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벽대전


 

적벽은 기다렸던 영화지만 요즘은 영화를 열렬하게 보는 일이 적다보니 놓치고 말았는데, 이렇게 놓치면 또 어지간해서는 기회가 오질 않는다. 그래서 몇 주 전의 어느 밤, 마음먹고 두 편을 연속으로 달렸다.


누락되어버린 매력적인 스토리들이 좀 안타깝고, 갑자기 급 훈훈한 마무리를 해 버리는 것이 좀 걸렸지만. 팔괘진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놀라웠다. 오호라. 저렇게 움직이는 거였구나!!! 게다가 책으로 이미 읽었다면 그게 아무리 재미있었다 해도 영화는 재미가 덜하던데. 혹은 vice versa. (즉, 재미는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될 것이냐에 많이 의지) 왜 삼국지는 다 알고 있는 이야기를 또 봐도 재미있는 걸까.

어렸을 때 유행하던 무협영화시리즈처럼, 삼국지도 시리즈로 만들어주면 좋을텐데... 이 정도 퀄리티를 유지하면서. 아니..몇 편만 더 나온대도 충분히 즐거울 듯. 올 겨울에는 삼국지를 다시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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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ie Hall, 1977

아마도 N(호칭생략)의 이야기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N 뒤에서 무지하게 잘난체하며 뭔가를 끊임없이 가르치려들던 사람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때 N은 애니홀에서의 우디 알렌이 기억났다고 했다. 영화를 기다리는 줄 우디 알렌 뒤에서 끊임없이 마셜 맥루한을 들먹이며 잘난 체하는 교수에게 본인을 데려와 한방 먹이는 것처럼 '나도 그 인물을 데려오고 싶었다'라고.

영화를 보기 전에 이런 얘기가 대화에 섞여나오게 되면 상대방의 인상깊었던 장면만 어드밴티지를 얻어 내 기억속에도 인상깊은 장면으로 남게된다. 이제 나도 내 뒷줄에서 누가 잘난체하면서 떠들면 이 장면이 기억나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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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 계 (色, 戒: Lust, Caution)


1. 훈련되지 않은 스파이가 이상이나 당위로 무장도 하지 않은 채 미인계를, 
그것도 상대는 어쩐지 사연있어 보이는 아우라를 뿜어내는 양조위라니. 쯧쯧.
그녀는 아무래도 좋았던 거다. 무대위에서의 벅찬 뜨거움을 느낄 수만 있다면.

2. 계단에서 키스하던 광위민은 정말로 후졌다.
그녀가 기술의 연마-_-를 위해 잠자리를 할 때 그 상대가 광위민이었다면,
이의 비서가 모두 파악하고 있었으므로 결과야 달라지지 않았겠지만,
과정이 아주 약간은 달라졌을 수도.

3. 푸른 수염을 가진 이.
그의 정사용 안가에는 이제 더욱 두껍게 먼지가 내려앉을 것이다.

4. 김중배의 다이아도 여자에겐 사랑이야.
"다이아엔 관심없어. 반지 낀 당신의 손이 보고 싶어."
그 표정 하나로 그는 또 한번 목숨을 건졌다.
컵을 넘치게 한 마지막 한 방울은 반지가 아니라 그의 순간적인 진심이었다.

5. 왕챠즈. 왜 너는 만지작거리던 캡슐을 삼키지 않았니.
비겁하기 싫어서?

6. 우영감. 이 인간이 제일 재수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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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A Space Odyssey ,1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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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서 재개봉한다면 꼭 보고싶은 영화 1순위.
꺄악- 이거 딱 써놓고 나니 스탠리큐브릭 회고전 한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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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o Puzo's The Godfather ,1972





대부 1편과 2편이 나온 건 내가 태어나기도 전이었지만 3편이 나왔을때의 일은 아직도 기억한다. 1,2편이 얼마나 잘 만들어진 영화인가를 그 분위기-사람들의 기대감만으로도 그냥 느낄 수 있었다. 종종 티비에서도 해줬던 것 같은데 그때의 나는 티비를 볼 수 없었고, 비디오로 1,2편을 보고 극장에 갈 정도의 조숙한 시네파일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어느새 대부 trilogy는 안보고도 아는 영화, 안봤으나 이미 본 것과도 같은 영화가 되어버렸다.

결과는 코폴라 딸 써서 망했다; 소리를 들었지만. 원래는 위노나 라이더가 캐스팅되었었다고 하지. 소피아의 연기가 나쁘다는 얘기가 없는 걸 보면 그냥 그쪽으로 원인을 돌린 것 같고 아마 이런저런 실망감이겠지? 아직 안봐서 모르겠다.



