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305. 서울시향 마스터피스 시리즈 III
열나게 걷고 뛰고
걷고 뛰고...
세종문화회관 2층에 도착한 시각이
연주회 2분전.
티케팅 하고 들어가서
자리에 앉고 코트 벗어 무릎위에 얹자
연주회가 시작되었다. 아아.... ♡_♡
가슴이 뛰는 것이
연주회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아니면
뛰어 들어와 헐떡거리는 건지 모를
흥분 속에서 첫 곡이 시작되었다.
Alexander Borodin: Prince Igor <Polovtsian Dances>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4번 C단조
Wolfgang Amadeus Mozart,
Piano Concerto no.24 in C minor K.491
[Intermission]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
Igor Stravinsky, The Rite of Spring
(Le Sacre du Printemps)
폴로베츠인의 춤은 좋았다. 박력이 조금 부족하달까 경직되어 있달까...아쉬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실연으로 듣는 것이 더 좋은 곡이라고 생각.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은... 음... 난 모차르트 협주곡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23번보다 24번을 쪼끔 더 좋아한다. 좋아하는 만큼 실망할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해 기대치를 낮추자. 낮추고 듣자..라고 예비했지만 그래도 그렇지. 연주가 마음에 안 드니까 연주자의 우아한, 마치 발레동작과도 같은 그 왼팔의 포물선 퍼포먼스가 어찌나 눈에 거슬리던지--_-- 그런거 안 해도 좋은 연주를 할 때의 피아니스트는 섹시하고 아름답다.
한 음도 놓치지 않으리라 두 손을 모으고 땡겨앉았던 내 몸은 슬슬 등받이와 가까워지고... 어느새 내 옆자리의 남자는 졸고 있었다. 무릎 위에 손을 얹은 채 워낙 부동자세로 꿈쩍도 안 하길래 속으로 오- 이 사람 대단한데??? 라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자다가 움찔- 하고 놀라서 내가 더 놀랬다 이 사람아;;;;
인터미션 중에 가만히 앉아서 실망한 마음을 추스리고,,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이 시작되었다. 마침 밖은 봄비가 내린다. 그리고 시기는 3월 초. 정말 멋진 레퍼토리 선정이라고 생각하며 두근두근♡
상상하게 되는 좋은 연주였으며 듣다 보니 혼자만의 4차원으로 빠져서 나중엔 피식피식 웃었다-_-; 단원들은 정말 열심히 연주해주었고, 끝나자마자 1초 후 오른쪽 뒤에서 브라보! 하는 정말 멋들어진 탄성이 들렸다. 엄머. 어쩌면 저렇게 드라마틱한 순간을 포착해서 적절한 톤과 크기로 브라보를 외칠 수 있지-하며 감탄. (희한한 데에서 매료) 박수는 계속 되고 지휘자가 몇 번 왔다갔다 할 동안 사람들은 하나 둘 일어났다. 나는 팔이 아프도록 박수를 치긴 했지만 기립은 하지 않았다. 그거 뭐 아깝다고 이렇게 아끼고 있는지... 쩝-
언젠가는 연주가 끝나고 딱 1초 후, 나도 모르게 브라보! 라고 외치며 벌떡 일어나 박수를 치게 되는 연주회를 만나고 싶다.
광화문 교보빌딩에는 이런 하이쿠(로 추정)가 적혀 있었다.
부엉이여,
이것은 봄비가 아닌가.
끝부분이 잘려 아쉬운 오자와 선생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