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814 경복궁

여유가 생겨 사진정리를 하다보니, 새삼 느끼지만 역시 여름이 제맛. 사진을 보면서 아.. 좋았네. 하다보면 늘 여름이다. 아니 어쩌면 그건 겨울엔 손이 시려서 사진을 찍을라다가도 귀찮아. 싶어서 그럴수도 있겠고 올 겨울 유난히 추위를 타서 겨울이 지겨운 나머지 여름에 대한 동경이 거세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사진만 보고 얘기를 해도 기본적으로 광량이 많으니 여름사진은 화사하고 쨍하고 빛난다. 그리고 머리속에서 기억은 대개 다소 미화된다.

 

처음엔 이게 어디지 했으나 계속 보다보니 경복궁과 국립고궁박물관에 다녀왔던 것 같다.

 

 

 

향로인가? 위트있는 디자인. 무서운 척하지만 귀엽다. 눈도 코도 입도. 다리도 꼬리도 하나같이 귀엽구나.

 

 

 

멋지다. 사실 이 정도의 도자기를 쓸 일이 현대에 대체 무엇이 있겠나. 장 담글것도 아니고 ㅋ 장식을 위한 장식품에 그다지 끌리는 일이 없다보니 큰 도자기 사진을 찍는 일은 거의 없는데 찍힌 것을 보니 실물로 본 형태가 꽤나 멋졌던 것이겠지. 용의 발톱이 다섯개니 왕이 쓰던 것이구나.

 

 

이건 창덕궁 선정전 추녀 끝에 끼웠던 토수이다. 토수는 용머리 모양을 하거나 귀신 머리 모양을 한 장식 기와를 말하는데 궁이니 귀면보다는 용두였겠지. 선정전은 궁궐 전각 중 유일하게 남은 청기와 건물이다.  깔맞춤으로 푸른 토수를 사방에 끼웠나보다.

 

 

귀엽지 않은가. 정말 자세하게 그려 당시의 예를 알 수 있기도 하지만 그냥 그림 그 자체로도 좋다. 장자끄 쌍뻬 같은 일러스트레이터 부럽지 않은 도화원 화서들의 일러스트라고 생각한다.

 

 

왕세자 입학도 중의 일부이다. 원본은 아니고, 설명도판을 찍은 것. 효명세자가 성균관에 입학하여 명륜당에서 소학을 배우는 장면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표정 하나하나가 미묘하게 다른데 보는 재미가 있다.

 

 

조선시대에는 잔치를 베푼 뒤에 그 과정과 결과를 상세하게 정리하고 기록한 의궤를 편찬했다. 정조 시기를 전후로 하여 손으로 쓰던 의궤를 활자로 인쇄하게 되었다.  주요 장면과 물품등을 간략하게 그림으로 그려 목판에 새겨 찍었고, 한눈에 보기 쉽게 편집했다. 이것은 메뉴였던 듯. 단정하면서도 통통한 궁체의 아름다움.

 

 

휴대용 벼루. 도자기나 비취 옥, 수정, 금 은 등으로도 만들었다.

 

 

정조의 개인용 인장이다. 한참 전각에 빠져있을 때라 전각 사진만 엄청 찍었다. 극(極)은 임금을 뜻하는 것. 하늘의 중심 별자리 북극성을 뜻하기도 하고, 임금이 최고의 극점에서 만물을 탕탕평평하게 골고루 다스린다는 이념을 표현한 것이다. 왕권강화와 탕평의 이념 모두를 담고 있는 셈이다. 왕의 것이니 당연하지만 아름답다.

 

 

 

방형인장도 단정하고 아름답지만 기다란 타원형 도장도 아름답다. 답답하지 않게 숨구멍을 튼 것이 보인다.

 

 

밖에 나와보니 이런 것을 하고 있었다. 뭐였더라. 수문장교대식이었나.

 

 

 

근정전. 햇빛을 받아 더 하얗게 보이는 조정의 박석들. 눈이 부시지 않도록 난반사를 일으키게 일부러 반듯하지 않게 깔았다.

 

궁은 참 묘하다. 한때는 누군가 살았던 남들의 집. 집이란 사람이 직접 살면서 다듬고 고치고 계속 변화하는 것이 맛인데 궁은 껍데기만 남아있다. 그럼에도 당대 최고의 기술과 예술이 모두 모여있는 곳이다 보니 아름답긴 하다. 그러니 어딘가 공허한 아름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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