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로사진들


오늘은 지지난주부터 마음먹은 일을 했다. Report 때문이긴 하지만, 전적대학을 다녀왔다. 몸이 기억하고 있달까. 1호선 맨 뒤에서 타면 서울역에서 환승하기 가깝고, 졸업하고 처음 가는 건데도 지하철 역에서 몇 번 출구로 나가야 하고 뭐 이런 것들을 헤매지 않고 한 번에 척척척.... 물론 학교 가는 길은 많이 변했더라. 그래도 곳곳에 이정표처럼 심어져 있는 건물들은 내 기억을 환기시켰다.

아...저기는 새터때, 그러니까 내가 소주를 처음 마신 날. 주량도 모르고 주는대로 넙죽넙죽 받아마시고 나와서는 Y한테 전화했던 그 공중전화가 있던 곳이네. Y는 신촌에서 여기까지 달려와서 집앞 엘리베이터까지 데려다줬었지. 앗, 저기는 아이보리색 새 가디건을 입고 학교에 갔던 날 괜히 안다니던 길로 얼쩡얼쩡거리다가 새 가방과 새 옷에 비둘기가 물똥 쌌던 후문 입구의 육교다 -_- 조류의 똥은 초록색이 섞여있다는 걸 처음 알았던... 으... 지금 생각해도 드러워. 일명 뒷포라고, 정말 쓰러질까 겁났던 떡볶이집은 사라졌고, 뒷길도 완전히 깨끗해졌네....라고 생각하다가 정문 근처에 오자 숨이 턱 막혔다.

학교가.... 학교가.... 너무 아름다워져 있었다. -_-



담벼락이 있던 곳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입학할 때는 벽돌 건물이 대부분이었고 학교의 아이덴티티였던 12층인가 하여간 가장 높은 건물은 시멘트 외장이었는데, 내가 다니는 동안 리모델링이 이루어지고, 내가 휴학한 기간 동안 국제관과 음대, 예술대 건물이 새로 지어지고, 내가 복학한 4학년때에야  전체적으로 현대적인 외관으로 통일성을 가지게 되었는데 이렇게 졸업하고 오랜만에 다시 가보니 하나의 도시가 완성되어 있었다. 음.. 맞다. 생각해보면 대학은 하나의 작은 도시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곳. 내가 가 본 수많은 도서관 중 가장 아름다운 곳.



여전히 아름다운 아뜨리움. 이렇게 안에서 보면 구조를 더 확실히 알 수 있는데 마치 두 건물을 따로 지은 다음 프레임으로 가운데만 연결해 놓은 듯한 건물이다. 도서관 규모가 큰 건 아니지만 이렇게 내부 공간을 틔워놓음으로써 들어온 사람들은 쾌적함을 느낄 수 있다. 입구를 기준으로 왼쪽은 자료동, 오른쪽은 열람동인데 3층은 공중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이 사진은 그 곳에서 찍은 것.

하지만 솔직히 만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공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열람실. 그래서 법대애들은 형설재라고 고시공부하는데가 따로 있고, 이번에 가보니 디자인도서관도 따로 분리했더라.



남들 다 일주일에 4번 나올까말까 하던 4학년 1학기. 23학점 꽉꽉 채워 듣고 저녁에야 이 길을 내려가면 저 하늘에는 손톱같은 달이 걸려있었다. 그건 너무 아름답기도 하고 어쩐지 동화의 한 장면 같기도 하고 눈물이 날 것 같기도 하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뭐 그랬다.

이 왼쪽에는 분수라고 해야 할지 폭포라고 해야할지;;;-_- 가 있고, 이 분수 밑 계단은 학사모 던지는; -_- 졸업사진을 찍은 곳, 솔직히 이 분수는 재학생이라면 쪽팔려서 잘 안올라가는 곳인데;;;;; 사진 찍으러 올라갔다.



기억이 맞다면 내가 입학했을때부터 있었던 두피 마사지 받는 야외조각.  반갑구나 :-)



조형관. 대부분 대학은 건축학과가 공대 소속이지만 내 모교에서는 조형대학 소속이었다. 조형관 로비에는 김수근 선생의 흉상이 있고, 이 건물이 벽돌로 지어진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이 옆으로 기다란 건물을 쭈욱 따라가다보면 디자인과 애들은 앞치마를 하고 왔다갔다 하거나 용접기를 들고 작업하는 모습이 종종 보였지.



아자씨들, 무슨 얘기 하시나용



참 많이도 오르내렸던 계단.



여긴 영빈관. 난 이 건물이 참 별로다. 방위도 그렇고, 저 처마선도 좀 후지고. 기숙사도 없는 학교에 무슨 영빈관이냐고 막 궁시렁댔었는데. 그러고보니 기숙사는 생겼나?



이 건물은 내가 졸업한 이후에 생긴 것. 저 곡면의 외벽은 대극장을 둘러싼 외벽. 대극장이라니, 그럼 연영과가 이리로 들어왔나보다.



새로 들어선 건물들은 부지 활용이 절묘하면서도 공간을 다루는 방법이 쪼잔하지 않아 깜짝 놀랐다.





운동장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이쪽공간에서 저쪽으로의 이동이 쉽게 운동장을 두 섹션으로 나누고 그 경계에 회랑을 만들어놨다.



내가 찾는 책은 디자인도서관에 있었기 때문에 이 새 건물에 들어가야했는데 어쩌다보니 피아노 소리에 이끌려 일층까지 내려왔다. 이 뒤에는 자유연주대라고 해서 그랜드 피아노가 한 대 놓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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