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동안의 토요일.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정말 피곤했던 한 달이었다.

 

 

11월 5일 토요일. 중고생연대의 등장. 정말 멋있었다. 얘네가 등장하자 모두가 길을 비켜줬고, 교복을 입은 중고생들은 매우 예의바르게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며 지나가는데 정말 죄송함이 느껴져서 안 죄송해도 돼- 라고 대꾸했다. 집회에서 돌아가는 길에서는 역시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광화문 뒷골목에서 쓰레기종량제 봉투를 들고 청소하는 모습을 보았다. 집회 후 남은 쓰레기를 먼저 처리하는 본보기를 보인 건 단연코 중고생들이었다. 멋지다 우리나라 학생들.

 

 

내 앞을 지나간 한 남성. 저 실루엣 때문에 임산부 or 애기아빠의 인상으로 남아있지만 이 분 굉장히 젊으시다. 이 사진 찍을때 주변 모두 꺄악 꺄악 난리였다. 집회동안 곳곳에서 우리가 가진 힘은 여유와 유머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 날은 안국동부터 광화문 일대까지 차벽이 촘촘했다. 행진은 광화문부터 종로 3가까지 걸어갔는데 들어야 할 청와대가 듣지도 않는 거기서 퇴진구호를 외치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을 정도로 뜬금없는 경로의 거리행진이었다.

 

 

 

11월 12일 토요일. 세종문화회관 근처에 무대가 마련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광화문은 여전히 차벽이다. 이 날은 지방에서 올라오는 전세버스가 모두 매진되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빽빽하게 앉아있고 유명인사를 많이 본 날이기도 하다. 박원순 시장을 보았고, 노회찬 전 의원을 보았고, 표창원 의원도 보았다. 앞뒤로 많은 사람들로 다리를 펼 수가 없어서 집에 오니 고관절이 너무 아팠다. 내내 앉아있다가 너무 아프고 힘들어서 행진을 시작했다. 광화문 광장에서 시청까지 앉아있는 사람들이 전부가 아니었다. 모든 골목마다 사람들은 각자의 집회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내자동 로터리까지 행진했다. 내가 통인시장 기름떡볶이를 사러 가는 길, 광화문 폴앤폴리나에서 빵을 사는 그 익숙한 길이 차벽에 막혀있고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래도 지난주같은 뜬금없는 경로가 아니었다. 모두가 동시에 소리를 지르면 청와대까지 들리는 거리에서 행진을 하고 있었다.

 

건물 뒤 공간에서 아픈 골반과 고관절을 쉬고 있는데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오옷? 싶었으나 나만 알아보고 주변 사람들은 아무도 못알아보길래 이상하다 싶었는데 목소리 들으니 맞다. 인사하고 나면 그 이후에 앉아있는 상황이 너무 서로 뻘쭘할거 같아 내내 가만히 있다가 일어날때 다가가서 조용히 인사했다. "작가님. 팬입니다." 그러자 수줍게 몸을 반쯤 일으켜 아. 예. 라며 고개를 숙여 화답하셨다.

 

폐끼치지 않도록 작은 목소리로 인사하긴 했지만 그 이후에 주변에서 알아봤을지도. 그런데 정말 왜들 못알아보지? 무한도전에도 나오셨고, 그 모습 그대로인데??

 

다시 광화문광장을 지나 시청쪽으로 지나가는데 이승환이 노래하고 있었다.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바로 그 자리에 깔고 앉아서 조금 더 따라부르다가 일어났다. 중학교 2학년때부터 팬이었는데, 내가 그들의 가치관이나 정견을 기준으로 음악을 좋아하지 않았음에도 좋아했던 뮤지션들이 정치적으로 실망스럽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그랬다면 내 사람보는 눈에 절망했을 거야. 나뿐이 아니겠지. 또 한 명 떠오르는 뮤지션이 있었다. 살아있었으면 반드시 가장 먼저 저 무대에 섰을 사람.

