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GE

나는 일명 일드. 일본드라마를 전혀라고 해도 좋을 만큼 안좋아한다. 정말 닭살이 우두두둑 돋고, 막 못견딜 만큼 민망해져서 1화 보다가 엎은 드라마가 수두룩빵빵. 그런 증상없이 끝까지 본 일본드라마는 TRICK이 유일하다.
어제 오늘은 2008년 신작인 <체인지>를 봤는데....그러고보니 내가 기무라 타쿠야 나오는 드라마를 꽤 많이 봤다. 러브 제너레이션, 뷰티풀 라이프,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 개의 별, 히어로, 굿 럭, 그리고 체인지까지. 와... 이 정도면 팬이라고 해도 되겠네. -_) 물론 아니지만.

기무라 타쿠야의 장점은 평범함이다. 솔직히 저 얼굴과 저 몸매로 평범함을 내세우는 건 좀 반칙이다. 조인성이 우리동네 뚜레쥬르 알바하는데 인기도 없고 장사도 안 된다고 하는 것처럼 뻥냄새가 솔솔 풍기지. 근데 김탁구는 그걸 좀 잘한다. 얼굴은 좀 생겼는데 그다지 잘난 맛이 없어서 어딘지 방심하게 만들고 만만하게 보게 되고 여자한테 딱히 인기도 없고 -_- 근데 일하는 걸 보면 희한하게 열심이고, 성실하면서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급기야는 조직사회의 낡은 룰까지 바꿔버리는 혁신적인 인물. 근데 그걸 '야망'을 갖고 하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진심'이 있어서.

한마디로 하면 판타지 -,.- 아니 어쩌면 세상 곳곳에 '생활의 달인'처럼 많이 있지만,  나서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삶에 충실해서 우리가 그냥 모르고 살아가는지도.


체인지는 우리가 정치에 대해 갖고 있는 당연한 생각을 드라마로 옮겼다. 웨스트 윙과는 그 깊이가 비교도 되지 않게 아주 잔잔하게 얇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서로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개개인이 번번히 모여 반상회 하면서 추진하기엔 무리가 가는 큰 규모의 공공사업이나 잦은 정책들을 누군가가 조정하고 좀 맡아서 해주길 바라게 되는게 당연한 일. 그래서 국민들은 세금을 걷어 월급을 주며 그 일을 직업으로 가질 사람을 원하게 된다. 그게 정치인. 하지만 현실은 어디 그런가. 신석기시대부터 사유재산의 형성과 함께 권력은 존재하게 됐고 왕정으로 이어졌고, 그나마 혁명으로 끌어내린 위치가 정치인의 자리. 일하는 자리라기보다는 집권의 의미가 크다. 도대체 저 썩은 물은, 저 들어차 있는 고름은, 언제쯤 제대로 일하게 되는 거야, 저 인간들은.

웨스트 윙은 미국인이 꿈꾸는 이상적인 정치가를, 체인지는 일본인이 큰 맘먹고 그려본 존경할 만한 정치가를 보여준다. 일본인들도 자국의 정치에 염증을 느껴서인지 이 드라마 시청률이 꽤 높았다고 들었다. 아마 우리 나라도 이런 드라마 나오면 하얀거탑 저리가라일껄. 근데 우리나라는, 이런 사람이라면 참 그래도 괜찮은 정치인들이 정치를 하고 있어서 럭키 -_-  라고 할 만한 구체적인 이상형을 갖고 있는 걸까? 아....한 번쯤, 두 번쯤은 이제 우리도...하면서 다같이 꿈을 꿔봤던 것도 같은데....  실망하고 기가 막히고 지쳐서... 원. -_-  29만원 밖에 없다는 전직대통령이 '다들 힘든 시대니 하루 두끼만 먹자'는 개소리를 하질 않나.



+ 일본 드라마 보면서 힘이 빠지는 이유중 하나는 뻑하면 말하는 간바리마쇼. 간바떼 쿠다사이. 간바리마쓰. 간바떼! 때문이다. 어휴... 10편에서 김탁구가 뭐라고 한 10분 넘게 주절주절 옳고 바른말 하는데는 근육에 힘이 풀려 skip skip skip.

+ 우리나라 연예인들은 모두 라미네이트 붙여 치아성형을 해서 듣보잡 시골총각이건 머슴이건 무사건 가난한 신데렐라건 간에 씨익- 하고 웃으면 가지런한 이에 눈이 부시는데 김탁구씨는 갈색 피부와 담배 연기에 쩔은 눈동자색, 고르지 않은 치열을 자랑한다.  그게 눈에 거슬리기보다는 오히려 리얼리티가 있어서 좋다. 근데 눈썹은 춈 안다듬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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