거나 덜 여물었다 싶은 사람은 읽지 마시길. 괜히 후유증 생겨서 생수 주문하고 배낭 챙기는 정도면 뭐 조심해서 나쁠건 없는데 그 이상 할까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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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소스 버섯 파스타

 

육개월에 한 번 해 먹을까말까한 DIY 시간 ㅋㅋㅋ

 

직접 해먹는거, 직접 만드는 걸 엄청 싫어합니다. 일단은 귀찮고, 두번째는 직접 한 것의 퀄리티에 만족할 정도라면 시간을 들여야 하고, 망친 프로토타입들을 참아내야 되는데 그게 싫어요. ㅋ 특히 요리 같은 경우엔 실제 먹을 양보다 많이 사야 하기 때문에 재료가 남는 게 무엇보다 싫다. 이건 내가 주부가 아니니 어쩔 수 없다.

 

어디 가서 자랑 못할 성격이지만 효율성을 중시하는 성격인거지 -_- 첫 술에 배불러야 되고 -_-;;

그래도 오늘은 합니다. 토마토 파스타.

 

 

찰토마토도 없고 그나마 있는 토마토가 별로 상태가 안좋길래 대추토마토를 샀어욤. 그릇은 엄마취향. 본인은 꽃무늬를 안좋아라합니다. 대추토마토를 끓는 물에 10초간 데쳐서(진짜로 숫자를 10 세고 있음) 껍질을 홀랑 벗겨냈지욤.

 

 

 

올리브유를 두 숟갈 정도 두르고 대충 퍽퍽 친 마늘 다섯개를 중불에 볶아 기름에 마늘향이 나게 한 다음 대충대충 숭덩숭덩 썬 양파를 넣고 살살 볶아서 숨이 죽게 만들어욤. 그 후에 홀랑 깐 대추토마토 20개를 넣고 뭉근해질랑말랑 할 때 병소스를 반 병 정도 들이부었어욤. ㅋㅋㅋ 하지만 다음에는 시판용 소스를 굳이 쓰지 않아도 될 듯요. 걍 마늘, 양파, 바질이랑 오레가노 듬뿍 넣고 뭉근뭉근 끓이겠어욤. 어쨌든 오늘은 바질을 한 스푼 정도 뿌리고 부글부글 꿀룽꿀룽해질때까지 둡니다. 그리고 대추토마토는 으깨서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퍽퍽퍽

 

 

 

버섯은 대개 환장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사랑하는 것은 느타리 ㅠㅠ 아아 느타리. 그 통통한 버섯대는 정말 느무 맛있다 ㅠㅠ 하지만 이건 느타리가 아니라 머쉬마루? 신품종이라고 나왔길래 사봤는데 오오 맛있다. 역시 올리브유를 한숟갈 팬에 두르고 마늘 두 조각 정도 살살 달구면서 향을 내고 버섯은 반 갈라 구웠다. 살짝 구우면 버섯의 그 쥬이시한 즙이 통통한 조직사이에 가득 차올라오면서 씹을 때마다 아아아아아아아 ㅠ_ㅠ

 

보통 레스토랑은 토마토소스건 크림소스건 소스에 빠져있는 버섯을 건져먹어야 하는데 대부분은 소스제조단계부터 넣고 끓이니까 그렇겠지욤. 그리고 썰지 않아도 되도록 가느다란 버섯을 사용하다보니 향이 없다. 건져먹으면서도 이런 향도 맛도 빠진 기생생물 같으니 ㅠㅠ 하며 아쉬웠는데 직접 만들면 조금 귀찮거나 수고롭거나 못생긴 건 참을 수 있으니까. 아~아~ DIY하면 이런 장점은 이써욤.

 

먹기전에 한 번, 씹을 때 또 한 번 향이 타고 올라와 너무 맛이써 ㅠㅠ 정말 울면서 먹었다. 원래는 토핑으로 올릴 생각이었지만 구우면서 1/3은 입으로. 엄마가 냉장고에 갑오징어가 있는데 넣을테냐? 라고 꼬셨으나 아뇽아뇽. 오늘의 메인은 단언컨대 버섯입니당.