 

집으로 돌아와 오마이티비, 팩트티비를 보니 차벽에서 대치중인 경찰과 시민의 모습이 보였다. 경찰차 위로 올라간 시민인지 쁘락치인지들에게 시민들은 비폭력!과 내려와!를 외쳤다. 그 목소리에 섞여 있는 감정은 울분이다. 그동안 쁘락치들에 의해 얼마나 많은 비폭력평화시위가 난도질당했었냔 말이지. 우리는 그게 음모론이 아니라는 걸 안다. 이제 우리가 절대다수다. 쁘락치들로 조작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11월 19일 토요일. 여전히 무대는 세종대왕상 앞, 세종문화회관 근처. 이 날은 주기상 컨디션 최악이었다. 생전 처음 보는 앉아 있던 사람들이 자기 앞의 빈 공간에 들어와 앉으라며 손짓해주어 앉았고, 뒤의 사람들이 일어나며 우린 지금 일어나니 이제 편하게 다리 뻗고 앉으라고 말해주었다. 주문했던 LED 촛불이 배송되어 처음으로 써봤는데 처음엔 밝아서 좋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밝기가 줄어들었다. LED가 아닌거군. 그냥 건전지 촛불인것으로. 그리고 따뜻하지도 않았다. 클래식이 정답이다. 다시 아날로그&오리지날 양초를 들어야 할지 고민해봐야겠다.

 

이 날은 몸상태가 워낙 안좋아 행진은 무리였다. 교보문고에 들렀다 나오는데 길에 전인권의 목소리가 말 그대로 거리에 '울려' 퍼졌다. 음은 사정없이 흔들리고, 말은 발음이 웅얼거려 무슨 말인지 알아들으려면 집중해야 하고 노래인지 외침인지 알 수 없는 독특한 목소리. 그런데 정말 독보적으로 감동적이더라. 나와 반대편으로 스쳐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며 걷고 있었다.

 

 

11월 26일 토요일. 비 소식이 있긴 했지만 눈이 올 줄이야. 커뮤니티들마다 힘 빼는 게시물들이 올라왔다. '이런 날씨엔 안나가는 게 답이다.', '오늘 사람 적겠네요.' 그 말이 빡쳐서 나갔다. 진짜 바람불면 꺼지고 날씨 궂으면 안 나오는게 촛불이라고 생각할 게 뻔한 그들의 표정을 생각하니 빡쳐서. 늘 이쯤에 앉았는데 이상하게 화면이 딜레이된다 싶더라니 저게 무대가 아니었다. 무대는 광화문 앞. 늘 무대가 있던 이 곳에는 대형화면이다. 집회 나올때마다 확장되는 것을 느낀다. 청와대가 가까워지고 있다.

 

건전지촛불은 필라멘트가 끊어졌는지 맛이 갔다. 급한대로 촛불앱을 다운받아서 들었다. 역시 아날로그가 답인가. 돈은 얼마 안하지만 이런 소모품을 또 사기가 싫어졌다. 정말 추웠다. 바람이 불고 코가 시리고 이런 게 아니라 젖은 바닥에서 한기가 올라오고 무릎이 시렸다. 붙이는 핫팩을 배에 붙여서 그나마 조금 버틸만 했는데 엉덩이가 차가워서 진심으로 내 내장기관들이 걱정됐다. 제발 알아들주시길. 잘못 찍힌 도장 한 번의 대가와 연대책임이 이렇게 큽니다 여러분.

 

이 날은 4시 행진하고 6시 문화제 시작이라 분위기가 영 어수선한것이 늦게 자리잡혀서 체감하는 사람수가 전혀 많게 느껴지지 않았다. 날씨탓인지 함성소리 메아리도 작게 느껴져서 사람이 얼마나 모였는지 걱정됐다. 이번 주는 150만 목표라 하더라. 그동안의 추세로 봐서는 200만도 될거라 예상했는데 왜 겸손하게 잡는거지 생각했었다. 그런데 날씨 때문에 100만도 안될까봐 걱정돼 통신사정으로 로딩되지 않는 뉴스를 계속 새로고침하며 들어가봤다. 다행히 160만을 넘었다고 한다.

