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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구역, 피터 잭슨, 공포영화제.


내가 피터 잭슨의 영화를 처음 본 건, 처음 다닌 대학에서 한 주간 열렸던 공포영화제에서였다. 그 이전에는 있었을지 모르나, 그 이후에는 (내 기억으로는) 없었던 공포영화제. 해가 지고 난 후 어딘가의 벽에 스크린을 걸어놓고 봤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쩌면 조형관 소극장이었는지도 모른다. 하도 오래 되어서 기억이 흐릿흐릿하네 -_-;;;

요즘엔 불법 다운로드가 있지만 그때에는 보고 싶은 영화를 보는 방법은 릴을 사거나;;;, 비디오테입을 사거나 둘 중의 하나였고, 일본 대중문화 개방 이전이니까. 국내에 개봉되거나 풀린 영화라면 그때 한창 좀 나가던 아트 필름이나 헐리우드 영화들 뿐이었고, 그런 중에 정말 듣도 보도 못한 영화들을 학교에서(!) 볼 수 있다니 거기에 발을 안 담글수가. 무엇보다 내 20대 초반은 영화, 음악, 책. 이 세가지가 덕지덕지 묻어있었으니까.

그래서 그 일주일간의 군침도는 프로그램 중 고른 영화는 데드 얼라이브와 러브레터(-_-) 두 개였다. 내가 무슨 기준으로 이 두 개의 영화를 골랐는지는 전혀 기억 안난다. 어딘가에서 제목을 듣고 골랐을 수도 있고, 감독을 알고 골랐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둘 중의 하나는 그냥 막 고른거였다. 뒷걸음치다 쥐 잡았지.

정말 오래된 일인데도 아직 그 밤의 공기, 사전정보 거의 없이 고른 영화에 빠져들었던 그 날의 그 느낌이 아련하게 살아난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많은 영화를 봤지만 이건 정말 내게 특별한 기억이고, 이게 새록새록 새로운 이유는 요즘 다시 학교를 다니고 있는 입장에서 내가 얼마나 90년대 문화의 수혜자였는지에 새삼 감사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학교 특성인건지, 이 세대의 특성인건지... 재미가 없다. 그러고보면 뭐...내 세대도 나쁘진 않아...비록 졸업 무렵에는 좀 암담해졌지만.

어쨌든 그 날 봤던 두 영화는 다 좋았다. 데드 얼라이브는 공포보다는 개그였고, 피터 잭슨의 팬까지 되지는 않았지만, 피터 잭슨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반지 3부작이라는 지루한 영화를 꾹 참고 다 봤으니...

그래서 며칠 전 벼르고 벼르던 또 하나의 영화 District 9을 봤다. 뭘 좋아하게 된다고 거기에 대해 이거저거 줄줄 꿸 정도로 알아내지는 않는 성격이라 처음엔 피터 잭슨이 감독인 줄 알았는데, 감독은 닐 블롬캠프란 사람이고(모름) 제작이 피터 잭슨이다. 영화는... 환장하게 재밌었다. 이게 유쾌하게 재밌었냐면 그건 아니고 이거 저거 생각할 건덕지가 좀 있어서 재밌었다고 표현하는 건데, 그러고보면 역시 내 취향은 B급 컬트.

막상 영화 '9구역' 얘기는 안하고 영 딴 얘기만 썼다. 영화 얘기를 이제 좀 써볼까...하니까 이미 글이 너무 길어졌다. -_-  간단하게 몇 문장으로 정리해보자면,

1. 비열하고 치사한 같은 종이냐, 아니면 개념찬 다른 종이냐.
2. 그냥 개체의 특성 혹은 본능이다. 끝부분에서 인간 한 명에게 달려들던 prawn들을 보면 딱히 개념이 있지도...
3. 지금 누군가는 지구 어딘가에서 저런 재기발랄한 허구세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4. 이런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자. 춈. 다른 기억거리와 결합도 시켜가면서 (이건 스스로에게 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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