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걷기 시작




어렸을 때는 새 운동화를 정말 말 그대로 머리맡에 놔두고 잤다. 이제 나는 어렸을 때 그 운동화 가격의 대략 열 배쯤 되는 신발을 척척 살 수 있는 재력-_-과  머리맡은 커녕 상자속에 대충 넣어두는 쿨;함을 가진 어른이 되었다. 좀 씁쓸한 것 같기도 하고, 좋은 것 같기도 하고...-_-

다시 걸으려고 사물함가서 운동화를 가져왔는데 아차차. 너무 오래신어(한...5년?) 발뒤꿈치에 닿는 곳이 터진걸 깜빡했다. 겉으로 보기엔 정말 새 거 같은데. 쯥- 비오는 날 신어야지. 그래서 새로 장만한 운동화는 겨자색! 우후후-

사실 체력관리, 다이어트 이런 건 다 핑계고 난 그냥 걷는 게 좋다. 저녁 8시반쯤, 레깅스에 반바지, 후드티에 패딩을 입고 목도리를 두른다. 아. 만보기도 차야지. 아이팟도 챙기고.
옛날 동네를 지나 잘 정비된 하천가의 트랙으로 내려간다. 잠깐 고민을 한다. 근처에 사는 친구보고 같이 운동하자고 할까. 아냐. 오늘은 들러야 할 데가 있으니까 다음에 불러야겠다.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유희열의 라디오 프로그램 파일을 하나 듣는다. 웃긴 멘트에 킥킥거리고 웃으며 물에 비친 불빛도 보고, 마주보며 걸어오는 사람들의 옷차림&장비(?)도 스캔한다. 가끔 구두신고 쉭쉭거리며 걷는 아저씨 관절걱정도 대신 해주고. ㅋ- 저쪽 너머 농구하느라 몰려있는 남자사람들도 본다. 거기만 인구밀도가 확 높아 여름불빛에 모여있는 날벌레처럼도 보인다.

걷다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꽉 차 있던 마음 속에 빈 곳이 몽글몽글 생겨난다. 아...고요하고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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