 

처음으로 청운동 주민센터까지 행진이 허용되었다. 골목길로 돌아가지 않고 그냥 세종대왕상을 지나 광화문으로 직진했는데 뻥 뚫려있었다. 내자동 로터리를 지나 청운동쪽으로 행진했지만 너무 일찍 도착해서 사람들은 멀뚱멀뚱한 상태로 모여드는 중이었다. 밥먹으면서 티비를 보니 좀 늦게 대열이 정비되고 사람들이 질서있게 집회를 하고 있더라. 그 와중에 채널이 TV조선이길래 JTBC로 바꿔달라고 했다.

 

살면서 십년 단위로 생각해보니 시위도 많이 변했다. 화염병과 최루탄을 보았고 분신도 보았다. 미선이 효순이때 처음 촛불을 들었다. 그리고 이제 너무도 당연히 촛불과 함성, 행진이다. 평화시위. 비폭력집회는 계속되어야 한다. 이게 여러 번 반복되니까 긴가민가 했던 시민들이 가족단위로 나온다. 처음엔 무섭다고 위험할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집회에 나와도 시위에 참여해도 안전하다는 걸 느낀 사람들이 자기가 경험한만큼 점점 더 많이 주변 사람들을 데리고 동참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목소리가 백만이 넘게 모여 큰 흐름이 된다. 폭력시위는 얼핏 강할 것처럼 보이지만 공포와 두려움을 밑바탕에 깔고 있고 그 다음을 보장할 수 없게 만든다.

 

매주마다 변하는 행진 허용 범위를 보며 느낀다. 시민들이 나와서 서로 연대를 확인하며 성숙해가는것이 눈에 보인다. 이 성공경험은 투표로 뽑은 정치인이 아닌 우리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다. 이런 걸 한 번 경험하면 뒤로 퇴보하기도 쉽지 않다. 모든 국민은 자기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가진다는 걸 생각해봤을 때,  이 속도의 성장이면 희망을 가질 만하다. 물론 장기전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힘들어도 지치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우리는 다음날 웃으면서 회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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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피리와 마법종이 필요하다.

 

 

 

 

 

해마다 충성도들은 높았지만 올해 고객들은 유난히 열정적이어서, 지난주에 한번 디아나 담라우Diana Damrau버전을 보여주고 이번주에 다른 버전을 보여주었더니 이 맛이 아니라며 ㅋ, 아 이건 모자라다며 아쉬워하길래 다시 디아나 버전을 보여주었더니 역시 이 맛이라며, 이거라며 열광하는 통에 내가 다 듣고 싶어졌다.

 

취향은 달라도 레벨은 공통인가.

 

 

 

 

언젠가부터 음악을 통듣지 않았는데, 이유를 간단히 말하자면 뭐 다른 게 있겠나. 거의 모든 게 그렇듯이 우선순위가 밀린 것 뿐이다. 첫번째 원인은 당연히 워낙 들을 게 많아서다. 매일 쏟아지는 팟캐스트들도 다 소화해내기 버겁다. 게다가 나는 가요나 이지리스닝이 아니면 배경으로 밀어놓지도 못한다. 제법 집중해서 듣는 편이기 때문에 놓치면 놓친 부분부터 다시 듣는다. 두번째 원인은 에너지가 딸려서다. 출퇴근 시간같이 잠이 부족하고 휴식이 필요할 때는 단위가 짧고 집중력 필요없는 가요가 마음 편하다. 가사도 귀에 들리지 않고, 음악에 푹 빠질 이유도 없다. 그냥 당떨어졌을때 먹는 작은 캔디처럼 멍- 하게 뇌를 매우 약간, 예열해 놓는 거다.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음악이 듣고 싶어졌다. 늘 그렇듯이 바흐부터 쭉 눈으로 훑다가 몇 줄 내려갔다. 바흐부터 듣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오늘은 매직플룻이다. 서랍속에 쳐박혀있던 씨디플레이어를 꺼냈는데 씨디가 한없이 돈다. 마치 지금의 시국처럼 도무지 읽어내지 않고 내내 쳐돌리기만 한다. 아.... 아끼면 똥된다. 별로 아끼지도 않았지만. 렌즈가 맛이 간 모양이다. 하긴, 요즘같은 시대에 무슨 씨디플레이어냐. 별 수 없이 또 리핑을 한다.