 

면은 알 덴테보다 조금 덜 삶기게 한 다음 소스에 넣고 같이 볶았어욤. 완성샷은 없음요. 왜 때문이죠?  *-.-*

 

사실 토마토 파스타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밖에 나가면 먹는 일이 손에 꼽히는데. 해먹으니 맛있구낭. 다음엔 알리오 에 올리오를 해 먹어야겠다. :-) 그리고 봄이 되면 화분에 바질 씨앗을 뿌려야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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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가죽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좋아지는 소재가 있다면 가죽. 내 손때가 묻고, 세월이 묻고, 나만의 것이 되어가는 느낌이 좋다. 다만 걸리는 것이라면 이것이 윤리적 소비인가에 대한 고민인데.. 나는 이 모든 걸 내려놓을 정도로 단순하게 훌륭한 사람은 아니라서 반드시 안 사고 안 써야하는가까지는  잘 모르겠고, 뭐 하나라도 살 때는 정말정말 신중하게, 산 이후에는 아끼고 사랑해주는 것으로 1단계 할랍니다. *-.-*

 

 

 

1. MIDORI, Traveller's Note

 

 

2008년 10월에 산 이후로 아직까지 쓰고 있는 다이어리. 일본 문구사인 미도리의 제품으로 traveller's note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어떤 레스토랑에서는 메뉴판 껍데기로 쓰기도 하더라. 처음 샀을때 사진인데 이땐 정말 기름기가 자르르~ 해서 솜털이 뽀송뽀송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6년째 쓰다보니 반질반질해지고 수많은 스크래치가 났지만, 가죽왁스 한번 묻혀서 싹 닦으면 또 깨끗해진다. :-)

사진 찍어놓고 보니 또 한 번 닦을때가 되었군.

 

크롬 무두질이 아닌 식물성 탄닌 무두질만 한 가죽이라고 하는데 정확힌 모르겠지만 크롬은 중금속이지. 몸에도 안 좋을 것이고, 환경오염도 있을것이고. 아마도 베지터블 가죽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식물성 재료로 가공처리를 해서 그렇게 부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

 

두껍고 촉촉한 가죽이라 튼튼하다. 속지만 몇 번을 갈아가며 쓰고 있다. 미도리 속지는 종이질이 좋아 어떤 펜을 써도 필기감이 좋다. 애초 컨셉은 말 그대로 이 안에 티켓도 붙이고, 여행기록도 작성하고, 팬시하게 꾸미기도 하고 그런거겠지만 난 그런거 없음요. ㅋㅋ 오로지 날짜쓰고 그 날 해야할 리스트 작성하고 지우는 식으로만 쓴다.

 

 

 

예를 들면 이렇게. ㅋ

 

 

 

2. CONSTANT STUDIO, Business Card Wallet

 

 

2012년 8월부터 써오고 있는 지갑이다. 국내 공방 제품인데 패키지부터 섬세하게 신경 쓴 티가 역력히 난다. 받는 순간 오오?  했었다. ㅋ 지폐넣어다니는 반지갑, 카드전용지갑, 동전지갑 요렇게 세개를 들고 다녔었는데

그게 너무 귀찮아서 이 지갑 이후로 현금은 아예 들고다니지 않게 되었다.

 

 

 ㅋ. 지금은 색깔이 워낙 많이 변해버려서 이게 이런 색깔이었던 걸 나도 잊고 있었네. 옆에 PELLE 어쩌구써있는 종이는 베라펠레인가 뭐 그런, 일종의 가죽보증서 같은 건데 토스카나의 가죽 조합(?) 그런 곳의 탄닌무두질한 가죽을 품질보증하는 자부심의 표현이다. 이 가죽은 뷰테로 가죽이라는 건데 단단하고, 손에 감기는 느낌이 좋다.

 

 

옆면은 가장 단단한 나무라는 흑단(Ebony)으로 되어 있는데 원래 명함지갑으로 나온 이 제품을 애초부터 카드지갑으로 쓸 생각이었기 때문에 흑단부분을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넓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런 세부적인 사항도 잘 받아주고, 고마워요. 잘 쓰고 있어요. 번창하길 바랍니다. :-)

  

 

지금은... 요렇게 변했다 :-)

 

 

비도 맞았고, 손때도 묻었고, 가방이며 손톱이며 여기저기 긁혀서 아주 묘한 색깔이 됐다. ㅋ

 

 

뚜껑을 열면 과거의 흔적이 조금 남아있긴 하다. ㅋ

주로 쓰는 카드이다보니 그때나 지금이나 맨 첫장은 똑같구나.

 

 

 

3. TANZO. 삼각동전지갑

 

이건 새 식구.  마트 갈 때나, 예정에 없던 코인락커 이용 혹은 물 사마시고 싶을 때 -_-  동전은 없고 카드 결제 하기는 미안한 금액이라 걍 포기할 때가 있어서 아무래도 동전 지갑은 하나 있어야 겠다 싶어 새로 장만했다.

 

 

이것도 TANZO 라는 국내 공방 제품이다. 공방은 합정역 근처에 있음요.

