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길기념관. pacific


김옥길기념관은 김옥길씨의 동생인 김동길씨가 추모의 의미로 자택앞에 지은 건물이라고 한다. 건축가는 김인철이고 99년 건축가협회상을 받았다. 추모의 의미라고는 하지만 딱히 뭐 자료가 있다거나 한 건 아니고 건물 외벽에 조그맣게 붙어있는 부조가 다라고 한다. 몇 년 전이었다면 여기저기 사진찍느라 정신없었을 텐데. 마음에 여유가 없어 정신까지 피폐해졌나보다. -_) 인물이 들어가지 않은 순수한 건물 사진 중에서는 그나마 건진 게 꼴랑 두 장이다. 그것도 둘 다 실내. 나다니기도 귀찮다 이거지. --_-- 건물전체의 구성은 다 돌아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2층에는 pacific이라는 까페가 있고 지하는 전시공간으로 쓰이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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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는 노출콘크리트와 유리로 안에서 보면 이렇게 되어있다. 바깥에 초점을 맞추었더니 실내가 매우 어둡게 나왔지만 사실 실내는 밝았다. 채광도 좋은편에 테이블마다 스탠드도 놓여있었고, 스피커가 좋은 건지 음악소리가 작지 않았는데도 대화를 방해하거나 소음으로 들리지 않았다. 소리가 좋게 퍼진다는 건 건물이 잘 지어졌다는 뜻이기도 할 것 같다.

冂 를 겹겹이 쌓은 듯한 건물모양이, 건물내부에서 볼 때엔 바깥을 내다보는 하나의 액자의 구실을 한다. 마침 벚꽃이 만개해 바람이 불때마다 꽃잎이 흩날리는 것이 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 뭐였더라. -_-a 하여간, 그걸 연상하게 했다.

시간을 밤으로 옮긴다면 콘크리트 프레임 사이의 유리창은 거꾸로 실내의 빛이 외부로 새어나오는 역할을 할테니 이 건물은 어두울 때 존재감을 더할 것이다. 밤에 빛을 발하는 건물이라. 멋지지 않은가. 노골적인 전시물을 늘어놓지 않아도 건물 자체가 기념물인 셈으로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는 방법에 격조가 있다. (내가 갖고 있는 김동길씨의 이미지와는 너무;;; 괴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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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 아래에는 가느다란 bar가 몇개 박혀있어 구분되는 벽마다 이렇게 휘장처럼 천을 걸어 늘어뜨릴 수 있게 되어있다. 앉은 자리에서 손을 뻗어 벽을 쓸어보았다. 촉감이 매우 부드럽다. 콘크리트를 이렇게 매끈하게 뽑아내는 게 쉽지 않은데 실제로 만져본 것 중에 가장 부드러웠던 듯.

노출콘크리트는 삭막해서 싫다는 사람이 많다. 성북동비둘기류의 '상징으로서의 시멘트'로 받아들이기도 하는 것 같고. but, 나는 노출콘크리트가 좋다. 겉보기&눈속임용의 얄팍한 재료들-대리석을 쌓은 것처럼 보이게 하는 얇은 타일이라든가-과는 달리 그 자체로 정직해서 좋다. 또 그 재료가 가진 단순성 때문인지 노출콘크리트로 지어진 건물들은 대개 공간 자체에 탐색하는 재미를 주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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