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enninsula. Rose
장미가향차가 아닌 그냥 장미차(인사동에서 파는 그것)는 정말 별로였다. 일단 꽃이 물빠진 채 둥둥 떠다니는 걸 싫어하는데다가 꽃차는 대개 맛이 가볍다.(≠산뜻함) 기대없이 뜯은 차에서 흥미를 느낄 때가 종종 있는데, 아마도 그 의외성 때문이겠지만, 이 차는 차에 코를 대고 맡았을때 이게 어디가 rose야? 싶을 정도로 전혀 장미향이 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밀봉해놔도 향이 나더라고 하는 걸 보니 차가 그정도로 신선하진 않거나, 양이 적어서거나. 그런데 우려내고 나니 공기가 살짝 이동할때 얼핏 장미향이 스쳐지나간다. 어라, 장미 맞나보네.
오늘은 타이머를 쓰지 않아 몇 분을 우렸는지 모르겠는데 수색이 굉장히 진하다. 종종 가향차를 우려냈을때 표면에서 점성이 느껴지는 차가 있는데 이것도 그렇다. 실제로 끈적인다는 게 아니라 거품이라든가 표면장력때문인지 그렇게 보일 때가 있다. 끈적거리고 달 것 같아 보이는 엑기스의 느낌. 물론 맛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목을 타고 넘어갈때 개운하고 화-한 느낌이 있고 신기하게도 바로 그때 장미향이 난다. 마치 목으로 향을 느끼는 것 처럼. 평소 장미향은 약간 느끼하다고 생각해 오래 맡지 않지만 이건 꽤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