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티스토리 블로그 결산

 

블로그를 꽤 초창기부터 해왔고,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 페이스북에 별 매력을 못 느껴 계속 드문드문이나마 블로그만을 해오고 있다. 2017년은 작은 변화도 있었고, 두 달 정도는 아팠고, 좀 쉬어가는 느낌으로 살다보니 블로그 역시 소홀했는데, 그런 중에도 이런 빅 데이터가 나왔다. 

 

 

가장 많은 건 생각. 그리고 사람. 이건 이구나 ㅋㅋㅋㅋ "이건" 이라니 ㅋㅋㅋㅋ 비슷한 걸로 '이거', '이게', '라고' 가 있다. 그리고 그것보다 큰 '보온병'과 '이어폰'이 있다 ㅋㅋㅋㅋㅋㅋ

 

모아놓고 보니 참 그럴싸하다. 생각, 사람, 기억, 사진, 취향, 시간, 느낌, 여기, 마음, 정도, 하나. 

딱히 그랬던 1년은 아니었는데.

 

블로그인에서 티스토리로 옮기길 잘했다. 네이버만큼 유난스럽지 않아 좋고. 이글루스처럼 친목에 발이 묶이는 느낌도 아니고. 딱히 다음에서 밀어주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여기서 내가 쓰고 싶은 글들을 불편한 마음 없이 끄적거릴 수 있었다. 방문객의 수나 유입경로를 보면, 나의 끄적거림이 가끔 누군가에게 정보가 되거나 해결책이 된 것도 같고.

 

내년에도 이렇게 결산 분석해주면 좋겠다. 올해와 비교해볼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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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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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일 토요일 단상

 

 

 

사진은 어제 가장 인상깊었던 깃발 ㅋ 밑에 써있는 작은 글씨는 "상식이 통하는 정의로운 세상에서 조용히 집안일 하고 싶은 사람들의 모임" 이다.

 

그 외의 일을 적어보자면

-니룡언니가 뒤에서 휴대폰하다가 촛불로 내 머리카락에 불지름 ㅋㅋㅋㅋ

-쑴언니는 노회찬 의원과 사진찍음. 상대적으로 노회찬 의원 머리 엄청 크게 나왔음 ㅋㅋㅋㅋ

-이재명 시장이 (밥먹다가 사람들이 국민의 명령이라며 내려오라고 해서) 길거리에서 연설하는 현장에 있었음.

-매번 집회때마다 신해철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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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동안의 토요일.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정말 피곤했던 한 달이었다.

 

 

11월 5일 토요일. 중고생연대의 등장. 정말 멋있었다. 얘네가 등장하자 모두가 길을 비켜줬고, 교복을 입은 중고생들은 매우 예의바르게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며 지나가는데 정말 죄송함이 느껴져서 안 죄송해도 돼- 라고 대꾸했다. 집회에서 돌아가는 길에서는 역시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광화문 뒷골목에서 쓰레기종량제 봉투를 들고 청소하는 모습을 보았다. 집회 후 남은 쓰레기를 먼저 처리하는 본보기를 보인 건 단연코 중고생들이었다. 멋지다 우리나라 학생들.

 

 

내 앞을 지나간 한 남성. 저 실루엣 때문에 임산부 or 애기아빠의 인상으로 남아있지만 이 분 굉장히 젊으시다. 이 사진 찍을때 주변 모두 꺄악 꺄악 난리였다. 집회동안 곳곳에서 우리가 가진 힘은 여유와 유머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 날은 안국동부터 광화문 일대까지 차벽이 촘촘했다. 행진은 광화문부터 종로 3가까지 걸어갔는데 들어야 할 청와대가 듣지도 않는 거기서 퇴진구호를 외치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을 정도로 뜬금없는 경로의 거리행진이었다.