1편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다. 왼쪽으로 진행방향을 잡으면 안정감을 느끼지만 오른쪽으로 진행방향을 잡으면 뭔가 긴장감을 느끼게 된다고 하는데 그 말이 십분 와닿는다. 더군다나 앞은 키 큰 풀들이 수풀을 이루어 가로막고 있고 뒤쪽은 비어있다. 그리고 역시나, 뭔 일이 일어난다.


70년대에도 포장음식은 저렇게 해서 팔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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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비행기에 탄 32살 여자가 살아남아 벼락맞을 확률





서른 두 살은. 청춘이다! 라고 감미롭게 외치던 최미자.
남자 복 없이 한 세대를 보내고서야 로또보다 어려운 남자복이 터진다.
괜찮은 남자 김변호사와 더 괜찮은 연하의 남자 지PD.

병원에 입원해 있는 시한부 환자들조차 이 드라마가 삶의 활력소였는데
드라마가 끝나자 무슨 낙으로 살아야할지 모르겠다고 했을 정도로
잘 짜여진 이야기에 설득력 있는 전개, 코미디와 진지함의 이상적인 배합.
매력적인 캐릭터. 연기력 출중한 배우들.
이런 드라마가 또 나올까 싶을 만큼 괜찮은 드라마였다.

제목인 올드미스 다이어리는 예지원의 최미자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젊은 올드미스 세 명-예지원,오윤아,김지영의 이야기와
나이 든 올드미스 세 명-김영옥,한영숙,김혜옥의 이야기가 평행하게 진행되며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곧잘 소외시키는 노인들의 인생도 긍정적으로 아우르고,
한 집안에서 있을 법한 대소사까지 엮어 가면서도
주인공인 최미자의 연애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전화 안 받기로 악명 높은 I와 보려 했던 영화인데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전화를 안 받아 그 사이에 다른 사람과 약속이 잡혔다.
워낙 좋아했던 드라마라 영화도 기대하고 갔으나,
역시. 200회가 넘는 드라마를 2시간이 안 되는 러닝타임 속에 꾸겨 넣으니
스토리는 비약과 생략으로 어설프기 짝이 없다.
나야 이 드라마를 다 봤고 그 에피소드들을 다 기억하니까.
최미자&지PD에 대한 애정으로 넘어간다 치자.
드라마 안 보고 영화 본 사람도 과연 재미있을까?

영화화 되는 동안 둘째 할머니인 한영숙씨는 의료 사고로 숨져 오승현씨가 대신 그 역을 맡았고,
오윤아,김지영,김정민,장동직은 거의 까메오 수준의 출연 분량이다.
악역은 거의 없었던 드라마와는 달리
조연우가 미친 human. 저런 재수없는 baby 등등의 욕이 퍽퍽 튀어 나오게 만드는.
개나리, 시베리아 벌판에서 귤까먹을 십장생 박PD로 나온다.
재미없단 소리다.
맛깔스러웠던 성우들의 분량도 축소됐고.

그렇지만 내 옆에서 본 P가 휴지없냐고 물으며
대충 턱 언저리를 훔치는 모션이 시야각에 어렴풋이 잡힌 걸로 봐서
단지 내가 까칠한걸지도 몰라.
AC. 당분간 영화 보지 말아야겠다.
피튀기는 범죄 수사물이나 더 파야지 --_--

연말이라 다들 촉촉하고 외로운 감성이 물밀 듯 밀려들 오나 본데
나는 어쩌면 이렇게 dry하신지.

크고 뾰족하고 무거운 눈을 펑펑 내려주세요. 커플들 다 맞아뒈지게- 같은 리플보고
깔깔깔 뒤로 넘어가며 웃고나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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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의 문제가 아니잖아.




종종 들르는 게시판에
신나게 웃고 펑펑 울고 왔다는 글이 하루에도 몇 개씩 올라오길래.
김아중에 대한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보고 왔건만.

웬걸. 눈물은 개뿔-
'못생기고 뚱뚱한' 강한나나
'이쁘고 길쭉한' jenny나 매력 없기는 매한가지.

강한나는 자기 실수로 무당이 주사를 뒤집어써도 그다지 미안해하지 않고
(저기요...거기 수은 들었거든요 -_-;)
닦아준답시고 더 칠해 놓고는 킥킥거리고 웃고
자기 부적 빼낸다고 책상 휙 들어올려 물건 다 깨는, 배려도 낮은 민폐캐릭터.

제니는 콘서트한다고 사람들 불러 모아 놓고는
코맹맹이 고양이 소리로 죄송해요- 정말 더 이상 못하겠어요-로 시작해서는
난데없이 고해성사를 하고 무대 밑으로 내려와서 아버지를 껴안지 않나.
쇼하냐 -_- 무책임한 아마추어. 상도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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