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몽청과 레몬청

직장 선배 방에 놀러갔을때 자몽차를 주셨는데 오? 이거 괜찮다. 집에 와서 인터넷에서 자몽차를 사려고 각종 자몽청을 뒤져보았으나 대부분의 자몽차는 속껍질을 벗겨내고 만든거라 이렇게 예쁘지가 않아 선배에게 한 통 사다달라고 부탁했다. 옆에 있는 유자차는 선배가 같은 병에 나눠준 거 ㅋㅋ

 

 

속껍질을 다 벗겨내고 과육만 파내어 사용한 다른 자몽차들과는 달리 그냥 썰어서 담갔다. 이렇게 먹어도 딱히 쓰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는 아니라 맛도 맛이지만 눈이 즐거워 좋다. 먹을때도 비주얼이 반임요 ㅋㅋㅋ

 

 

새빨간 루비레드자몽. 이거 하나 컵에 덜어놓고 시럽형태가 된 쥬스를 몇 스푼 얹은 후 뜨거운 물을 부어 마신다.

유난히 빨간 걸 찍기는 했어요 ㅋㅋㅋ

 

이게 한 병에 15천원인데, 먹다보니 취향에 맞아 걍 셀프로 담가보자 마음을 먹었다. 워낙 유자청, 모과청, 생강청 등 각종 청 담그는 것에 거부감이 없기도 하고. 일단 퇴근하는 길에 코스트코에 들렀다. 자몽 한 상자와, 레몬 한 봉지, 그 외에 사고 싶은 거 딱 두 개만 더 골랐다. 집에 도착하니 적당한 사이즈의 병이 없네? -_- 다시 이마트로 가서 보르미올리 콰트로 자 1.5L 4개를 사 들고 왔다.

 

그나저나 다음날이 직원여행인데 내가 이렇게 잠을 안 자고 생쇼를 하고 있어도 되나 싶었지만 이왕 사다놓은거 늘어놓을 수는 없으니 온 힘을 다해 후딱 하고 자버리기로 결심. 이마트 출발하기 전에 바구니에 베이킹소다 물에 풀어두고 자몽과 레몬을 담궈두었다. 집에 돌아온 후에는 자몽은 그냥 베이킹소다로 씻어 헹구고, 레몬은 왁스를 제거하기 위해 끓는 물에 담근다. 속으로 느긋하게 10 정도를 세어 준 다음에 뽀득뽀득 행궜다. 레몬은 껍질채로 쓸 거니까. 마음이 급해 펄펄 끓는 물에다가 굴리지 않은 게 좀 아쉽지만. 다음에는 그렇게 하자.

 

그 후엔 자몽껍질을 깐다. 나는 속껍질을 분리하지 않을꺼니까 최대한 쓴 부분을 제거하는 것으로만 한다. 파인애플 자르는 거랑 똑같이. 윗부분 뎅강, 아랫부분 뎅강, 그 이후에는 옆을 슥슥 굴리듯이 잘라 하얀 부분만 최대한 벳겨낸다.

 

 

9개를 다 까놓고 나니 이제 엥간히 할 일은 끝났다. 껍질과 하얀부분은 그냥 바구니에 다 던져넣었다. 치우는 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수분이 많은 과일이라 굳이 설탕에 버무려서 넣을 필요가 없는 것 같아 병에 착착 집어넣고, 위에 설탕을 뭉탱이로 부어넣고 다시 그 위에 과육을 넣고 설탕 부어서 끝.

 

그 다음은 레몬. 레몬은 앞 뒤 튀어나온 부분만 잘라서 내버리고 일정한 간격으로 썰기. 레몬도 굳이 설탕에 버무릴 필요 있나 싶어 생략. 대충 막 집어넣었다. ㅋㅋ 자야 돼, 자야된다고.. 내가 지금 예쁘게 쌓고 넣을 때가 아님 ㅋㅋㅋ

 

 

병 사이즈가 크다 보니 안에서 겹쳐져서 그렇지 파는 자몽청과 똑같다. 아 뿌듯해라. ㅋㅋ 병 하나에 4개 반 정도의 자몽이 들어가 있다. 레몬은 6개 반씩. 하이고 이렇게 다 하고 나니 이제 치우는게 일이다. 설탕과 과즙으로 끈적해진 바닥에 뜨거운 물 부어 여러 번 슥슥 닦고, 병도 깨끗이 닦아 자리 잡고, 여행갈 짐 싸고 이래저래 치우고 잠자리에 드니 벌써 새벽 3시 -_- 망했다. ㅋㅋㅋㅋㅋ 몰라 차 안에서 자야지 뭐.

 

 

 

요렇게 해놓고 여행 다녀오니 설탕은 다 녹아 아랫부분은 모두 쥬스가 되어 있고, 가스가 꿀렁꿀렁해서 약간 넘쳐있었다 ㅋㅋ 사진은 이미 여러 번 온 가족이 먹은 후. 이제부터는 냉장고행이다. 병 사느라 초기비용이 좀 들어갔지만, 자몽 9개 한 박스에 11천원, 레몬은 13개? 15개?에 12천원. 다 만드는데 설탕은 2.5kg 정도 쓴 듯. 빈 곳을 채우느라 올리고당 작은 거 반 병 정도 썼고.  이제 레몬청은 조금 더 숙성시켰다가 직장에 들고 가서 인심써야지 ㅋㅋㅋ

 

여름이면 탄산수에 얼음 넣고 에이드로 만들어 먹어도 좋을 것 같다. 이런 거 종류별로 냉장고에 넣어 두면 일년이 든든할 듯. 올해는 시기를 놓쳐서 하지 못했는데 내년에는 햇생강 한 박스 주문해서 생강청도 만들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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