 

 

 

11월 12일 토요일. 세종문화회관 근처에 무대가 마련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광화문은 여전히 차벽이다. 이 날은 지방에서 올라오는 전세버스가 모두 매진되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빽빽하게 앉아있고 유명인사를 많이 본 날이기도 하다. 박원순 시장을 보았고, 노회찬 전 의원을 보았고, 표창원 의원도 보았다. 앞뒤로 많은 사람들로 다리를 펼 수가 없어서 집에 오니 고관절이 너무 아팠다. 내내 앉아있다가 너무 아프고 힘들어서 행진을 시작했다. 광화문 광장에서 시청까지 앉아있는 사람들이 전부가 아니었다. 모든 골목마다 사람들은 각자의 집회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내자동 로터리까지 행진했다. 내가 통인시장 기름떡볶이를 사러 가는 길, 광화문 폴앤폴리나에서 빵을 사는 그 익숙한 길이 차벽에 막혀있고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래도 지난주같은 뜬금없는 경로가 아니었다. 모두가 동시에 소리를 지르면 청와대까지 들리는 거리에서 행진을 하고 있었다.

 

건물 뒤 공간에서 아픈 골반과 고관절을 쉬고 있는데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오옷? 싶었으나 나만 알아보고 주변 사람들은 아무도 못알아보길래 이상하다 싶었는데 목소리 들으니 맞다. 인사하고 나면 그 이후에 앉아있는 상황이 너무 서로 뻘쭘할거 같아 내내 가만히 있다가 일어날때 다가가서 조용히 인사했다. "작가님. 팬입니다." 그러자 수줍게 몸을 반쯤 일으켜 아. 예. 라며 고개를 숙여 화답하셨다.

 

폐끼치지 않도록 작은 목소리로 인사하긴 했지만 그 이후에 주변에서 알아봤을지도. 그런데 정말 왜들 못알아보지? 무한도전에도 나오셨고, 그 모습 그대로인데??

 

다시 광화문광장을 지나 시청쪽으로 지나가는데 이승환이 노래하고 있었다.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바로 그 자리에 깔고 앉아서 조금 더 따라부르다가 일어났다. 중학교 2학년때부터 팬이었는데, 내가 그들의 가치관이나 정견을 기준으로 음악을 좋아하지 않았음에도 좋아했던 뮤지션들이 정치적으로 실망스럽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그랬다면 내 사람보는 눈에 절망했을 거야. 나뿐이 아니겠지. 또 한 명 떠오르는 뮤지션이 있었다. 살아있었으면 반드시 가장 먼저 저 무대에 섰을 사람.

 

집으로 돌아와 오마이티비, 팩트티비를 보니 차벽에서 대치중인 경찰과 시민의 모습이 보였다. 경찰차 위로 올라간 시민인지 쁘락치인지들에게 시민들은 비폭력!과 내려와!를 외쳤다. 그 목소리에 섞여 있는 감정은 울분이다. 그동안 쁘락치들에 의해 얼마나 많은 비폭력평화시위가 난도질당했었냔 말이지. 우리는 그게 음모론이 아니라는 걸 안다. 이제 우리가 절대다수다. 쁘락치들로 조작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11월 19일 토요일. 여전히 무대는 세종대왕상 앞, 세종문화회관 근처. 이 날은 주기상 컨디션 최악이었다. 생전 처음 보는 앉아 있던 사람들이 자기 앞의 빈 공간에 들어와 앉으라며 손짓해주어 앉았고, 뒤의 사람들이 일어나며 우린 지금 일어나니 이제 편하게 다리 뻗고 앉으라고 말해주었다. 주문했던 LED 촛불이 배송되어 처음으로 써봤는데 처음엔 밝아서 좋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밝기가 줄어들었다. LED가 아닌거군. 그냥 건전지 촛불인것으로. 그리고 따뜻하지도 않았다. 클래식이 정답이다. 다시 아날로그&오리지날 양초를 들어야 할지 고민해봐야겠다.

