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델베르크 시티투어

비가 살짝 온 다음이었는지 땅은 젖어 있었는데 날씨는 따뜻했다. 코트를 벗고 다닐 정도로. 우산이 없었기 때문에 일단 다행. 여행자에겐 날씨와 교통이 받쳐주는 게 최고다.

 

 

 

공항 밖으로 나와 루프트 한자 셔틀 타는 곳으로.

 

 

무슨 레스토랑 앞에서 타는 거라 해서 거기서 기다리는데 셔틀버스라고 해도 엄청 크지 않아요. 작아요. 루프트한자라고 써있는것만 찾았는데 frankfurt airport shuttles라고 쓰여있었던 것 같다. 레스토랑 앞에 설 줄 알았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중간차도에 서더라. 같이 기다리던 한국 분이 저거인것 같은데요- 라고 하셔서 캐리어 끌고 막 뜀 ㅋ 운이 좋았다. 그 분 없이 우리 둘만 있었다면 하염없이 루프트한자 써있는 것만 찾다가 한시간 간격으로 있는 버스를 놓쳤을 듯.

 

 

그렇게 하이델베르그에 내립니다. 계획은 중앙역으로 가서 코인로커에 짐을 맡기고 하이델베르크 성으로 가는 것. 셔틀은 2시에 탔고 하이델베르크에 도착한 시각은 3시경. 중앙역에서 내려주는게 아니라서 거기까지 가야하는데 대략 30분쯤 걸린단다. 우리는 길도 나쁘지 않길래 그냥 걷기로 한다. 길을 알려주신 유학생?은 거기 걸어가기 좀 먼데....라고 하셨지만 우리는 앞으로 알게 된다 ㅋ 우리는 걷는데 엄청난 재능이 있다는 것을 ㅋㅋㅋㅋ 그리고 이후 길을 보는 기준은 캐리어를 끌 수 있는 길인가 로 바뀐다 ㅋ

 

 

 

길 중간에는 이렇게 트램이 다니는 길이 깔려 있다. 트램 처음봐서 한참 신남 ㅋ

 

 

 

어딘가 일본하고 느낌이 비슷하다. 높지 않고 크지 않고 각지고 깔끔한 건물들. 어딘가 통일된 폰트들. 정돈된 분위기.

 

 

연말이라 사람이 없는 거 같기도 하고.

 

 

생각보다 차가 너무 없어 놀람. 두 사람에겐가 길을 물어 방향을 확인하고 중앙역에 도착했다.

 

 

코인락커는 동전만 사용가능. 역 내부 조금 외진 데 있다. 이 때만 해도 경계심이 한참 강할 때였다. 동전을 만들기 위해 역 내부의 마트에서 물을 하나 사고 E는 맥주를 하나 사고 코인락커 이용. 동전을 넣으면 이런 플라스틱이 나온다. 캐리어 두개가 거뜬히 들어가는 크기에 가격은 6유로. 그래도 이거 하나 넣어놓고 나니 몸이 가볍다.

 

그럼 이제 하이델베르크 성으로 가볼까?

H의 메시지에 따르면 33번 또는 11번 버스를 타고 성-Bergbahn역에 내려서 6유로짜리 푸니쿨라를 타고 가면 된단다. 근데 어디에서 타는건지는 안 알려줬다 ㅋ 배차간격이 기니 잘 알아보고 타랬는데 나오자마자 33번 버스가 보인다. 아싸 저거다. 냅다 둘 다 올라탔다.

 

 

음... 근데 이상하다.. 노선도를 아무리 봐도 bergbahn역이라는 정류장이 보이질 않는다. 그리고 버스는 점점 으슥한 곳으로 들어간다. 대략 몇 분쯤, 몇 정류장 안 가서 내린다고 검색에서 봤는데, 그 정도쯤 온 것 같은데도 보이질 않는다. 진짜 이상하다. 아무리 이상해도 이제는 성의 윗 꼬다리 부분이라도 보여야 할 것 같은데 성처럼 생긴것도 안보인다. 아무리 봐도 이건 마을버스 노선이다. 해가 뉘엿뉘엿 진다. 유럽의 겨울해는 과연 짧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친구 사귀기가 시작된다. -_- 붙잡고 물어본다. 하이델베르크 성으로 갈건데 이 차 맞니? 나 어디서 내려야되니? 근데 얘네들도 모르나보다. 왜 모르지? 우리 동네에 성 있으면 유명해서 대번 알 것 같은데. 친절한 독일 여자애(엄청 예뻤음)가 기사한테 물어봐주겠다더니 뭐라뭐라 독일어로 열심히 설명해주는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우리가 반대로 탔다는 얘기인거 같다. -_- 망했네.

 

우리가 내린 곳은 어떻게 봐도 마을 한 중간. 정류장의 노선도를 보고 앉아계시던 아주머니께 여쭤봤는데 역시나 영어는 안 통하고 뭐라뭐라 설명하시는데 잘 모르겠어서 그냥 알아들은척 하고 고맙다 했다. 계속 우리를 주시하던 아저씨가 말을 걸고 싶어하는 눈치다. 역시나 끼어들어서 설명을 해주기 시작한다. 독일어로 --_--. 진짜 열심히. 

 

아... 이럴거면 차나 빨리 와라. 아저씨랑 같은 트램을 타고 결국 다시 중앙역으로 돌아옴 ㅋ

하이델베르크 성은 포기하기로 한다. 이미 반대방향으로 간다고 해도 푸니쿨라 타고 올라가 성을 보기에는 늦은 시각이다. 우리는 스트라스부르로 이동해야 하니까.

 

 

여행의 설렘은 첫 도착지에서 전혀 충족되지 않았지만 시티투어 했다 치기로 함. 조금 걱정되긴 한다. 앞으로도 계속 이동하는 일정인데, 이런식으로 여행이 진행되면 우린 뭐 하나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찍고 찍고만 하게 되는건 아닐까? 아직은 시작이라 긍정적인 마음 충만이라 좋게 생각하기로 한다. ㅋ 그래도 독일에서 비행기도 타고, 버스도 타고, 트램도 타고, 잠시 후엔 기차도 타게 되니까 ㅋ 나름 교통정복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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