 

 

 

 

다른 곡들은 아무리 못해도 두 개 이상의 버전으로 씨디를 갖고 있는데 마술피리도, 돈 지오반니도, 피가로의 결혼도 딱 하나씩만 갖고 있다. 이게 결정반이라고 생각해서 그랬던 듯. 묘하게도 더 이상 갖고 싶은 욕심도 안난다. 오페라에 워낙 관심이 없어서일수도. 왜 다시 음악이 들리는지는 모르겠다. 여유가 생긴건가, 힐링이 필요한건가. 아무튼 좋다. 마술피리는 다시 생각해도 스토리는 이게 뭔가 싶게 엉망진창이지만, 음악만큼은 아름답다.

 

새로 산 이어폰이 얼른 손에 들어왔으면 좋겠다. 더 선명하고 짜릿한 소리로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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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바스 알 아히요. Gambas al Ajillo

롯지팬을 사고 늘 스테이크만 구워먹다가 감바스 알 아히요를 만들었다. 애초에 롯지팬을 산 이유가 이거 해먹으려고 산 거였다. 막상 사고 보니 용도가 딱 들어 맞지는 않는 것 같아 베이비웍도 샀지만.



ver.1

무쇠팬의 놀라운 장점. 여전히 끓고 있다. 물론 그래봤자 올리브유라 이렇게 절절 끓는것 같이 보여도 다른 식용유 끓는것만큼 뜨겁지는 않다. 마지막까지 따뜻하게 먹을 수 있음. 말 그대로 살아있던 생새우로 만들다보니 머리까지 먹으려고 안뗐더니 너무 안예쁘다. 색깔도 벌겋고 새우깡 포장지에 그려있는 새우처럼 휘었다. 못생겼어. 못생긴 요리는 슬프다ㅠㅠ 하지만 맛은 기가 막힘. 냉동실에 있던 깡빠뉴를 데워 올려먹고, 뜨끈한 기름에 찍어 먹으니 기가 막히게 맛있어서 막 울면서 먹음 ㅋㅋㅋ 거기다가 새우 머리까지 넣었더니 오일이 엄청 고소하다.


하지만 못생겼어 ㅠㅠ 이건 아니야. 그래서 다시 해먹음 ㅋㅋㅋㅋ



ver.2 역시나 생새우로. 대신 이번엔 알맹이만 넣었다. 이렇게 해야 원하는 비주얼이 나오는구나. 엄빠용과 내 꺼 두 개를 동시에 해서 그랬나 너무 졸였네 ㅋ 기름이 너무 없어 ㅋㅋ 너무 맛있어서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었다. ver.1에서 마늘을 다져서 넣었더니 향도 좋고 맛도 좋았지만 비주얼이 지저분해지길래 이번엔 편으로 썰어넣음. 이거해먹으려고 바질 키웠는데 파스타 해먹고 카프레제 샐러드 해먹느라 다 뜯어먹었을 때라 조금밖에 안 남아서 빈약하다.

