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유희열


예전부터 유희열 좋아한다는 말을 참 기회 있을때마다 틈틈이, (틈틈히인가?) 해왔지만 여태까지는 유치하고 웃겨서 좋아했던 거고; 나이가 드니까 또 다른 면으로 새롭게 좋아진다. 근데 나는 왜 이렇게 수시로 내가 나이들었음을 강조할까? 그런다고 어디서 어른 대접 받는 것도 아니고 언제 어디서나 막내고 애면서. 하여간 유치하고 웃기고 딱히 좋은 이유를 분석하고 싶지도 않게, 그냥 좋았던 이 사람의 인간미를 재발견하는 중이라고나 할까.

그건 아마도 내가 아주 까슬까슬하도록 까칠해지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아. 인간미는 원래 좀 없었던 것 같고.
내가 그러다보니, 때로는 인간미 철철 넘치는 사람들이 좀 멍청해보이고 답답해보이고 한심해보이고 이러다가도 어느 순간 그게 확 역전되면서 어이구, 못난이는 너야 이 열라븅아. 라고 스스로에게 한번 말한 다음 +_+ 요런 눈으로 상대를 바라보게 되는 때가 있다. 아~~~~주 가끔.



누가 GQ편집장 이충걸 얘기를 해서 그 사람 글을 조금 읽어보았는데. 이 사람 내가 모르고 살아와서 그렇지, 그의 마침표 하나까지도 고스란히 닮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PAPER시절부터 팬덤과 워너비들을 거느리고 있는 스타였다. 근데 나는 이런 글에는 도통 적응이 안 된다. 몇 개 읽어봐도 무릎을 딱 친 건 본인이 여자가 아닌데 어떻게 소녀를 화자로 한 소설을 쓸 생각을 했냐- 는 질문에 '김만중은 팔선녀랑 놀아봐서 구운몽을 썼겠나.' 는 대답을 보고 으하하하- 우문현답이다, 했을 뿐. 이런 글을 세련됐다고 하는거야 정말? 하고 묻고 싶을 정도로 그냥 거부감이 확 든다.

황희정승이 소도 비교하지 말랬는데 사람을 비교하면 더 나쁜 일인 거 같지만, 뒷다마도 잘 까는 애가 새삼 착한 척 하면 부끄럽지. 응응. 이충걸 글 얘기는 유희열 글하고 비교할라고 밑밥 뿌린거다. 유희열 글들을 몇 개 읽으니 순식간에 개운- 해지네.


특히 그 중에는 유희열이 아마도 외국에 있을 때 한글자판이 안됐는지 영어로 쓴 the memory of garota라는 글이 있는데 사실 이 사람이 워낙에나 자뻑인 체하며 실제로는 겸손과 겸양을 떨어서 그렇지, 음악한다고 왔다갔다 한 게 얼만데. 당연히 영어 잘할꺼다. 그런데 나는 한국 사람이 완전히 영어로 쓴 포스트 중에 그렇게 착한 글 처음 읽어봤다. 잘난 척이라고는 한 글자도 없는 착한 안부. 이거야 원, 홀딱 반해버리겠네..

허브같이 잘 죽고 고양이처럼 뻑하면 집나가버리는 소망이긴 하지만, 돋보기 들고 구석에서 찾아야 보이는, 꾸겨진 코딱지만한 내 인간미도 좀 잘 키워보고 개발해보고 싶어졌다. 너 정말 착하고 다정하고 친절하구나.. 같은 후진 소리 듣는 인간미 말고. 그냥 억- 소리 나는 인간미;;;  너무 훌륭해서 불립문자, 그냥 경외감이 드는거지. 우하하하하하  -_)


닥치고 공부-
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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