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하 디지털피아노

작년에 한 소비 중 가장 잘한 것을 뽑으라면 연말에 산 디지털피아노 되시겠다 ㅋㅋㅋ


나는 거의 스트레스를 안 받는 편인데...그렇다고 스트레스에 강한 것은 아니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을 매우 싫어하기 때문에 밑작업에 공을 들이고 그럴만한 요인을 미리 차단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무언가가 목구멍까지 차오를때가 있다. 대개는 걷는 것만으로도, 어떤 때는 사람을 만나거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풀리지만 뭔가 다른 종류의 스트레스가 있는건지 아 피아노를 치고 싶다. 피아노피아노피아노 피아노 두 시간만 치면 풀릴 것 같은데 하는 날이 있다.


집의 업라이트는 몇 년 전에 팔아버렸고, 손에 닿는 피아노는 없고. (작년까지는 아쉬운대로 쓸 수 있는 게 직장에 있었다) 그럼 사야지 뭐. ㅎ 폭풍검색 후, 디지털 피아노에 대한 대략의 감을 잡고, 마침 그 다음 날 서울시향 베토벤합창 공연이라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예당앞의 야마하에 갔다. 각각의 모델별로 실컷 쳐보고, 설명도 듣고, 무엇보다 운이 좋았는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지금 팝업스토어로 한 5일간? 할인행사 중이니 꼭 가보시라길래 명함을 받고 내 전화번호를 적었다 (이름대면 할인 더 해줄 것같은 분위기를 폴폴 풍김-결과적으론 그런거 없었음 ㅋ).


결정해야 할 것은 두 가지. 

1. 모델-가격이 가격인지라 CLP-625, 635, 645 세 개 중에 고를 생각이었다. 그 상위 모델은 가격도 가격이지만 쳐 본 결과 엄청난 차이가 느껴지진 않는데 625, 635, 645단계에서는 눈에 띄는 레벨업이 있다.  

첫번째, 625는 10가지 음색 vs 635와 645는 36가지 음색. 특히 625는 LCD디스플레이 없음.

두번째, 625와 635는 인조 흑단 및 상아 건반 vs 645는 천연목 건반

세번째, 645부터는 블루투스 기능 탑재


2. 색상-로즈우드와, 화이트, 블랙 세가지 색상이고, PE가 있다. Polished Ebony. 즉 업라이트나 그랜드피아노와 똑같은 검은색 유광 도장으로 마무리된 것. 이 경우엔 가격이 모델별로 6~70만원까지 뛴다. 당연히 PE가 고급스럽다. 로즈우드/화이트/블랙은 실제로 보면 시트지마감 가구같은 느낌인데, 그냥 키보드 산다 치고 625의 시트지; 모델을 살 경우와, 못해도 10년은 칠 건데 그래도 재질을 생각해서 645를 살 거면....? 이왕 살거 PE를 사야지 싶고. 


마음은 이미 야마하로 정해졌지만 다음 날 집 근처의 영창매장에 들러 커즈와일과 비교해보고 다시 야마하 매장에 들러 마음을 굳힘. 그 길로 신세계 가서 쳐 보고, 한 바퀴 돌며, 마음을 정해 카드를 긁었다 ㅋ 645 PE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사진빨 잔뜩 받은 것으로 생각되는 로즈우드 모델. 사진은 당연히 우리집 아님.



이게 Polished Ebony. 실물 사진은 하도 온갖 것들이 반사되어 보여서 사진빨 안 받아 포기. 팝업스토어 행사가격+상품권행사+상품권신공을 부려서 결제변경. 등등으로 매우 좋은 가격에 득템하였다 ㅋㅋㅋㅋㅋㅋ 1월 초에 배송될 거라고 했으나 크리스마스 지나자마자 바로 배송되었고 배송팀이 그 자리에서 조립해준다.


가장 좋은 점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줄까봐 걱정하는 일 없이 실컷, 내가 치고 싶은 만큼 마음껏 칠 수 있다는 것. 어쿠스틱 피아노와 비교하면 디지털피아노는 피아노도 아니다-라는 사람들이 많던데, 아파트에 사는 이상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치는 소리가 누군가에게는 소음일거라는 생각에 연습을 아예 시작도 못하는 경우를 생각한다면 디지털피아노는 축복같은 옵션이다. 


사실 스마트폰이 엄청나게 세련된 인터페이스를 구축하고 있는데 비해 디지털피아노의 버튼이나, LCD창 같은건 매우매우 구려서 PCS ㅠㅠ 시대의 디바이스를 보는 느낌이다. 뒤로가기 버튼 누르고 아래화살표 눌러서 폴더 선택하는 것도 그렇고 ㅠㅠ 전자기기라고 생각하면 한숨이 나오지만 피아노라고 생각하면 매우 좋다. 10년 친다고 생각하고, 10년 뽕 뽑아먹을 정도로 실컷 친다면 아깝지 않은 가격, 그 때 가면 혁신적인 피아노가 또 나오겠지. 


커즈와일도 소리가 나쁘진 않았는데 야마하의 소리울림이 좀 더 예뻤고, 압도적으로 생긴게 이쁘다 ㅋ

625보다, 635보다 좋은 옵션인 건 그렇다치고, (그 옵션들을 과연 쓰긴 쓸건가도 엄청 고민함) 645의 PE모델을 굳이 살 필요가 있는가. 물론 PE가 예쁘긴 예쁘나, 이 가격차이를 감수하고도 살 만큼 예쁜 게 중요한가...를 이틀 동안 고민한 끝에 "예쁜 건 중요하다!" 라고 결론을 내린거라 후회도 없다. 오늘 아침에 치고 나니 새삼 잘 샀는데? 싶어. 12월이 지나 해도 바뀌었고 해서 가격을 검색해봤다. 다시 뿌듯해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는 한 달 정도가 지났으니 가격이 떨어져도 감가상각과 기회비용으로 퉁 쳐서 속쓰리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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