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시작

그러니까 시작은 이랬다. 6월 16일 토요일.


H(이후 막내라고 지칭): "난 혼자 여행을 다녀올까 생각중이에염" 

나: "어디로?" 

H: "동유럽?" 

나: !!!!!!!!!!!!!!그럼 나랑 같이 가! 

이 대화를 맞은편 대각선에서 듣고 있던 

Y(이후 둘째라고 지칭): -나도!!!! 나도 같이 가!!!!! 


끝. 결정. 가감없음.


이 날 모임이 끝나고 세 명의 단체카톡방이 만들어졌고, 스카이스캐너 검색질이 시작되었으며, 나는 경로을 짰고, 다음날 프라하 인 부다페스트 아웃이 정해졌고, 그 다음날 비행기가 결제되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짠 경로는 이랬다. 



사실 이건 지금 만든지도고, 실제로는 그냥 구글지도 보면서 도시이름 밑으로 쭉쭉 써서 짠 거 ㅋㅋㅋ

친구들은 말렸다. ㅋㅋㅋㅋㅋㅋㅋ 가능하겠냐? 니 나이가 몇인데. 라는 걱정을 괜찮아. 쟤네가 젊어서- 라고 퉁 받아치고. 음. 지금 봐도 훌륭한 동선이군 ㅋㅋㅋㅋㅋㅋ 결론적으로 이 여행일정은 매우 좋았다. 



도서관에서 책을 여러권 빌리기는 했는데 저 중 대충 슥슥이라도 본 건 두 권 정도고, 사실 알고 싶은건 인터넷 찾으면 거의 다 나오기는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믿지만, 보이는 만큼만 본다. 알고 싶은 만큼만 알아본다- 중요한 건 내 눈으로 보고 느끼는 것, 여행의 중심은 나- 라고 생각하는 주의라 그냥 대략만. 정말정말로 대략만 알고 갔다.


다섯개 나라 (체코-독일-오스트리아-크로아티아-헝가리)방문 예정인데, 이 중에서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유로(EUR)를 사용하지만 체코는 코루나(CZK), 크로아티아는 쿠나(HRK), 헝가리는 포린트(HUF)라는 자국통화를 사용한다. 이 중 코루나와 포린트는 을지로에 있는 하나은행 본점에서만 환전 가능하다. 쿠나는 불가능. 여행하고 돌아온 사람과의 개인 거래가 가능한듯 하지만 뭘 굳이 그렇게까지. 


쿠나는 할 수 없이 여행지에 가서 해결하기로 하고, 하루 을지로에 들러 하나비바체크카드를 만들고, 코루나와 포린트를 환전했다. 숙박과 교통을 거의 다 예약하고 떠나는 거라, 돈을 많이 쓸 것 같지 않아서 코루나 9만원, 포린트 9만원 환전했다. 사실은 이 날 가진 현금이 18만원 밖에 없어서 그랬는데 결론적으로는 괜찮았다. 모자란 부분은 카드 쓰고 셋이서 돌려막기 하면서 얼추 가능. 이건 내가 여행지에서 기념품을 거의 안 사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고. 동생들은 출금도 가끔 하고 카드결제도 나보다 훨씬 많이 했으니 환율에서 조금 손해를 봤을 것 같기도 하다. 근데 이런 부분은 실제로 맞닥뜨려봐야 아는거고 재방문 계획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코루나와 포린트가 남으면 더 처치곤란이다. 아무튼 결론적으로는 잘한 선택이었다.



여행용으로 통화구분이 가능한 섹션이 여러개 있는 장지갑을 살까 한 달간 고민했으나 한국에서도 지갑을 안 쓰는 판에, 가끔 가는 여행에서 쓰는 돈을 담겠다고 지갑을 사는건 낭비인것 같아 그냥 봉투에 넣어가기로 결정. 차례대로 코루나, 포린트, 유로. 



지난 여행에서 쓰고 남은 유로 짤짤이들도 다 털어서 준비. 그런데 이번에 쓰고 남겨온 유로가 이거보다 더 많은 건 함정 ㅋ 그냥 일 년 잡고 유로는 1250원 아래일때, 엔화는 950원 아래일때 미리미리 환전해두는게 최고인듯. 나는 이번에 유로는 1280원대에, 엔화는 980원대에 환전했다. 그러고나니 다시 환전기회가 오지를 않네 ㅎ


일정은 엑셀파일로 짜서 동생들에게 보냈다. 안 그래도 나는 실제보다 매우 과장된, 꼼꼼하고 완벽주의자적인 이미지가 있는 편인데 엑셀파일까지 보내니 동생들은 차마 말은 못해도 한 편으로는 안심 반대편으로는 그만큼의 걱정을 했던 것 같다. 아 이 언니만 믿고 가면 되겠구나. 혹은 엄청 빡세게 다니는구나;;;; 이거 준패키지구나;;;;; 나랑 여행가는 사람들이 초반에 다 하는 걱정인듯 ㅋㅋ 그래놓고 막상 가면 다 좋아하게 됩니다♡ 


비행기완료. 숙박끝. 교통끝. 일정끝. 환전끝. 이제 짐싸고 가기만 하면 된다. 나머지는 가서 부딪치면 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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