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의 마지막 밤과 16년의 첫 날을 스트라스부르에서

DB Bahn을 타고 하이델베르그에서 스트라스부르로 넘어간다.

한 번에 기차타고 슝 가면 얼마나 좋겠냐만 우리는 환승을 해야 한다.

 

 

 

 

하이델베르그에서 칼스루에로, 칼스루에에서 아펜바이어로, 아펜바이어에서 스트라스부르로.

가격은 둘이 합해 67.2유로

 

아... 잘할 수 있을까 걱정된다. 기차역이 어떻게 생겼는지 플랫폼과 플랫폼이 먼지 가까운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일단 하이델베르크 출발. 출발하기 전에 나는 물을 한 병 사고, E는 맥주를 한 캔 사서 기차 안에서 먹을 생각에 신났다 ㅋ 각 나라마다 빵을 먹어볼까 하는 생각도 했으나 독일 빵이 딱히 맛있어보이지 않아 관둠. 나는 각 나라의 물을, E는 각 나라의 맥주를 들고 사진을 찍자며 키득키득하고 여행의 설렘 모드로 기차안에서 별별 설정사진을 다 찍었다.

 

 

 

칼스루에 역에 무사히 도착해서 7번 플랫폼에서 아펜바이어 가는 열차를 기다리는데 전광판에 연착메시지가 뜬다. 예정보다 늦게 도착한단다. 그래서 그러려니 했다. 안내메시지가 들리지만 독일어고 바덴바덴에 관한 안내메시지다. 그런데 플랫폼에 사람들이 막 뭐라뭐라 하면서 하나둘씩 자리를 뜬다. 무슨 상황이지? 다른 교통편을 선택하는건가? 예정된 시각은 벌써 지나고,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도 기차는 오지 않는다. 이상하다. 어느새 플랫폼엔 우리 둘 밖에 없다. 역장도 없다. 물어볼 사람도 없고, 전광판엔 메시지도 없다. 뭐지?

 

아무래도 이상하다. 우린 스트라스부르로 가는 기차를 타야하는데. 사실상 스케줄대로면 벌써 도착했어야 했는데? 만약 아펜바이어에서 스트라스부르로 가는 기차를 놓친다면 오늘 스트라스부르에 잡아놓은 숙소까지 날라가는 수가 있다. 망했다; 이젠 더 기다리고 말고가 없다. 환승을 해야하는데 다음 기차가 아예 없다면 아펜바이어에 일단 간다해도 그게 더 망한 상황일 수도 있다.

 

 

 

칼스루에 역은 진짜 이상하게 생겼다 ㅋㅋㅋ 마치 영화에 나오는 우범지대처럼 플랫폼간의 연결계단에 아무도 없고 철망에 자전거들만 잔뜩 있고 다니는 사람들도 없고 하여간 분위기 으스스하다. 물론 그건 밤이었고, 아무도 없었고, 우리가 기다리던 기차가 안왔기 때문에 그렇게 느낀거지만 ㅋㅋㅋㅋ 지금 와서 생각하면 걍 보통 기차역이다 ㅋ 그리고 이 계단을 내려가도 어떤 부스도 안내센터도 없다. 뭐지 대체 이 역은? 나중에 알게 되지만 이 곳은 오로지 승강장으로 역 건물로 가려면 나가서 빙 둘러가야 한다. 그걸 모르던 상황의 나는 고민하다가 도저히 여기서 더 기다려서는 안 될것 같으니 E보고 이 역을 나가 물어보자- 며 캐리어 들고 저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한다 ㅋㅋㅋ 덜덜덜 끌고 빙빙빙 돌아가니 역의 정문이 보이고 information 센터가 있다. 그리고 뒤돌아 생각하면 이건 정말 잘한 결정이었고, 비교적 빠른 결단이었다 ㅋ

 

 

거기에 가서 예약확인서를 보여주며

 

-저기 뭐 좀 물어볼게. 이상한데 내 기차 스케줄이 이건데 아무리 기다려도 기차가 안 와. 왜 이러니?

-잠깐만. 확인 좀 해보고.

 (아무렇지도 않게)...응 기차스케줄이 바뀌었네.

 이 기차는 오지 않고 넌 바덴바덴으로 가는 열차를 타야 해.

 기다려봐. 새 스케줄을 뽑아줄게. 플랫폼 넘버는 이거고 시간은 이거야.

