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에펠 타워

비가 부슬부슬 왔고, 추웠다. 이때만 해도 구글지도님의 위대함을 활용하지 못할때라 애비뉴 이름을 머리속에 기억해두고 길 찾기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한테 길을 엄청 물어봤다 ㅋㅋㅋ 일단 예상했던 것보다 조금 늦게 도착하기도 했고, 해가 짧아 정말 어둡고 비까지 내려 축축하고 칙칙한데다가 몸도 피곤했다. 호텔 찾는데 조금 헤매기까지 해서(정말 눈에 안 띄었다) 호텔을 드디어 찾았을 때는 어찌나 기쁘던지!

 

 

프랑크푸르트에서 캐리어가 도착할 장소로 이 호텔 주소를 알려줬기 때문에 그 사정을 이야기했다.

-(문제상황설명) 아마 빠르면 내일 내 수트케이스가 도착할 텐데, 우리가 나가 있는 동안 짐이 도착한다면 좀 맡아줄래?

-응 알겠어. 근데 난 night직원이고, Daylight직원에겐 너가 한 번 더 얘기해야 할 수도 있어.

 

리셉셔니스트는 매우매우 꽉 끼는 셔츠와 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그 때문에 바지의 지퍼부분 솔기가 튿어져 있었다ㅠㅠ E와 나는 서로 아무말도 못하고 방에 와서야 헐. 봤냐- 뭐야. 모를리가 없잖아 변태야? 등등의 이야기를 하고 내일 아침까지 저 사람 저 옷 입고 있을 거잖아. 그럼 내일 조식먹을 때 또 봐야 돼? 하고 매우매우 괴로워했다 ㅋ

 

방이 좀 추워 라디에이터를 틀었으나 (스트라스부르에서도 라디에이터 틀기는 실패했다) 그 정도의 온기로는 어림도 없었다. 정말 다시 보고 싶지 않지만 로비로 내려가서,

 

-저기 있잖아. 방이 추워. 라디에이터를 틀었는데 내가 제대로 틀 줄 몰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최고 온도도 추워

-응 보조 라디에이터 줄게.

 

헐, 왜 이렇게 간단하지;;;;

목소리가 엄청 크신 아주머니가 화난 듯한 목소리로 막 뭐라뭐라 해서 쫄았다. 우리가 귀찮게 해서 지금 화내는걸까? 근데 또 막상 우리랑 눈 마주치니 생긋 웃으면서 반갑게 인사했다; 뭐지;;

 

짐을 풀고, 몸을 살짝 녹인 후에 아 도저히 아쉬워서 안되겠다. 에펠탑이라도 보러 갑시다. 아까 보니 별로 안멀어보이던데. ㄱㄱ 사실 엄청 어둡지만 한국에서라면 한창인 시간이잖아. 이 때가 9시 반쯤 됐던듯. 한국에서 9시 반이면 시작 아냐? ㅋ 갑시다 ㄱㄱ

 

 

꺅 꺅 에펠이다!!! 호텔이랑 정말 가까워 그냥 슉슉 걸어가니까 짜잔~ 하고 나타났다.

 

 

여기서 찍고 저기서 찍고, 멀리 가서도 찍고, DSLR 모드로 변경해서 찍고 정말 백 장은 찍은 듯. 인물 사진은 역광 때문인지 우리가 잘 못 찍어서인지 전부 괴기스럽게 나왔다 ㅋㅋㅋ 걔나 나나 휴대폰이 같은 기종이라 거기서 거기이기도 하지만 E는 알콜중독 때문인지 수전증이 있어서 셀카봉을 들고 ㄷㄷㄷㄷㄷ 거려서 안 그래도 광량이 부족한데 초점이 하나도 안맞는다 ㅋ

 

 

테러 일어난지 얼마 안 된 때라 주변에는 무장한 경찰이 많이 깔려있었다. 얼마 전까지 추모의 의미로 삼색조명을 밝히기도 했었고. 실제로 국내에서도 유럽여행 취소하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우리도 생각 안했던 것은 아니지만 조금만 더 지켜보자 라고 생각하다가 결국 왔다. 가족과 친구와 지인들이 괜찮냐며 걱정하는 카톡을 보내주었고, 여행하는 내내 유럽 전역에 걸친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계속해서 대도시 위주의 테러 예고 소문이 있었고, 우리가 다닌 일정에는 그런 곳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었으니까.

 

그래도 사람들은 밝았다. 신년의 들뜸과 촉촉한 밤공기와 화려하게 반짝거리는 조명은 아직까지 연말 분위기를 주었고, 결국 밤에 나오길 정말 잘했다. 파리에 있는 동안 시간이 된다면 한 번 더 오자고 했지만 우리는 다시 오지 않았다. 지금은 별로 아쉽지 않지만 나중에 좋은 계절, 좋은 날에 반대쪽의 공원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다. 물론 사람이 많아서 어렵겠지.

 

 

다시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정류장에 있는 광고판(?)을 찍었는데 도대체 이게 무슨 표시인지 의미인지 모르겠어서 일단 찍었다. 아직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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