 

이 날은 몸상태가 워낙 안좋아 행진은 무리였다. 교보문고에 들렀다 나오는데 길에 전인권의 목소리가 말 그대로 거리에 '울려' 퍼졌다. 음은 사정없이 흔들리고, 말은 발음이 웅얼거려 무슨 말인지 알아들으려면 집중해야 하고 노래인지 외침인지 알 수 없는 독특한 목소리. 그런데 정말 독보적으로 감동적이더라. 나와 반대편으로 스쳐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며 걷고 있었다.

 

 

11월 26일 토요일. 비 소식이 있긴 했지만 눈이 올 줄이야. 커뮤니티들마다 힘 빼는 게시물들이 올라왔다. '이런 날씨엔 안나가는 게 답이다.', '오늘 사람 적겠네요.' 그 말이 빡쳐서 나갔다. 진짜 바람불면 꺼지고 날씨 궂으면 안 나오는게 촛불이라고 생각할 게 뻔한 그들의 표정을 생각하니 빡쳐서. 늘 이쯤에 앉았는데 이상하게 화면이 딜레이된다 싶더라니 저게 무대가 아니었다. 무대는 광화문 앞. 늘 무대가 있던 이 곳에는 대형화면이다. 집회 나올때마다 확장되는 것을 느낀다. 청와대가 가까워지고 있다.

 

건전지촛불은 필라멘트가 끊어졌는지 맛이 갔다. 급한대로 촛불앱을 다운받아서 들었다. 역시 아날로그가 답인가. 돈은 얼마 안하지만 이런 소모품을 또 사기가 싫어졌다. 정말 추웠다. 바람이 불고 코가 시리고 이런 게 아니라 젖은 바닥에서 한기가 올라오고 무릎이 시렸다. 붙이는 핫팩을 배에 붙여서 그나마 조금 버틸만 했는데 엉덩이가 차가워서 진심으로 내 내장기관들이 걱정됐다. 제발 알아들주시길. 잘못 찍힌 도장 한 번의 대가와 연대책임이 이렇게 큽니다 여러분.

 

이 날은 4시 행진하고 6시 문화제 시작이라 분위기가 영 어수선한것이 늦게 자리잡혀서 체감하는 사람수가 전혀 많게 느껴지지 않았다. 날씨탓인지 함성소리 메아리도 작게 느껴져서 사람이 얼마나 모였는지 걱정됐다. 이번 주는 150만 목표라 하더라. 그동안의 추세로 봐서는 200만도 될거라 예상했는데 왜 겸손하게 잡는거지 생각했었다. 그런데 날씨 때문에 100만도 안될까봐 걱정돼 통신사정으로 로딩되지 않는 뉴스를 계속 새로고침하며 들어가봤다. 다행히 160만을 넘었다고 한다.

 

처음으로 청운동 주민센터까지 행진이 허용되었다. 골목길로 돌아가지 않고 그냥 세종대왕상을 지나 광화문으로 직진했는데 뻥 뚫려있었다. 내자동 로터리를 지나 청운동쪽으로 행진했지만 너무 일찍 도착해서 사람들은 멀뚱멀뚱한 상태로 모여드는 중이었다. 밥먹으면서 티비를 보니 좀 늦게 대열이 정비되고 사람들이 질서있게 집회를 하고 있더라. 그 와중에 채널이 TV조선이길래 JTBC로 바꿔달라고 했다.

 

살면서 십년 단위로 생각해보니 시위도 많이 변했다. 화염병과 최루탄을 보았고 분신도 보았다. 미선이 효순이때 처음 촛불을 들었다. 그리고 이제 너무도 당연히 촛불과 함성, 행진이다. 평화시위. 비폭력집회는 계속되어야 한다. 이게 여러 번 반복되니까 긴가민가 했던 시민들이 가족단위로 나온다. 처음엔 무섭다고 위험할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집회에 나와도 시위에 참여해도 안전하다는 걸 느낀 사람들이 자기가 경험한만큼 점점 더 많이 주변 사람들을 데리고 동참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목소리가 백만이 넘게 모여 큰 흐름이 된다. 폭력시위는 얼핏 강할 것처럼 보이지만 공포와 두려움을 밑바탕에 깔고 있고 그 다음을 보장할 수 없게 만든다.

