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계정에서의 하룻밤.


도산서원으로 가는 67번 버스를 타고 50분쯤 달려 퇴계종택에서 내렸다.
우리 숙소는 종택은 아니고 퇴계선생이 50세때 짓고 살기 시작하셨다는
한서암과 장서각 옆의 고계정이다.

고계정에는 방이 세 개 있고, 대청마루가 하나 있는데
이 날 우리 독채썼다. ㅋ


여기가 우리가 잔 방. 청학실
방 자체 면적은 좁지만 내부에 가구가 없기 때문에 사실상 좁지 않다.
거기다가 대청마루를 쓸 수 있다는 건 굉장한 메리트.

버뜨. 입지가 워낙 산 속 들판이다 보니 정말 온갖 벌레들을 다 볼 수 있음 -_-


고계정은 요렇게 생겼다.
모기장을 내려놨지만 벌레들은 참 잘도 들어온다.
그렇게 꾸역꾸역 들어와서 대체 뭘 할라고 그러는지
빗자루로 쓸어도 쓸어도 들어온다. -_-


마당 앞쪽엔 이렇게 벤치가 두 개 있다.
나는 먼저 씻고 와서 옷을 갈아입고
쑴언니가 씻는 동안 이렇게 사진도 찍고
저 벤치에 앉아 책도 읽고, 주변도 둘러봤다.


앞에서 보이는 뷰는 대략 이렇다.
저 산 위의 소나무들은 정말 산수화에서 보던 그 모습이다.


하늘도 좋다.


화면에 나오지 않은 오른쪽에 샤워실이 딸린 화장실이 있고,
오른쪽부터 한서암, 장서각, 그리고 고계정.


시골이라 확실히 해가 빨리 저문다고 느껴진다.
거기나 여기나 해 저무는 시각이 뭐 얼마나 차이난다고-
아마 다른 불빛이 없어서 그렇겠지.
혹시 여기서는 노을을 볼 수 있을까 기대해본다.
당연히 못봤다. 산에 가려져서. -_-

우리는 벤치에 앉아
낮에 먹다가 포장해온 찜닭과 쑴언니가 싸 온 옥수수,
먹다 남은 버버리 찰떡을 저녁으로 먹는다.
포장할 생각이었으면 당면을 해치웠어야 했는데.
당면이 찜닭국물을 아주 쪼-옥 쪼옥 흡수했고 그걸 먹었으니...
우리는 다음날 놀랍게 변신한다.
나는 여행내내 한쪽 눈의 쌍꺼풀이 사라짐 -_-
쓰고 나니 식단이 좀 불쌍한 듯도? -_-'

그리고는 벤치 등받이에 목을 대고 밤하늘을 본다.
하늘에 별이 많다.
이 때 시각은... 꼴랑 7시 반이다. --_--

그리고 우리는 8시 20분쯤 별똥별도 본다.;;;;;
뭐야 이 동네;;;


점점 둥글어지는 달.
이게 아마 8시 반 쯤 찍은 사진일껄? -_-

벌레가 하도 많아서 대청마루로 들어가 모기향을 켜고
내 아이팟으로 노래를 들으며 따라부르기도 하고
얘기도 하고....
얘기도 하고...

아... 지겹다... -_-
시골의 밤은 너무 길다.
이제 할 일도 없고.

여행할 때마다 내가 부르짖는 소리가 있다.
난 문명이 좋아!
알라뷰 대도시! 알라뷰 서울!
아...난 진짜 시골에서 못 살 듯.
가끔 여행은 좋아. 하지만 사는 건 역시 도시.

이래서 옛날 사람들은 자식이 많았던 거다.
근데 우리는 애도 못만들고; 뭐하고 노나. -_-
걍 자자.
그래서 진짜 일찍 잠자리에 든다.

어여 잡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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