 

 

헐. 아까 그 바덴바덴 어쩌구가 그거임? 와... 내가 마냥 기다렸으면 어쨌을거임? 헐.........

물론 도저히 망한 상황이면 그냥 칼스루에 역 앞에 있는 호텔을 새로 잡을 생각을 하자고는 했었지만,

진짜 스트라스부르 숙소 날리고 칼스루에에서 하루 잘 뻔 했다. 야.... 인간적으로 방송을 할 거면 영어로도 좀 방송해줘야 되는거 아니니? 독일어로만 말하면 우리가 어떻게 아냐. 아니면 물어볼 사람이라도 좀 대기하고 있거나 딱 봐도 외국인인 우리한테 저리로 가라고 손짓발짓이라도 좀 해주거나.... -_-

 

하아.... 별 수 없이 우리는 기차가 올 시간까지 칼스루에 역의 맥도날드에서 기다리기로 한다.  플랫폼은 너무 추워서 따뜻한 실내공기가 필요했다. 앞으로의 기차를 놓치지만 않는다면 그래도 날을 넘기지 않고 스트라스부르에 도착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의 여행기간 동안 수많은 도시의 맥도날드에 들어가게 된다.ㅋ

 

또 놓칠 순 없으니 조금 일찍 올라가보자 하고 맥도날드를 나오자 아까의 인포메이션은 문을 닫았다. 헐.... 조금만 더 기다리다 내려왔으면 안내고 뭐고 못받고 칼스루에역에 발이 묶일 뻔 했다. 바덴바덴가는 열차에 타서 아펜바이어에 내리자 또 멘붕이다. 스트라스부르로 가는 플랫폼인 9번 플랫폼은 아펜바이어 역에 없다. 응? 뭐지? 플랫폼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감이 온다. 저들은 스트라스부르로 가는거다. 그들을 일단 따라가자 9번 플랫폼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이고 육교같은 곳을 지나 하여간 어딘가로 멀리멀리가자 거기에 9번 플랫폼이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진짜 뭐임. 우리는 이제 여행 첫날인데 뭐가 이렇게 험난하지?

 

 

 

15년의 마지막날이라 그런지 플랫폼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신이 났다. 딱 보니 술 마시고 몰래 놀고 들어가는 고등학생들처럼 보이는데 생각해보니 우리는 국경을 넘는건데? 그럼 얘네는 프랑스애들인데 독일까지 와서 놀고 해바뀌고 날 바뀌어 들어가는건가? ㅋㅋㅋㅋㅋㅋ 진짜 최선을 다해 노는구나 ㅋㅋㅋㅋ

 

한참을 기다려 드디어 스트라스부르 가는 기차가 왔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정말 완전 뿌듯하다. 가긴 가는구나. 뭐가 어쨌든 오늘의 미션 클리어다. 가장 걱정했던 환승을 무사히는 아니지만 어쨌든 해냈다.

 

그리고 우리는 스트라스부르역에 도착한다.

 

헐................너무 예쁘다!!!!!!!!!!!!!!!!!!!!!!!!!!!!!!!!!!!!!!!!!!!!!!!!

 

 

 

 

스트라스부르역은 건물위에 유리돔이 덮여져 있는 형태인데, 원래의 역 건물을 보호하기 위해 외벽을 유리로 덮었다고 한다. 다음날 낮에 보니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 날의 조명과 밤 분위기가 어우러져 투명한 유리 사이로 내부의 빛이 나오는데 정말 멋졌다. 우리는 내부에서 와이파이를 잡아 역에서부터 숙소가는 길을 대충 알아내고 역을 나섰다.

 

 

연말분위기 나게 역 앞에는 반짝반짝 조명이 나무를 장식하고 있었다. 아. 우리가 유럽에 왔구나. 이제 여행이 시작되는구나 하는 느낌이 드디어 난다. 얼마나 설레고 좋았던지 나는 역 정문 앞에서 360도 자체 회전하며 동영상을 찍는다 ㅋㅋㅋㅋㅋ 폰카로 찍어 그 느낌은 10분의 1도 제대로 찍히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때의 기분만큼은 기억이 난다.

 

 

그리고 우리는 습기가 살짝 어린 밤공기 사이를 걸어 캐리어를 끌고 끌고 첫날의 숙소인 몽템포 아파르도텔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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