 

매주마다 변하는 행진 허용 범위를 보며 느낀다. 시민들이 나와서 서로 연대를 확인하며 성숙해가는것이 눈에 보인다. 이 성공경험은 투표로 뽑은 정치인이 아닌 우리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다. 이런 걸 한 번 경험하면 뒤로 퇴보하기도 쉽지 않다. 모든 국민은 자기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가진다는 걸 생각해봤을 때,  이 속도의 성장이면 희망을 가질 만하다. 물론 장기전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힘들어도 지치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우리는 다음날 웃으면서 회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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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휴가에서 건져올린 것들.

이번 여름 휴가의 키워드를 뽑아보자면, 물론 아직 휴가가 끝나진 않았지만-집 앞 탐앤탐스, 한국사, 다이어트, 요리. 이렇게 4가지가 되겠다. 지난 겨울휴가에 유럽여행을 다녀와서인지 모두들 이번 여름엔 어디 안가냐, 혹은 어디 가냐가 인사였다. 왜, 대체 언젠가부터 우리나라의 휴가=여행이 되었나 하고 약간 시니컬한 마음이 드는 주제에 나조차도 누군가가 휴가라고 하면 어디 가세요? 어디 안가세요? 하고 묻는걸 보면 이건 그냥 식사하셨어요? 안녕하세요~와 비슷한 인사말이 된 모양이다. 몇 년 전부터 굳이 대답하고 싶지 않은(혹은 그럴 필요 없는) 질문에는 말도 안되는 개그나 드립으로 받아치고 있기 때문에 누가 여행 안가냐, 왜 안가냐라고 물어보면 "가난뱅이라서요" "돈이나 좀 주고 그러시든가요" 뭐 이런 태도로 대답해왔는데 슬프지만 이건 드립이 아니다. 과거 누군가 했던 말처럼 정말 농담은 언제나 절반의 진실을 담고 있는지도. 내년에 큰 돈을 쓸 계획이 있기 때문에 여행 지출은 당분간 동결해놓을 생각이다. 그리고 사실 그렇게 여행을 꼭 가야 한다. 가고 싶다-이런 생각을 원래 안한다. 막상 가면 누구보다 신나게 다니고 얘 뭐야 싶을 정도로 즐기지만 출발 과정을 즐기는 타입은 아닌거지.

 