 

역시 위의 카드지갑과 같은 뷰테로 가죽인데 두께는 그보다 좀 얇다. 손바닥 보증서도 없었고, 패키지도 없이 그냥 부직포 팩에 넣어 스티커를 붙여서 제품에 비해서는 심각하게 큰 쇼핑백에 담아주었다.

 

솔직히 나야 바로 쓸 생각이었기 때문에 그냥 폴리비닐백에 넣어서 줘도 상관없었고 아무 포장 없이 백에 넣어도 상관은 없었지만, 내가 선물용으로 사는 거면 어쩌려고? 매장에 직접 가서 살 때는 물건을 받고 돈을 주는 것 이상의 사람과 사람이 면대면으로 만나는 지점이 있다. 걱정할 입장은 아니다만. 좋은 제품에 비해 부족한 애티튜드에 실망.

 

 

브랜드 네임이나 각인은 선명하고 예쁘다. TANZO라는 이름은 참 좋은데. 나 같으면 이걸 더 살릴 것 같은데 말이지. 내가 오너라면 저 똑딱단추를 바꿀 것 같아요. TANZO 라고 위 아래 원형 각인 되어 있는 걸로. 그리고 좀 더 뻔떡뻔떡한 금색으로. 아니면 앤틱한 도금으로. 저기가 손이 가장 많이 닿는 곳이고 첫인상인데. 좋은 걸로.

 

 

펼치면 걍 평행사변형 한 장이에욤.

 

 

지금은 이렇게 사진을 찍어놓았지만. 이건 몇 년 후 또 어떤 색깔로 변해있을까.

이것도 걍 갈색으로 변해있을랑가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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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정말 몰랐었네

 

 

 

당연히 인마(x) 임마(o) 라고 생각했는데

기자가 틀렸겠어? 라는 생각 반.

아..놔.. 기자가 이런 걸 틀려 생각 반.

 

 

검색해보니...내가 틀렸다 ㅠㅠ

인마가 맞단다.

인마는 이놈아의 준말.

그렇군요. 그렇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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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른인가

 

 

 

 

전국을 들었다놨다 한 드라마를 이제야 완주했다. 칠봉이파였던 나는 칠봉이가 아니라는 것을 안 순간 걍 흥미가 똑! 떨어져서 드라마를 접었었다. 사실 애초에 드라마를 볼 때도 칠봉이 나오는 부분만 띄엄띄엄. 말 그대로 발췌해서 봤었던 터라 드라마의 전체적인 흐름에는 영~ 관심이 없었다.

 

나는 그동안 누누히 내 20대를 90년대에 살았다는 것을 행운이자 자부심으로 느껴왔었다. 한국현대사를 통틀어 처음으로 사회에 책임을 느끼지 않아도 됐던 세대. 고맙게도 이전 세대가 피로 쟁취해놓은 민주와 자유라는 차양아래 좀 편히 쉬어도 됐(다고 착각 했)던 세대. 밀려들던 자유.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는 과도기. 일본 문화, 미국 문화가 슬금슬금 거리를 좁혀와 손을 뻗으면 잡을 수도 있다는 게 새로웠고, 신기했다. 그 이후의 시간들을 여태 살고있지만 90년대는 정말 정신적으로, 문화적으로 풍요로웠다. 지금처럼 아무거나 마구마구 널려있는 시대가 아니라 좋은 것들부터 들어오는 시대였던 것도 같다. 그 시대를 살면서 내 작은 그릇에 하나라도 더 담아보려고 미친듯이 읽고, 보고 느끼려고 했었다. 그러기엔 주변에 길도 없었고, 이정표도 없어서 뭐 하나 제대로 한 건 없는 것 같고. 정작 그 시기에 해야할 것은 놓친 채 인생을 빙빙 돌아 살게 됐지만.

 

이들의 이십대가 나의 이십대였고, 이들의 90년대가 나의 90년대와 같아서 드라마를 차마 각 잡고 진지하게 볼 수가 없었다. 드라마를 보는 게 그냥 보는 게 아니라 자꾸 내 이십대를 헤집는 것 같아서, 그래서 드라마는 일부러 건너뛰고 매력적인 캐릭터에 몰빵했는지도 모르겠다. 에피소드는 그럴싸하게 모두가 거쳐왔던 길에서 나던 냄새를 풍기며 기억을 자극하고 있지만 막상 저 주인공들은 엄청나게 치열하게 순간순간을 살아냈어야만 가능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걸 내가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겠지. 저런 캐릭터들로만 둘러싸여있는 인생도 드물고. 저들의 90년대는 나의 90년대와 유사하지만 나의 이십대는 저들의 이십대와 같지 않다.

