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추 수프




디즈니 그림책 이야기 중에 "단추 수프"라는 게 있다. 어렸을 때 읽었던 책이니 제목도 저게 아닐 꺼고 디테일도 다르겠지만 간단히 하면 이렇다.

배가 고픈 여자아이 오리(도널드 덕같이 생긴)가 여행 중 지나가게 된 마을에서 음식을 청하지만 그 마을의 인심이 나빠 아무도 음식을 주지 않는다. 그러자 그 오리는 흥- 하는 마음으로 자기는 이 단추로 맛있는 스프를 끓일 수 있는데 당신들이 그렇게 나온다면 내가 끓이는 맛있는 단추 수프를 아무에게도 주지 않겠다. 이런 뻥+으름장을 놓는다.

마을 사람들은 어디 한 번 해보시지- 하는 마음으로 몰려들어 구경하고, 오리는 솥에 단추 하나를 넣고 끓이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처음과 달리 '과연 무슨 냄새가 나는 것 같다'는 둥 반신반의로 돌아서고 그즈음 오리는 아쉬움을 담아 말한다. "아, 이대로도 맛있겠지만 감자 몇 개만 넣으면 정말 맛있을텐데." 누군가가 그게 정말이라면 감자 몇 개쯤은 주겠다고 나선다. 이제 감자를 넣고 한참 끓이다가 또 아쉬운 목소리로 말한다. "아, 이대로도 훌륭한 단추 수프지만 당근을 넣는다면 훨씬 더 맛있는 수프가 될텐데." 또 군중 속의 누군가가 당근을 가져온다.

처음에 음식을 달라고 했을 때는 거절하던 사람들이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이것만 있으면 진짜 괜찮은-"이라는 말에 넘어가 고기, 양파, 양배추 등등 온갖 재료를 제공하게 되는데 이쯤 되니 뻥이 아니라 진짜로 맛있는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나중에는 "우리집에 뭐가 있는데 그것도 넣으면 더 맛있지 않을까?"하며 자발적으로 재료를 넣는 사람들까지 나온다. 이제 처음 솥은 이 요리를 감당할 수 없어 더 큰 솥이 등장하고, 마을 전체가 맛있는 "단추수프"를 먹게 된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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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만든 유부주머니. 다시물에 조리기 전의 사진이다. 두부와 당면에 야채 약간을 다져 넣고, 데친 미나리 줄기로 묶었다. 그런데 엄마가 개입하면서 갑자기 오징어가 한 마리 추가되고 그에 맞춰 두부 등이 추가되어 유부 한 봉지를 더 사와 넣어도 속이 줄지 않더니 나중에는 만두를 빚고 말았다.



오늘은 갑자기 깻잎튀김이 먹고 싶어져서 깻잎을 사왔다. 먹고 싶은 만큼 몇 장만 튀겨 먹고 가족들 몫의 +α정도만 더 하는 걸로 가볍게 계산하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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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엄마가 왔다갔다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_- 버섯과 감자 고구마 고추까지 튀기고 있었다.

나는 이럴 때마다 단추 하나만 넣었던 자그마한 냄비가 감자와 당근 양파 고기가 추가되며 커다란 솥으로 변하는 것을 상상한다. 제사를 지내지 않는, 명절을 딱히 거하게 보내지 않는 가풍?속에서 소박하게; 성장한 나와 대가족으로 자란 엄마의 손 크기가 다른 때문이기도 하고, 요리를 그저 한 달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이벤트성으로 벌이는 나와, 한 번 요리를 할 때 며칠 분량으로 가늠하는 주부의 입장이 다른 때문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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