이번 휴가의 목표 두 가지는 다이어트와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이었는데 막상 휴가가 되고 나니 내 소중한, 이 피같은 시간을 공부에 쓰기는 너무 싫어서 탱자탱자 놀았다. 개버릇 남주냐, 아니 지버릇 개주냐인가? 아무튼 최소 시간을 들여 최대 효율을 뽑으려는 게으른 생활방식으로 당연하게 몇 년 살다보니 이번에도 일단 놀고 나중에 공부한다- 자세로 놀고 놀고 또 놀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시험이 일주일 남았네? 에이 이렇게 된거 월요일에 환불; 하려고 들어가보니 50% 환불인거다. 에이 망했네. 어차피 50%인거 귀찮아라, 내일 환불해야지 했더니 화요일부터는 환불이 안되는거다 -_- 레알 망했네. 어이쿠 이젠 걍 쏟아부어서 공부해야지 하고 퇴근하고 화.수.목.금 4일을 집 앞 탐앤탐스에 가서 미친듯이 공부를 했다. 일단 책은 한 번 다 읽고 기출은 좀 풀어봐야하지 않겠나 싶어서 풀파워로 집중해서 읽고 수험생의 자세로 문제 하나하나를 씹어먹을 듯이 풀어가며 머리속에 쑤셔넣어봤으나 한국사 고급은 나처럼 오랜만에 공부하는 애가 4일만에 볼 수 있는 시험은 아니었다. ㅋㅋㅋ 아 솔직히 내심 한 구석으로는 기대했는데. 책 한 번 집중해서 보고 나면 어떻게 1급 커트라인은 넘길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건방지게 ㅋ 이 시험을 위해 열심히 노력한 수험생들에게 미안한 소리지. 게다가 시험 전전날 치아재교정에 들어가 치아가 이동하느라 아파 이틀동안 밤에 잠을 못잤고, 시험은 당연히 어려웠는데, 그 와중에 오랜만에 한 공부는 너무 재밌더라. 어이없게도. 뭐에 오랜만에 열중해서 그런가? 이틀만 더 공부했으면 싶을 정도로. 그래서 다음 시험도 보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책을 열심히 읽기보다는 기출을 분석해서 요령껏 외우면 통과할 수 있는 시험이라는 걸 알겠는데, 내가 시험점수와 자격증으로 뭐 써먹을려고 시험보는게 아니다보니 정말로 공부를 재밌게 깊이하고 머리속에 쭉 꿰어진 인과관계의 흐름과 역사에 대한 이해로, 진짜 다 알아서 시험을 잘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100점 받았네, 99점 받았네 하는 글들을 보니 나도 시험 이후에도 휘발되지 않는 단단한 내 실력으로 100점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진작 들었으면 좋았을텐데 ㅎ

 

다이어트는 현재로서는 잘 되고 있다. 워낙 시작점이 맥시멈을 찍기도 했거니와, 이번엔 정말 열심히 하고 있기도 하다. 마침 시작하던 때가 주기를 맞춰서 흐름을 잘 탔기도 하고. 가끔은 내가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이런 짓을 하고 있나... 하는 회의가 들 때도 없는건 아닌데, 목표가 분명해서 그런가. 대충 하다가 적당히 만족해버린 몇 번의 다이어트와는 달리 이번엔 꽤나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오늘부로 -5.5kg를 찍었고, 처음 목표까지는 6.6kg 남았다. 사실 여기서 2kg 정도만 더 빼면 모두가 다이어트 안해도 되지 않냐? 소리를 할 거라는 걸 알고 있는데 남 보기 좋으라고 살을 빼는 게 아니라, 내가 가장 편하게 지내던 체중으로 돌아가는 게 목표라서 올해는 저기 도달하고 유지해서 평생체중으로 삼으려고 한다. 다이어트 할때마다 느끼는 건데 당연히 체중감량의 바이블은 식이90%+운동10%라는 것. 두번째는 내가 근 10년동안 얼마나 개떡같은 식생활을 해왔는가 하는 것이다. 그 전 10년 동안은,  주변 사람들이 말하기를 '우리 다 죽어도 넌 흡혈귀처럼 탱탱하게 살고 있을거야'- 라고 말할 정도로 몸에 나쁜 짓 몸에 나쁜 것은 안먹고 살았던 거 같은데. 평생 안 먹던 디저트, 초콜렛 같은 단 것들도 자주 먹고. 밤늦게 떡볶이 먹고. 뭐 어쩌겠나. 몸은 정직하니 시간을 들여 걷어내야지.

