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나도 녹차는 다른 음료랑은 다르게 뭔가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그건 녹차 그 자체가 뭐 그렇게 대단하고 특별한 힘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우리가 녹차를 마실 때 갖는 예의와 문화, 무엇보다 내가 녹차를 접하면서 함께 세트로 딸려들어온 녹차를 마시는 방법, 경험적으로 반복 학습된 분위기-이런 것들 때문이겠지. 가라앉은 듯한 공기와 조용한 순간. 다른 것보다 녹차의 향, 빛깔, 맛을 음미하는 데 집중하는 것.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며칠 전 본 다큐멘터리에서 녹차전문가가 녹차 한 잔에는 우주가 들어있고 삼라만상의 어쩌구이니 마실 때는 뭐 어쩌구저쩌구...해야 한다고 외국인에게 강요하는데...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 같았다. -_-;


우치다 미츠코 여사께서 피아노 소나타 8 번 K.310 A minor에 대해 이야기하고 계심. 정말 모차르트의 깊은 슬픔과 절망, 회한, 아쉬움, 그 모든 것을 이해하는 듯 제스쳐에 무게를 담아 이야기하는데... 그건 또 희한하게 와닿더란 말이지. 그건 여사의 말에 진실성이 담겨 있기도 했지만 모차르트의 음악이 그런 것을 전혀 노골적으로 자랑하지 않는, 그렇다고 그걸 꽁꽁 숨기고 묻어 트라우마로 만들기보다는 그냥 그건 그것대로 긍정하고 지나가는 의연함을 갖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뒤늦은 새해 다짐. 즐겁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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