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고 사소한 쓸고 닦음

매우매우 별 것 아닌 행동이지만 다음 날 혹은 한 주의 시작을 제대로 출발선에 설 수 있게 해주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손톱에 매니큐어 깨끗하게 다시 바르고 밀리거나 긁힌 자국 없이 빤딱빤딱하게 말리기, 다음 날 가져가야 할 물건들 빠뜨리지 않고 가방안에 챙겨놓기, 입을 옷과 액세서리들 날씨에 맞춰 착착 바로 걸치고 나갈 수 있게 세팅해 놓기, 다이어리에 내일 출근하자마자 해야할 일 우선순위에 따라 리스트 정리해놓기. 코트나 겉옷에서 떨어진 단추나 스커트의 튿어진 부분 제대로 바느질 해놓기.

 

엄청 귀찮다. 진짜 귀찮아요. 이런 건 깔끔하게 안되어 있으면 해 놓고도 기분이 안 좋기 때문에 안해도 된다면 안하고 싶다. 그렇다고 누가 대신 해주는 걸 바라는 건 아닌데 그냥 내가 하기 싫다. 근데 또 해놓고 나면 기분이 좋단 말이지. 색깔이 맞는 실을 단정하게 꿰매서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탁탁 털어 옷걸이에 걸고 커버를 씌워 옷장에 넣고 나면 자- 끝났다. 아이구 기특하네. 이런 기분이 든다.

 

아... 사는 건 이런저런 귀찮고 잡스러운 일 투성이다. 누구나 하는 일의 80%는 잡일이라지만 나라는 인간을 세상에 내놓기 전에 해야하는 일은 그냥 80%도 아니고 100% 잡일인 기분이 든다. 세제를 뿌리고 거품을 내고 물을 뿌려 벅벅 씻고 물기를 닦고 이런저런 것들을 반지르르- 하게 발라서 내놓는 기분. 마치 출하되는 귤 같은 느낌이야. 게다가 이런 걸 제대로 처리해놓지 않고서는 뭘 해도 깔끔한 기분이 들지 않으면서 이거 자체는 정말 하기 귀찮다. 그런 주제에 하고 나면 뭔가 대단히 잘한 것 같아 뿌듯하고. 참 딜레마예요.

 

이제 방 정리 하고 자야지~ 이번 주도 잘 살아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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