 


모히또도 한 잔 만들어 곁들임 ㅎ



ver.3 이건 엄빠용. 머리 몰빵했더니 기름이 붉다 ㅋㅋㅋ 새우향은 이쪽이 확실히 강하다. 난 새우향이 너무 강한것 보다는 적당히 조화된 게 좋고 기름이 맑고 깨끗한 느낌이 남아있는게 좋아 머리를 안넣는게 취향. 페페론치노를 너무 넣었는지 엄빠는 맵다고 하심. 곁들임 빵은 치아바타. 엄마가 귀찮다고 가위로 잘라서 압축된 상태다.



그리고 한 달 후, 또 해먹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ver.4 이 날은 정말 펄떡펄떡 뛰는 새우를 손질하느라 애먹었다. ㅠㅠ 자세하게 서술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잔인한 과정이었다. 그리고 기가 막히게 맛있었다. 빵은 깡빠뉴.

 

사진을 쭉 보니 새우를 많이 넣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오일을 좀 적게 넣는 경향이 있구나. 기름 남기는 걸 싫어해서 그렇긴 한데, 역시 새우가 잠길 듯 말 듯 해야 맞는 것 같다. 두 개를 동시에 하느라 바질도 너무 일찍 넣었군. 마지막에 넣어도 충분한데.

 

원래도 간단한 요리지만 이제는 손에 익어서 정말 기가 막히게 맛있게 할 수 있다.


직장 동료가 나혼자산다에서 박나래가 하는 걸 보고(난 못봤음) 간단한 버전으로 만들어 먹었다고 하는데 카놀라유를 써서 마늘이 다 탔다고 했다. 나는 이 요리는 정말 간단한만큼 제대로 재료를 써서 해먹기를 권하고 싶다. 그래봤자 필요한 건 올리브유, 새우, 페페론치노, 후추, 소금, 마늘, 바질이 끝이다. 이왕이면 올리브유는 엑스트라 버진으로, 새우는 생새우로, 후추는 분말말고 직접 갈아 쓰는 걸로, 바질은 생바질로 하기를. 기름의 특성상 재료의 수분은 보존해주고 향은 살려내 신선한 재료를 쓸 수록 재료가 뿜어내는 맛과 향의 조화가 기가 막힌다. 한번 바질이 떨어져 어쩔 수 없이 말린 바질과 섞어 썼는데 만족도가 확 떨어졌다. -_-

 

다만 후추는 높은 온도의 기름에 끓이거나 튀기면 발암물질이 나올 수 있다고 하니 조리가 끝난 후 넣는 것이 좋겠다.

 

 

+R.E.C.I.P.E+

 

1. 새우에 후추와 소금으로 밑간을 한다고 하는데 나는 나중에 간을 맞춘다. 그냥 이쑤시개로 새우 등 따고 배따서 내장인지 똥인지 깨끗하게 빼내고 준비. 예쁘게 하려면 머리 꼬리 다 떼야 동그랗게 예쁘게 말린다. 꼬리는 남겨둬도 괜찮다.

 

2. 올리브유를 적당량 부은 후, 중불로 해 두고 살짝 온도가 올라오면 편으로 썬 마늘과 페페론치노를 넣는다. 마늘은 다져서 넣어도 괜찮다. 어차피 다 먹는다. 페페론치노는 3~4개 정도면 적당. 3등분정도 잘라서 씨까지 넣는다.

 

3. 마늘주변이 지글지글해지면 타지않도록 약불로 줄이고 마늘향을 낸다. 마늘이 살짝 투명하게 익어가면 새우를 넣는다.

 

4.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맛을 본다.

 

5. 마무리로 생 바질을 넣는다. 파슬리보다는 바질이 내 취향. 그래도 파슬리 가루 같은 거 있으면 1T 정도 같이 넣는다.

 

끝.

