료안지(龍安寺)


료안지는 가기 전부터 실망이란 말을 워낙 많이 들었다.
가면 딱 한 마디만 떠오른단다.
"어쩌라고. --_--"

자갈밭에 돌 몇개 얹어놓고 뭥미- 어쩌라는 건데 -_-+

나도 어느 정도는 그런 느낌을 받을 각오를 했다.
그래도 보고 뭥미가 안보고 로망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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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자 마자 이런 연못이 넓게 펼쳐져있다. 아... 좋다.
여태까지 봤던 연못중에 난 료안지 연못이 가장 좋았다.
석정이 뭥미여도 이거 하난 건지겠구나 하는 생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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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정으로 들어가기 전 석정을 축소해 놓은 모형.
아 이대로라면 정말 뭥미겠는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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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렇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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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실물은 좋다.

난 딱 이 자리, 이 장면이 정면으로 들어오는 자리에 앉아 기둥에 기대 한참 바라볼 수 있었다.
저 벽은 일종의 오일이 배어나오면서 자연스럽게 저런 무늬가 생긴 것이라고.

담장 너머로 넘어온 저 나무가 바람에 따라 아주 조금씩 살랑거려 이것이 현실이고 시간이 간다는 걸 알려줄 뿐,
주변엔 모두 낯선 사람들 뿐이고, 뭔가 다른 곳으로 넘어와버린 듯 굉장히 이질적이고 이상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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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3-2-3으로 배치되어 있는 15개의 돌은 어느 위치에서도 한 번에 볼 수 없다.
이것은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다. 인간은 완전하지 않다. 라는 가르침이라고도 하고,
마치 어미 호랑이가 새끼를 물고 건너는 듯한 형상이라고 해서.
이 호조정원을 새끼 호랑이가 물을 건너는 정원虎の子渡しの庭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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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나는 15개의 돌을 찾으려고도, 한눈에 다 보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내가 여기서 가진 건 정신을 볕에 널어 말리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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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앉아 있었는지 모르겠는데, 언니랑 영윤이를 찾아야겠다 싶어 일어났더니 이쪽에 있었다.
언니는 료안지가 들을까봐 뒷다마라도 하듯 소근소근;
 "솔직히 나 여기 좋은거 잘 모르겠어. 어쩌라고-하는 생각이 들어 -_-",  이 솔직한 사람.
어쩌라고 한명 추가요~

나도 뭐가 어떻게 좋은 지는 잘 모르겠다(나는 좋았지만)
하지만 가레산스이 정원은 그것만 있어서는 안 되는 것 같다.
경내에 연못으로 된 정원이건, 보통의 나무와 이끼와 돌로 된 정원이건, 함께 갖춰져야 하는 것 같다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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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안지의 경우에는 연못이고.
이 연못을 교요치(鏡容池)라고 하는데, 들어갈 때 보았던 연못을 順路를 따르다 보면 다시 만나게 된다.
그 이름처럼, 호수에 얼굴을 비춰보면 들어갈 때와 나올때의 표정이 다르다고.
료안지를 본 후에는 사람의 표정이 더 풍요로워진다고 한다.

나는 내 얼굴을 비춰보진 않았지만 그 느낌은 기억한다.
가슴께에서 일렁일렁거리던 것들이 배꼽근처로 묵직하게 내려앉은, 고요한 느낌.
이 곳의 석정은 다른 곳에서 마주쳤던 여러 가레산스이 정원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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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을 시작하면서 쑴씨와 내가 동의했던 것은
이름난 곳을 발도장만 찍는 여행은 하지 말자는 거였다.
좀 여유를 갖고 즐기고, 찬찬히 보고 느끼고 그러자.

정해진 날짜에 비해 많은 곳을 다녔지만 별로 서두르거나 조급해하진 않았다.
단, 그러다보니 희생되는 것은 일정 후의 시간과 점심 식사.
밤에 얘기라도 하다가 자면 다음 날 피곤해서 머리가 멍-하니 그냥 자고,
점심식사는 전날이나 당일 아침 준비해 간 빵과 생수로 떼웠는데.
이 날의 점심은 지하철 역 베이커리에서 산 메론빵.
왼쪽(영윤이 손)은 메론모양(어디가?-_-) 빵, 오른쪽(쑴씨 손)은 메론맛-_-빵.

근데 언니는 무슨 빵이었길래 사진이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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