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치 커피

 

사실 난 평생 커피 안 마실줄 알았다. 몸에 좋다 나쁘다 말도 많고, 고3때는 맛대가리 없는 자판기 커피를 블랙으로 마셨었지만 솔직히 향도 맛도 없는 음료로 이후로도 나에게 커피맛이란 거의 소주와 동급이었다. 게다가 먹고 나면 입안에서 담배맛 잔향 나는 것도 싫고 -_-  설탕과 프림 들어간 다방커피는 먹을때는 달달한 커피맛 음료지만 먹고 나면 유제품 특유의 찝찝함도 싫고. 이러저러한 이유로 내 인생음료는 녹차와 홍차였는데.

 

드립커피에 물을 타서 입맛에 맞는 커피를 경험해 본 후, 커피가 맛이 없는 게 아니라 내가 그동안 맛없는 커피를 마셨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세상에나, 그렇게나 오랫동안, 어쩌면 그렇게도 한결같이 맛없는 커피만 경험했던 걸까. 나 같이 맛을 밝히는 애가. 어쨌든 그렇게 드립에 살짝 맛을 들이게 되었고, 그리고 접대용으로 괜찮길래 사무실에 핸드드립세트를 갖다놓고 들르는 손님들께 핸드드립 커피를 접대하다보니 어느새 같은 층 사무실에 핸드드립 바람이 불었다 ㅋㅋㅋ 업계 특성인지 사람 특성인지 개인 물건 잘 안 놓고 경력 쌓아오신 분들이 늘 내 방(?)에 오셨다가 이건 뭐냐, 이러고 사냐고 다들 놀라심 ㅋㅋ 그러면서 에블바디 하나씩 살림살이가 늘어감 ㅋㅋㅋ 그렇게 드립대열에 합류한 직장선배가 자주가는 커피집에서 더치 커피를 사다주었다. 주거니 받거니 서로 뽐뿌하다보니 어느새 나도 더치커피를 내리고 있네? ㅋㅋㅋ

 

처음엔 향도 맛도 낯설었는데 물을 타서 마시다보니 내 입맛에 맞는 물과 얼음의 비율을 알게 되었다. 그러고보니 엄청 맛있네? ㅋㅋ 커피 안 마시고 산 그 동안의 인생이 무색하게 요즘은 계속 더치커피만 마셨다.

 

 

 

 

요건 직장선배가 선물로 준 Koke Honey. 에티오피아 예가체프인 것 같다. 더치에 알맞은 원두라고 사다주심. 더치커피를 내리다 보니 원두소비량이 많아졌다. 한동안 쌓여있던 원두를 모두 소진함 ㅋ

 

 

 

 

이 핸드밀로 꽉 차게 한 번 갈고 조금 더 갈아야 적당량이 나온다. 그냥 저기 2인분씩 두번 갈면 되는데 귀찮아서 맨날 꽉 채우고 조심해서 여는 삽질을 한다.

 

 

 

 

 

드립에 맞춰져 있던 그대로 갈았나보다. 너무 굵게 갈았어 ㅋㅋㅋ 이거보단 훨씬 더 잘게 갈아야 하는데. 

 

 

 

 

 

모카포트용 필터인가 하여간 이걸 한장 위에 깔아준다. 패이지 않고 골고루 적셔지는데 약간의 도움이 되는 듯.

이렇게 해도 윗부분은 덜 내려지는 기분이 들어 요즘은 아예 원두를 넣은 다음에 물을 한번 부어 커피를 골고루 적셔주고 필터를 깐다.

 

 

 

 

내가 쓰는 건 이와키 워터드립인데 집에서 쓰기 딱 좋다. 다만 물이 좀 빨리 떨어진다. 찾아보니 여러 가지 물조절 방법이 있던데 나는 단추로 물조절을 한다. 요리조리 잘 움직여 5~6초에 한 방울 꼴로 떨어지게  맞춘다. 그럼 더 진하고 향이 좋은 커피를 얻을 수 있다. (그래봤자 나는 물을 많이 타서 마신다는 것이 함정 ㅋ)

 

 

 

 

진~ 하게 모여지는 더치원액. 위의 서버 화살표 눈금까지 물을 맞추면 딱 4인용의 커피가 내려진다.

 

 

 

 

스윙보틀에 담아서 냉장고로~ 숙성해서 마신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는 그냥 3일안에 소비하는 편.

맛있다 맛있어~ 올해 여름은 덥지 않게 지나갔지만 그래도 30도 가까이 찍게 더울 땐 너무 많이 마셔서 생전 없던 위장장애를 겪기도 했다 ㅠㅠ 내 신체 리듬으로는 하루나 이틀에 연하게 한 잔 꼴이 딱 적당. 특히 레이디M 부띠끄의 밀 크레이프와 함께 먹으면 환상의 조합 \(´ ∇`)ノ

 

친구나 주변에 커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한 병씩 선물하는 것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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