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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he Practice 2007.07.01

The Practice



집합 A,B,C의 벤다이어그램을 그리고 각각 재미있는 드라마, 진지한 드라마, 생각하길 요구하는 드라마라는 주제를 넣어본다고 가정하면, 뭐 더 수많은 집합이 있을 수 있겠지만 완성도가 높다는 건 그냥 전제로 깔자. 그러면 그 가운데 삼각형처럼 생긴, 세 집합의 교집합에 들어가는 얼마 안 되는 드라마 중 하나가 바로 이 The Practice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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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경에 우리나라 케이블에서도 Boston Justice라는 이름으로 잠시 방영되었던 이 드라마는 프로듀서인 David E. Kelly(미셸 파이퍼의 남편으로도 유명한)의 법률(혹은 법조인)을 소재로 한 드라마 시리즈 중 하나다. 본인이 대학때 법학을 전공한 이력 때문인지 이후로도 이 주제에 꽤나 큰 애착을 가지는데 이 진지하기 짝이 없는 The Practice와 엉뚱한 변호사들의 이야기인 Ally  McBeal이 97년부터 거의 동시에 한 사람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은 뇌를 완전히 분리해 전혀 상반된 성격의 두 가지 일을 함께 해내는 사람을 보는 것 만큼이나 놀랍다.

앨리 맥빌의 경우 국내 방영제목인 앨리의 사랑만들기가 더 정확한 제목이라고 생각될 정도의, 말랑말랑하고 코믹한 '변호사가 연애하는 이야기' -등장인물이 전부 싸이코인 드라마라고 표현하기도 한다-라면, 프랙티스의 경우에는 유머나 조크를 거의 완전히라고 해도 좋을만큼 배제시킨 냉정하고 건조한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이 두 시리즈는 중간에 크로스오버 에피소드도 가지고 있는데 프랙티스 쪽의 이야기는 못봤고 앨리 맥빌 쪽의 이야기는 봤다. 그땐 프랙티스를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었으므로(지금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 DVD도 판매하지 않으며 transcript 조차 별로 없다.) 이 드라마가 무척 궁금했던 난 오로지 이 에피소드를 보기 위해 앨리 맥빌을 봤는데... 매우 실망이었다. 앨리 맥빌의 분위기에 적셔진 (진지하고 이상적이던) 변호사 바비 도넬이라니.

프랙티스는 8시즌까지 진행되는 중에 큰 축이 되던 인물들이 빠지고 초반의 젊고 열성적이던 인물들이 점차 돈과 권력을 추구하게 되는 등 처음의 순수함을 잃어가는 모습-엄밀히 말하자면 그들은 처음부터 정의의 수호자가 아닌 그저 현실적으로 순수한 변호사들이었다-에 팬들이 실망도 하고 팬층도 빠져나갔던 모양으로, 8시즌에 구원투수처럼 투입된 인물이 바로 James Spader가 연기하는 앨런 쇼어다. 그러나 기존의 프랙티스의 팬들은 이 앨런 쇼어의 이죽거리는 캐릭터,  그를 중심으로 갑자기 몰아가는 분위기에 더 빠져나갔고, 그럼에도 그의 강한 흡인력에 오히려 새로운 팬들이 생긴 듯한데 David E. Kelly의 선택은 아예 그 쪽으로 밀어주자였나보다.

그래서 여기서 파생된, Spin-off 시리즈가 바로 현재 3시즌까지 방영된 Boston Legal이다. Boston Legal은 프랙티스가 던지는 이슈와 앨리 맥빌에서 한층 업그레이드 된 싸이코 캐릭터들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는데 프랙티스의 팬들은 대체로 싫어하거나 실망하는 편이고, 앨리 맥빌을 즐기던 사람들은 좋아하는 듯.

사실 쓰고 싶은 포스트는 Boston Legal에 관한 것들인데 그러려면 The Practice가 먼저일 것 같아서. 매우 띄엄띄엄 쓰겠지만 "아- 정말 재미있었다-" 류의 감상기가 아닌, 뭔가 뇌세포가 운동한 흔적을 남길 생각인데 역시 결과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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