 



롯지나 베이비웍이나 관리하기 어렵다고 하지만 난 이쪽 스타일이 잘 맞는듯, 어떤 요리를 해도 눌러붙은 적 없고, 관리도 귀찮지 않다. 오히려 요리해먹은 후에 깨끗이 닦아놓고 기름 먹여놓는 과정이 스트레스가 아니라 기분 좋아진다. 난 이쪽 스타일이 잘 맞는듯, 어떤 요리를 해도 눌러붙은 적 없고, 관리도 귀찮지 않다. 오히려 요리해먹은 후에 깨끗이 닦아놓고 기름 먹여놓는 과정이 즐겁다. 좋은 도구는 결과도, 과정도 즐겁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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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스부르에서 파리로

스트라스부르 대성당을 나와 이제 주변을 좀 둘러본다. 성당 앞에는 시즌에 맞게 크리스마스 상품들로 가득하다. 나는 이런 걸 사는 취미는 없으므로 그냥 눈으로 보지만 또 이렇게 어느새 1년이 지나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니 왜 이런 취미가 없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트리나 스노우볼 같은거 하나 샀으면 좋았잖아. 나는 여행 내내 무언가 기념이 될 만한 것을 사고 싶다-라는 생각을 한다. 여행지의 특색을 담은 것. 그러나 결국 그런 걸 좀처럼 사지 못한다.



이렇게 사진으로 보니 에펠탑 옆에 있는 빨간 트리가 예뻐보인다. 재질은 모르겠으나.


 

성당 앞에는 쿠키와 캔디를 파는 상점이 꽤 많았고, 맛을 보면 맛있는것도 알겠는데 여기가 마지막여행이 아니라 거의 출발점이다보니 여행 내내 뭘 들고 다닐 수가 없다. 그럴싸한 물건을 볼 때마다 머리속에 선물로 주고 싶은 사람들이 떠올랐지만 여행초반이라 모두 짐이라는 생각에 아무것도 사지 못했다. 결론적으로는 잘 한 일이었다. ㅋ 유럽여행에서는 꼭 필요한게 아니라면 선물은 마지막에.


 

 

사람들이 흔히 여행기념선물로 사오는 게 이 마그넷이라는 걸 잘 알고 있어서 계속해서 이것도 선물로 살까말까 내내 고민. 값도 싸고 부피도 작으니까, 여행지의 정서도 전달할 수 있을테고. 하지만 난 자석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데다가 엄청난 실물을 보고 아직 그 감동의 여운이 남아 있는 상태인데, 그 모습을 흉내낸 1유로짜리 자석을 보면 조잡하게만 느껴져 역시나 이것도 제낌. 그냥 사진으로만 남기기로 한다.

 


클레베르 광장의 동상 아래에는 사람들이 한동안 켜놨을법한

파리 테러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의 흔적이 남아있다.



꽃과 초. 각각의 불을 밝혔을때는 의미있었겠지만 전날 비가 왔기 때문에 지저분한 상태다.


 

우리는 스트라스부르역에 있는 PAUL에서 빵을 산다. 돌아다니는동안 들어가서 먹고 싶은 곳이 없으면 최후의 보루로 폴에서 빵을 사다 먹자고 했는데 결국 그렇게 됐다 ㅋ 이 사람들처럼 앉아서 먹지 않고 사서 호텔로 갔다. 쇼케이스도 찍었고 내가 산 빵도 찍었지만 하드가 날라가서 반은 날라가고 반은 복구되었다. 그래서 그 사진들은 없다. ㅋ


 

하나는 긴 바게뜨 샌드위치였는데 기가막히게 맛있었고, 다른 하나는 이거였다. ㅋ 둘 다 맛있었다. 다음에도 또 먹을 곳을 정하지 못한다면 이 곳을 보험으로 하자고 했으나, 이후로 만나는 수많은 PAUL들 중에 여기가 우리가 사먹은 유일한 PAUL이었다.

