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와 반지의 초상-미야베 미유키

 

예전에 블로그인에서 블로그할때는 책 읽을때마다 뭔가를 썼는데, 그럴때마다 책 표지도 새삼스럽게 보게 되고, 그 책이 무슨 내용인지, 하다 못해 내가 뭘 느꼈는지, 인상깊은 구절은 무엇인지를 나중에라도 되새길 수 있었다. 요즘은 내가 이 책을 읽었는지, 무슨 내용인지, 당최 기억이 안난다. 특히 미스터리를 많이 읽다보니 히가시노 게이고와 미야베 미유키 책들은 더더욱 잘 모르겠다.

 

언젠가부터 책을 사지 않는다. 도서관에서 구할 수 없는 책이거나 만화책은 산다. 그리고 읽은 후에 중고서점에 팔아버린다. 책을 갖고 있기가 싫어졌다. 그러다보니 집에 남은 몇 권의 책은 중고서점에서 받아주지 않을 책들만 남아버렸다. 누군가 서재를 보고 나라는 사람을 판단한다면 책 따위는 읽지 않는 사람이거나, 이상하고 오래된 취향을 가진 사람으로 생각하겠지. 그나마도 조만간 정리해버릴 것 같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다보니 원래 표지가 이렇게 생긴지도 몰랐다. 도서관에서는 겉표지와 띠지를 버리니까. 다시 생각하지만 책을 읽고 이렇게 책 사진을 찾아보고, 뭐라도 좀 쓰는건 나를 위해 좋은 것 같다.  

 

예전에 책과 사람 사이에는 '인연'이라는 게 있다고 생각했다. 그게 애틋하고 로맨틱한 의미 혹은 오컬트스러운 인연이 아니라 어떤 책에서 와닿는 것, 꽂히는 의미 같은 것은 독자의 상황과 캐릭터에 부합하는 것이니까. 사실은 선택에서부터 작용할테고. 그런면에서 오랜만에 인연이 닿는 느낌이 드는 책을 읽은 셈이다.

 

하루키 소설에 나올법한 남자주인공이 등장한다. 물론 미야베 미유키는 하루키가 아니므로 그렇게 쓰지는 않는다. 이 주인공은 여러 가지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나중에 알았지만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누군가'의 주인공이다. 일종의 연작 시리즈인듯) 마치 사립탐정같은 조심스러움과 과감함으로 사건의 진상을 알아간다. 하지만 미야베 미유키가 정말 하고 싶었던 얘기는 그런 흥미진진한 모험담이 아니다.

 

갑자기 휘말린 사고, 그로 인해 생긴 역시 갑작스러운 돈. 노력하지 않고 얻은 돈이 놓여진 등장인물들을 통해 사회 곳곳에서 입을 벌리고 기다리는, 큰 노력하지 않아도 돈을 벌 수 있어요- 라고 속삭이는 구렁텅이를 보여준다. 우리 모두 알고 있고,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치지만 너무 익숙해서 그냥 지나치는 그런 전단지들. 그런 사람들. 호구를 기다리는 까마귀들. 어떤 까마귀는 잡히지만 더 큰 검은 새들은 짧게 뛰고 멀리 날아가버린다. 내 스스로 노력해서 손에 넣지 않은 돈에는 위험이라는 옵션이 따라붙는다. 그게 어떤 형태이든.

 

어디 일확천금 없나, 눈 먼 돈 없나 하고 있었는데.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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