 

그래서 슬슬 시작해야지... 하던 요리를 좀 더 본격적으로 하게 되었다. 지금 내 생활은 필요없는 물건을 줄이고 버리고 필요한 물건 중 정말 필수적이고 급한 것만 구입하기-체제로 돌입한지 3년쯤 됐는데 요리를 하다보니 별 수 없이 몇 가지 살림살이를 줄줄이 들이고 있는 중이다. 아 할 수 없지. 움직일 때 좀 짐이 되겠지만 감수하는 수 밖에. 그렇지 않으면 식생활에서 자꾸 타협을 봐야 하니까. 근데 이것도 하다보니 좀 제대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머리속에 떠오른 메뉴를 만들려고 참고하는게 아무래도 인터넷인데 만들고 나면 뭔가 아쉽다. 그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니 인터넷에 있는 레서피들은 요즘 인터넷의 정보가 대부분 그렇듯이 야매랄까. 혹은 백종원의 2쇄 3쇄 4쇄랄까. 혀에 닿는 맛만을 내기 위해 뿌리고 칠하고 흉내낸 느낌이 든다. 그게 나쁜건 아닌데, 내가 지향하는 바와는 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생각이 구체적으로 든 것은, 오랜만에 글을 쓰는 것은, 여행기부터 마무리해야한다는 부담감이 싫어 블로그를 팽개쳐두다가, 글 쓰기는 귀찮으니 글을 읽고 싶다가 아니라 지금 당장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은, 그리고 좀 요리를 제대로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어떤 사람의 책을 읽다가 자연스럽게 그 사람의 블로그를 읽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몇 가지의 부글부글 끓고 있던, 마그마같은 마음이 깊은 곳에서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내가 근 2년정도 동안 느껴온 감정이 슬럼프가 아니라 '권태'라는 것도 순간 뚜렷해졌고. 오랜만에 무언가 하고 싶고, 누군가를 샅샅이 읽어내고 싶다는 느낌이 든 것도 오랜만이다. 요즘 왜 이렇게 모든 사람과 모든 주제와 모든 것이 하나같이 시시껄렁하게 느껴지는가라는(사실은 내가 시시껄렁하기 때문이겠지) 진흙같은 감정속에 파묻혀 있다가 저 멀리서 반짝- 하고 빛나는 별을 발견한 것 같은 기분이다. 그건 저 별을 갖고 싶다라거나 저 별에 가고 싶다라거나 그런게 아니라 아. 역시. 어쩔 수 없이 캄캄한 밤하늘인줄 알고 포기했었는데 달도 있고 별도 있었어. 없는게 아니었어. 내가 어두운 쪽을 보고 있던 거였어-를 확인한 그런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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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2월도 둘째 주

직업적으로는 추수가 끝났고, 수확도 꽤 좋은 편이며, 이제는 가장 큰 숙제 두 개가 남아있다. 일의 특성상 일 년의 스케줄이라는 게 하나 해치워서 집어던지면 다음 녀석이 기다리고 있어서, 하나씩 하나씩 미션 클리어하다보면 아... 올 한해가 지나갔구나.. 하게 된다. 일의 흐름을 대강 알겠다고나 할까. 종합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한 해여서 기쁘다. 아직 자만하기는 이른 경력이기도 하고, 긴장을 늦출수가 없는 일이라 조심조심 끝까지 마무리 잘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올 한 해 어땠나. 일이 일상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걸 느꼈던 한 해였다. 이래서 사람이 어떤 일을 하고 사는지, 자신의 직업에 얼마나 만족하고 사는지가 중요하구나 하고 생각했다. 인생에 있어서 일, 사랑하는 사람-이 두 가지만 잘 선택하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했는데. 하나는 선택안했으니 제끼고, 다른 하나는 지금까지 보자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다만 일이 반 이상을 차지하는 건 별로인 것 같아 다른 부분을 좀 늘리는 것을 내년부터의 흐름으로 잡고자 한다.

 

책은 거의 못 읽었다. 일주일이면 다 읽을 줄 알고 봄부터 집에 쟁여놨던 책 3권이 연말이 다 되어가도록 그대로 있다. 내년 목표가 책 50권 읽기라고 하자 주변사람들이 놀라던데 이건 뭐라고 설명할 수도 없고... 제 딴에는 엄청 소박하고 현실적인 목표입니다요.