 

 

차를 끓여 빵과 맛있게 브런치를 먹고, 12시쯤 되니 체크아웃 독촉이 들어온다. 서둘러 짐을 챙기고 첫 체크아웃을 했다. 두시 반쯤 SNCF를 타고 파리로 가야해서 시간이 좀 남기 때문에 캐리어를 맡아달라고 부탁하고 우리는 스트라스부르 시가지를 더 돌기로 한다. 길거리에 있던 과일. 사먹을까 고민했으나 결국 사먹지 않음. 어찌나 알뜰하게 다녔는지 ㅋ 반짝반짝하는 사과가 조금 궁금했다. 

 

스트라스부르를 정말 지겹게 돌아다닌다. 두바퀴쯤 돌았나? 부지런히 걷고 열심히 보고 나니 이제 스트라스부르는 다시 오지 않아도 될 만큼 다 봤다 싶다. 여길 길게 잡지 않은 것이 아쉽지 않다. 대성당의 야경이 조금 궁금하긴 해도 야경이냐 새벽이냐 하면 우린 새벽이니까 매우 만족. 프랑크푸르트에서의 고난이 다 사라지는 곳이었다.

 


하도 오래되어 이게 어디인가 고민했지만 찍힌 시간대를 보아 Gare du Nord 역인듯. 빠리북(北)역. 도착하자마자 감격스러워서 사진 찍었을텐데 역시나 날라감 ㅋ 복구된게 다행이라 이것도 감지덕지했는데 포스팅하려다보니 많이 날라가긴 했구나. SNCF 표시가 저 멀리 보인다. 독일에서 넘어올때 고생했기 때문에 교통수단을 제 시간에 제대로 타는 것에 예민하게 신경쓰게 되었다. 이제 지하철로 갈아탄다.


 



서울지하철보다 조금 더 복잡한 파리지하철. 우리 숙소는 듀플레Dupleix역이기 때문에 환승을 해야한다. 하긴 저 노선에서 어디서 어딜가든 환승 안하기가 쉬울까.

 

노선도를 찬찬히 보니 샤틀레 라거나, 생 라자레 라거나, 생 폴 등등 한 번이라도 지나갔거나 내렸던 역은 모두 기억이 나고 반갑다. 이게 지나가거나 내려서라기보다는 지하철안에서 안내방송을 들었기 때문인 것 같다. 생소한 외국어가 문자와 함께 결합되어 음성으로 각인된 효과.

  

 

문제는 이거다. 욕나오는 계단. 에스컬레이터 그딴거 없다. 우리는 캐리어를 덜컹덜컹 끌기도 하고 번쩍번쩍 들기도 하며 열심히 내려간다. 여행자에겐 시간이 금이라. 조금이라도 빨리 숙소에 가고싶다. 농담아니라 그냥 계단에서 캐리어를 던져버리면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와우. 말로만 듣던 수동개폐. 혹시 못내리게 될까봐 다른 사람들 내릴때 어떻게 하는지 열심히 지켜봤으나 결국 도움을 받았다 ㅋ 저 레버를 위로 제끼면 뻑-푸슉- 하는 소리가 나면서 문이 열린다. 처음엔 헉- 하고 놀랐지만 엄청 익숙하게 하게 된다 ㅋ


Dupleix 역이다! 지금 기억으로는 한번 반대방향으로 갔다가 온거 같은데 오래되어 가물가물하다. 회전문처럼 돌아가는 출구Sortie도 신기하다. 나라마다 다른 지하철 출구방식. 역시 사진은 날라갔다.



역을 나와 지하철이 저 교각을 건너는 순간을 찍으려고 잠깐 멈춰서 몇번이나 찍었는데 ㅋ 성공했는데 사진이 날라갔는지, 이거 찍고 됐다 싶어 포기한건지 모르겠다. 지금 발견했는데 사진의 건물 지붕 위로 에펠탑의 맨 윗부분이 보인다 ㅋ 파리다 파리. 우리는 무사히 파리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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