 

내 이십대는 그렇게 뽀샤시하고 아름답고 정겹기만 한 시절이 아니었다. 세상은 넘쳐나는데 비해 나는 너무 작았고, 몰랐고, 아무것도 손에 쥔 게 없었다. 낯설고, 힘들었고, 앞이 보이지 않았고, 나는 늘 내 자리가 아닌 곳에 꽂혀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 판은 내 판이 아닌 것만 같았다. 매뉴얼도 없고, 표지판도 없고, 경고등도 없었다. 여기는 내가 있을 곳이 아닌데, 그럼 어떻게 빠져나가야 되는건지, 어디로 가야 맞는 건지. 여기 저기 헤매고 부딪치고 너덜너덜 헤지는 느낌이 들었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아련함보단 쓰림이, 후회가, 가슴을 치는 일이 더 많다. 되돌아보면 그림이 꽉 차있다기보다는 여기 저기 엉성한 조합에다가 그마저도 구멍이 뻥뻥 뚫린.

 

말만 들어도 솜털이 뽀송대는 이십대는 애저녁에 훅 지나가버렸고 나는 이제 삼십대다. 어른인가 하면 모르겠다. 어른의 삶을 살고는 있는데, 진짜 어른인가 하면 정말 잘 모르겠다. 나는 삼십대가 정말 좋은데, 살 수 있는 시기를 고를 수만 있다면 평생 삼십대로 살고 싶은데 얼척없는 소리고.

 

잉여잉여 보내고 있는 이 휴가기간중에도 참 번뇌가 많다. 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그냥그냥 사는 거 말고, 후회없이 잘. 자~~알 살아볼라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미 살고 있는데도 계속해서 삶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니 -_- 참... 답도 없다. 그래도 더 잉여잉여하게 보내면서 가닥을 잘 잡아야겠다. 사십대 된 다음에 '삼십대는 기억하고 싶지 않다. 후회로 점철된 인생이었다- '요딴 소리 하지 않으려면.

 

아직 현실세계로 돌아가려면 시간 여유가 조금은 남았다. 마저 잉여잉여 해댈 생각이다. 제대로 아주 미친듯이 널부러져 정신을 채치고 다져서 헤쳐놓아야 뭔가 가닥이 잡힐 것 같다. 잘 살아야지. 잘 삽시다. 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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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나는 어떤 책을 얼마나 읽었나.

 

2012/12/31 - [Ex Libris] - 2012년, 나는 어떤 책을 얼마나 읽었나.

2012/01/26 - [Ex Libris] - 2011년, 나는 어떤 책을 얼마나 읽었나.
2010/12/31 - [Ex Libris] - 2010년, 나는 어떤 책을 얼마나 읽었나.
2009/12/31 - [Ex Libris] - 2009년, 나는 어떤 책을 얼마나 읽었나.
2009/01/22 - [Ex Libris] - 2008년, 나는 어떤 책을 얼마나 읽었나.

 

 

[경제]

01. 경제민주화를 말하다/노엄 촘스키, 조지프 스타글리치 외

 

[에세이]

02. 콜렉터/이우일

03.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무라카미 하루키    

04. 국경없는 괴짜들/ 신창범       

 

[소설]

05. 나생문 외/아쿠타가와 류노스케

06. 라쇼몽/아쿠타가와 류노스케

07. 세계대전Z/맥스 브룩스

08. 괜찮아요 리락쿠마/콘도우 아키

09. 우리 이웃의 범죄/미야베 미유키

10. 심야치유식당/하시현

11. 해변의 카프카 (상)/무라카미 하루키

12. 해변의 카프카 (하)/무라카미 하루키

13.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이수진

14. 파이이야기/얀 마텔

15.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박민규

16.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무라카미 하루키

17. 모피아/우석훈

18. 무국적요리/루시드폴

 

[역사]

19. 조선왕조실록 1-개국편/박시백

20. 조선왕조실록 2-태조.정종실록/박시백

21. 조선의 가족, 천개의 표정/이순구

22. 조선왕조실록 3-태종실록/박시백

23. 조선왕조실록 4-세종.문종실록/박시백

 

[사회]

24. 삼성을 생각한다/김용철

25. 달려라 정봉주/정봉주

26. 와주테이의 박쥐들/이동형

27. 골목사장 분투기/강도현

28. 언더그라운드/무라카미 하루키

 

[건축]