 

음악은 열심히 들었냐. 아니. 올해 정말로 클래식은 가끔 듣는게 전부. 대부분은 팟캐스트를 끼고 살았다. 출퇴근길에는 팟캐스트 아니면 가요를 랜덤으로 재생. 언젠가부터 한 번에 한 가지씩만 할 수 있는 종류의 인간이 되어버려 배경음악을 깔아두면 무언가에 집중할 수가 없거나, 어차피 들리지도 않으므로 음악을 깔아두는 의미가 없게 되거나여서 음악을 들으며 뭘 하지 않게 되었다. 팟캐스트를 틀어놓고 뭘 할 수도 없다. 그럼 팟캐스트가 귀에 전혀 안 들린다. -_-;; 올해 가장 열심히 들었던 것은 상반기의 '씨네타운 나인틴', 하반기의 '딴지영진공'이다. 씨네타운 나인틴은 병맛으로 들었는데 슬슬 독단적이면서도 지나치게 비장한 메인피디의 태도에 좀 지치기도 하고, 영화와는 상관없는 이야기가 많아져 흥미도 떨어지고 해서 딴지영진공으로 갈아탔는데 밝은 분위기에 적당히 균형잡힌 식견, 매니아적인 태도가 마음에 들어 현재까지 재미있게 듣고 있다. 단 묘한것은 씨네타운 나인틴에서 언급된 영화는 챙겨서 구해보고 싶었는데, 딴지영진공에서 언급되는 영화는 응.. 그래.. 하고 듣게 된다는 것.

 

영화를 많이 봤다. 읽은 책이 줄어든 만큼 시사인과 매거진M을 틈틈이 읽었고, 영화를 엄청(?) 많이 봤다. 그 대부분은 왓챠 덕분이다. 왓챠가 친구들은 추천해주지 않는 영화를 많이 추천해줬다. 이제 내 친구들은 영화를 애써 찾아보지 않기도 하고. 보는 사람들은 굳이 영화 뭐봤네, 뭐 재밌네 하고 목소리 높여 추천해주지 않기도 하고. 좋게 말하면 자기 인생이 바빠 영화같은 가상현실에 관심없는 연령대가 된거지. 또 뭐가 그렇게 신기하고 재밌지도 않은 거고. 어쨌든 이렇게 친구가 해야할 일을 자꾸 빅데이터가 해주면 언젠가는 'HER'의 호아킨 피닉스처럼 사만싸랑 연애하는 시대가 올지도 -_-

 

작년의 어마무지한 소비에 비하자면 소비도 안정권으로 들어섰다. 작년에 어지간히 사댄거지. ㅋㅋㅋ 의류구입비만 해도 가계부를 보면 헉 소리가 나온다. ㅋㅋ 거기에 비해 올해는 부족한 아이템을 채우는 식으로 가닥이 잡혔고, 모두 만족스럽다. 작년이나 올해나 많이 썼다고 해서 과소비를 했다거나 낭비를 한 건 아니고 모두 잘 쓰고 잘 입고, 잘 들고 다녀서 코딱지만큼의 후회도 없다.

 

얼마전에 감기인지 몸살인지를 살짝 앓고 난 이후로 식욕도 떨어졌다. 25살 이후로 식욕이라고는 떨어져본 적이 없는 인생을 살고 있는데, 아. 식욕이 없는 건 이런 느낌이었지.. 란 걸 오랜만에 느꼈다. 20~25살에는 씹는 게 귀찮고 챙겨먹는게 귀찮았었다. 그 이후로는 웬걸요. 먹는 건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이었지요 ㅋㅋ 지금은 그냥그냥 맛있으면 적당히 먹고, 안 그러면 별로 먹고 싶지도 않다.

