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쉬(Crash, 2004)



원래 보려고 했던 건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크래쉬였는데 -_)

→예전에 보려고 보려고 세번이나 시도했다가 세번 다 잤다. 내가 좋아하는 제임스 스페이더가 나오지만, 정말 10분을 넘기고 볼 수가 없었다. 그 뿐만 아니라, 언젠가부터 영화 한편 보는 게 버겁고, 조금만 지루해져도 금방 졸음이 밀려온다. 아니, 전혀 졸지 않고 다 본 영화를 손에 꼽을 정도가 되었다.

이제야 생각났지만, 이 크래쉬는 2005년 아카데미상을 받으면서 참 말 많았던 그 영화다. 좋다는 반응도 많았지만 하필 국내 동인녀의 집결!을 가져온 브로크백 마운틴과 붙었기 때문인데... 글쎄, 난 브로크백 마운틴도 잤기 때문에 -_- 중반 이후는 스토리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전혀 모르고,... 눈을 떠보니 결말이었다. -_)

크래쉬나 브로크백마운틴이나 둘 다 내게는 대단히 좋았던 영화는 아니었다. 크래쉬는 관중의 기대를 배반하는 영화다. 요즘 듣는 한 강의의 교수도 그래서 '괴물'을 싫어한다고 했지만, 나도 조금 다른 의미에서 기대를 배반하는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현실적인 척 하지만 전혀 리얼하지 않다거나, 중간부터 말도 안되는 어거지를 쓴다거나...이 영화는 중간 부분까지는 마치 인종갈등을 다룬 영화로 보인다. 미국이라는 다인종, 다민족 국가에서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갈등. 그래서 보는 사람 또한 클라이맥스에서는 그것을 해결해주기를 바라게 된다. 그건 자연스러운 반응이고.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관객은 포인트를 잘못 짚은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얄팍하고 비겁하다.

이 영화가 하는 이야기는 '우리는 모든 것을 알 수 없다.'- 이런 정도가 되겠다.
당연히 나쁜 사람으로 보이는 사람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며, 또 그 사람이 완전히 나쁜 사람만도 아니고 어떤 특정한 문제에서는 그런 편견이나 편중된 입장을 취할 수도 있는 건 당연하다. 혹은 전적인 피해자처럼 보이는 사람도 사실은 또 다른 가해자이며 우리는 그 어떤 것도 쉽게 판단할 수 없다..는 이야기.

맞는 말이다. 정말 맞는 말이다. 이 영화는 그렇게 얽히고 섥힌 관계를 참 잘 보여주고 있다. 기껏 그래놓고는 중반 이후, 복잡해져버린 이야기의 해결을 몽땅 우연에 맡겨버렸다. 그리고 we are the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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