29. 구본준의 마음을 품은 집/구본준

30. 고친 집, 새로 지은 집/성정아

31. 별난 기자 본본, 우리 건축에 푹 빠지다/구본준

  

[문화]

32. 에티켓을 먹고 매너를 입어라/손일락

33. 미각의 제국/황교익

 

[잡지]

34~67. 매거진M  vol.9~vol.42

68~94. 시사인 277호~303호

 

 

 

2013년이 시작하던 날, 세 가지 목표를 세웠다. 그 중 한 가지가 책 80권 읽기였는데 그거 하나 꼴랑 지켰다. 무슨 내용이었는지, 책을 일고 내가 과연 얼마나 컸고 얼마나 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좋았던 책과 시간이 아까웠던 책은 지금 제목만 슥 훑어봐도 알겠다. 알게 모르게 내 영혼에, 내 인성에, 내 가치관에 흔적으로 남았으리라 믿으련다.

 

올해 읽은 책 중에 가장 나를 가슴뛰게 했던 책은 구본준의 마음을 품은 집이었다. 한 때 건축가가 되고 싶어했었던 나는 이런 저런 이유로, 혹은 운이 따라주지 않아 결국 그 길을 가지 못했는데 아니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는 왜 나는 다른 길은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건축이 좋다면 꼭 건축물을 만드는 것만이 건축일이 아닌데. 이렇게 다른 길로 간 사람이 있는데. 나의 우매함을 비로소 느끼고 쓴 입맛을 다셨다. 뭐, 어쨌든 나는 현재의 나로 있으니 그걸로 됐다. 나중에 좋은 건축주가 되어야지~ :-)

 

또 한편으로는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이 글을 써야지. 라는 생각에 내가 감히 글을 쓰는 일을 업으로 하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재미로 판단하자면 world war Z 가 가장 재미있었다. 올해 읽은 소설 중에 잘 쓰여진 소설로 치자면 일등이다. 인터뷰로만 구성되어 있는 형식이면서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 같은 사건에 대한 여러 가지 시각을 구성했다. 그런 면에서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가 순례를 떠난 해는 술술 읽긴 했어도 이건 좀 아니라고 본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태엽감는 새 이후 자기복제를 반복하고 있다. 단순히 단편을 늘려 장편을 만들고, 장편에서 스핀오프처럼 단편을 뽑아내는 식이 아니라 혹은 같은 주제로 다양한 변주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이걸 뭐라고 해야 돼.

 

이래저래 가장 무거웠던 것은 시사iN이다. 다루고 있는 기사의 성격상 마음의 무게도 무거웠고,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에 늘 마음 한 구석이 얹힌 듯 불편했다. 잡지라고 말하기 뭐하도록, 얇은 두께에도 불구하고 담고 있는 내용은 감탄에 감탄이라 읽어치운다는 마음으로 읽지 않도록 경계하며 매 한 호 한 호를 씹어먹듯이 읽었다. 제법 바빴고(감히 말하기 부끄럽지만) 그 와중에도 열심히 읽으려고 노력했지만 여전히 2013년 7월 중순것부터 쌓여있다. 연말에 정기구독을 다시 해달라는 요청전화에 나도 모르게 싸늘한 목소리로 응답이 나간 것은 내가 읽을 것들이 쌓여있기 때문이지 신문끊을라는 자세가 아니랑께요. 당연히 정기구독 합니다. 이건 내가 정기구독을 해주는 입장이 아니라, 부디 계속해서 잡지를 내주세요 -_- 열심히 읽을테니까.

 

올해는 아직 새해 결심 3가지를 하지 못했다. 앞으로도 꼭 새해에는 결심 3가지씩을 하고, 그것만큼은 꼭 지키려고 노력할 셈인데 (결심이란, 지켰다는 결과보다는 지키려고 노력하는데 의의가 있다) 독서에 관련된 것을 넣을지 말지 고민했다. 독서가 의무가 되는 것이 버겁기도 하지만, 꼴랑 이거 읽는 것 갖고 무게를 운운하는게 치욕-_-스럽기도 하고 당연히 이것의 몇 배 쯤은 읽고 싶은 것이 내 욕심인데 현실은 그걸 따라와주지 않으니. 그래서 올해는 다른 것을 좀 줄이려고 한다.

 

영화, 예능, 드라마, 다큐멘터리 하여간 모든 것을 통틀어 동영상은 하루에 딱 한 개씩만 보기. 그리고 나머지 시간은 최대한 독서로 돌리기. 2014년 목표 중 하나는 책 100권 읽기로 해보자. 가능하다면 읽고 씹어 소화한 것을 글의 형태로도 좀 남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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