 

반면 커피를 즐기게 된 것은 새로운 변화다. 처음에는 맛없고 담배냄새 나는 쓴 물-_- 이었는데, 내 입맛에 맞는 향과 농도를 찾아가면서 요즘은 거의 매일 커피를 마시며, 커피마시고 싶어. 아아아아. 커피커피커피 할 때도 한 달에 한번쯤은 생긴다. ㅋ 그러면서 홍차를 상대적으로 등한시 하고 있지만.

 

가구를 하나 새로 들였다. 빈 자리를 만들기 위해 오랫동안 부담스럽게 공간을 차지하고 있던 가구 하나를 다른 방으로 치워버리고, 가격이 좀 쎄서 큰 맘 먹고 얼리버드로 주문한 가구를 두 달이나 기다려 들였는데 매우 만족스럽다. 이건 나중에 제대로 사진 찍어서 포스팅해야지ㅎ

 

좋다. 나는 차곡차곡 나이들어가고 있다. 그동안 내가 여기저기 긁어모아놓은 것들의 일부분은 진주알처럼 실에 꿰어지는 느낌도 든다. 물론 이건 당췌 어따 써야할지 모르는 색깔의 구슬들도 굴러다닌다. 꿰어지는 것들은 튼튼하게 엮어놓고, 나머지 것들도 어떻게 어떻게 잘 조합을 이루어 발전시켜나가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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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고 사소한 쓸고 닦음

매우매우 별 것 아닌 행동이지만 다음 날 혹은 한 주의 시작을 제대로 출발선에 설 수 있게 해주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손톱에 매니큐어 깨끗하게 다시 바르고 밀리거나 긁힌 자국 없이 빤딱빤딱하게 말리기, 다음 날 가져가야 할 물건들 빠뜨리지 않고 가방안에 챙겨놓기, 입을 옷과 액세서리들 날씨에 맞춰 착착 바로 걸치고 나갈 수 있게 세팅해 놓기, 다이어리에 내일 출근하자마자 해야할 일 우선순위에 따라 리스트 정리해놓기. 코트나 겉옷에서 떨어진 단추나 스커트의 튿어진 부분 제대로 바느질 해놓기.

 

엄청 귀찮다. 진짜 귀찮아요. 이런 건 깔끔하게 안되어 있으면 해 놓고도 기분이 안 좋기 때문에 안해도 된다면 안하고 싶다. 그렇다고 누가 대신 해주는 걸 바라는 건 아닌데 그냥 내가 하기 싫다. 근데 또 해놓고 나면 기분이 좋단 말이지. 색깔이 맞는 실을 단정하게 꿰매서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탁탁 털어 옷걸이에 걸고 커버를 씌워 옷장에 넣고 나면 자- 끝났다. 아이구 기특하네. 이런 기분이 든다.

 

아... 사는 건 이런저런 귀찮고 잡스러운 일 투성이다. 누구나 하는 일의 80%는 잡일이라지만 나라는 인간을 세상에 내놓기 전에 해야하는 일은 그냥 80%도 아니고 100% 잡일인 기분이 든다. 세제를 뿌리고 거품을 내고 물을 뿌려 벅벅 씻고 물기를 닦고 이런저런 것들을 반지르르- 하게 발라서 내놓는 기분. 마치 출하되는 귤 같은 느낌이야. 게다가 이런 걸 제대로 처리해놓지 않고서는 뭘 해도 깔끔한 기분이 들지 않으면서 이거 자체는 정말 하기 귀찮다. 그런 주제에 하고 나면 뭔가 대단히 잘한 것 같아 뿌듯하고. 참 딜레마예요.

 

이제 방 정리 하고 자야지~ 이번 주도 잘 살아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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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건 즐거워요

벌써 오늘 스케줄 다 정했음. ㅋ

점심, 저녁 메뉴 다 정했음. ㅋㅋ

 

인생은 즐거워요.

하고 싶은 것도 많아요.

먹고 싶은 건 더 많아요.

 

점심엔 평양냉면, 저녁은 쫄면을 먹겠다!

반대로 할까? -_-a

아 벌써 신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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