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228. 서울시향 합창

이제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례행사.

지휘는 크리스토퍼 에셴바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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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의 기록 CD 세번째


CD 정리를 하지 않았다면 앞으로 몇 년, 혹은 십 몇년을 있는지도 모르고 살았을 것들이 나왔다. 예전에 알고 지냈던 고마운 분들이 내가 그때 그때 흥미를 가지던 연주자나 작곡가들의 음반을 구워준 것들인데 mp3파일이 아닌 음악파일로 구워주어서 정보가 다 살아있었다. 내가 그때 그들과 무슨 이야기를 주고 받았었는지도 짐작이 가는 음반들. 



사실 이것 말고도 아예 음반 표지와 뒷면까지 그대로 컬러프린트로 아주 음반을 만들어준 것도 몇 개 있는데 그건 다음 기회에. 몇 번을 생각해도 대단하다. 나는 지금 그렇게 하라고 해도 못 할 듯. 우와 고마워요...한참이 지나 닿지도 않을 상대들에게 새삼 감사의 마음을 보냅니다. 


다시 내 CD들로 넘어와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폴리니

-피아노 소나타, 제르킨

-오이스트라흐와 오보린이 함께한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

-베토벤과 험멜의 피아노 트리오들. 바트 반 오르트+테라카도 료+히데미 스즈키의 시대악기연주

-베토벤 피협 5번 & 차이콥스키 심포니 4번-길렐스 뵘

-베토벤 현사, 하겐 쿼텟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호로비츠

-베토벤 디아벨리 변주곡, 소콜로프. 이건 DVD도 갖고 있다가 처분했다.

-리히테르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브람스들


-브람스 피협 2번, 차이콥 피협 1번-호로비츠와 토스카니니

-브람스 심포니 2번과 3번, 브루노 발터

-토스카니니의 브람스 교향곡 전곡

-브람스 심포니 4번, 카를로스 클라이버



추운나라 사람들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과 로미오+줄리엣, 플레트뇨프

-리히테르의 차이코프스키 사계

-차이코프스키 피협, 프로코피에프 피협, 아르헤리치

-볼로도스 차이콥 피협 1번,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솔로, 지휘자는 세이지 오자와, 베를린필

-라흐마니노프 심포니 1+2+3번

-볼로도스 라흐마니노프 피협 3번

-20세기 위대한 지휘자 시리즈, 유진 오먼디 




쇼팽

-쇼팽과 존필드 녹턴. 바트 반 오르트

-쇼팽 에뛰드, 폴리니

-쇼팽 프렐류드, 소콜로프

-최애 음반 중 하나라 망설였던, 삼송 프랑수아의 쇼팽 피협

-코르토의 쇼팽 전집



말러

-6번, 카라얀

-5번. 노이만

-6번. 텐슈테트

-2번. 텐슈테트

-1번. 쿠벨릭



일본 직수입반이 여러개인데 얘네들은 저 가격표처럼 보이는 띠지를 버렸으면 처분불가 ㅋ



왜냐면 바로 거기에 바코드가 있기 때문 ㅎ



이렇게 전용 가방(사실은 간식가방 ㅋ)에 담아서 쫄래쫄래 출근을 한다. 

그런데 이 날은 여기에 담아서 사진찍고 나자, 에이 더 정리하자 싶어 큰 가방으로 바로 옮겨담았다 ㅋ



그렇게 정리하게 된 박스셋들.

-리히테르의 프라하박스. 15장 세트

-호로비츠의 DG 컴플릿, 6장 세트

-미켈란젤리의 DG 박스, 8장 세트

-리히테르 브릴리언트 박스, 러시아 연주자 시리즈 5장 세트.



내가 이 음반을 정리하게 될 줄이야. 

한때는 품절이어서 구하기 어려웠던 희귀템. 

종이집도 이렇게 예쁘다. 알판도 예쁨. 음악은 더 예쁨 ㅎ



또 다시 베토벤들.


-카라얀+오이스트라흐,로스트로포비치,리히테르의 베토벤 트리플, 브람스 더블

-푸르트뱅글러의 합창교향곡, 바이로이트 실황. 네 바로 그것.

-베토벤 후기 소나타, 폴리니. 

-베토벤 6번. 카를로스 클라이버

-하이든 교향곡 88번에서 92번까지. 지기스발트 쿠이켄

-미켈란젤리의 이것저것 ㅋ

-리파티의 이것저것

-호로비츠의 메트 공연. 


좋아했던 피아니스트들은 정리해도 정리해도 여기저기서 끊임없이 나온다. 



-애니 피셔의 슈베르트 리스트 소나타

-슈베르트 피아노 트리오, 쉬프

-슈베르트 방랑자판타지, 폴리니

-슈베르트 즉흥곡, 루푸

-슈베르트 디베르티스망, 슈타이어와 류비모프

-BBC 레전드는 한 장만 남긴 줄 알았는데 또 나왔다. 리히테르의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슈만과 리스트


-슈만 교향곡 4번과 푸르트뱅글러 교향곡 2번 

-슈만 다비드동맹무곡집과 교향적연습곡, 쉬프

-슈만 피아노퀸텟과 현사. 폴 굴다와 하겐 쿼텟

-슈만 현사. 하겐 쿼텟

-슈만 현사. 제헤트마이어 쿼텟

-리스트 피협,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리히테르와 콘드라신

-리스트 단테소나타, 플레트뇨프



-멘델스존 실내악. 

-브루흐와 멘델스존, 벵게로프

-차이콥스키 6번, 첼리비다케

-리디스커버드 시리즈, 하이페츠, 리히테르, 프라이스

-마지막은 뜬금 콜트레인 ㅋㅋ


이렇게 CD정리가 일단 끝났다. 40퍼센트 정도 정리한 것 같다. CD장에 듬성듬성 빈 곳이 생겼다. 아직도 많이 남았는데 앞으로 찔끔찔끔 정리되거나, 그게 아니면 개인간거래를 해야 하는데 넘나 귀찮으므로 안할 가능성이 높다. 알라딘에서 한 방에 가능하니까 그나마 한거지.


물건을 워낙 깨끗하게 쓰는 성격이라(특별히 유난스럽게 소중하게 다루는 것이 아님) 대부분의 CD들은 알라딘 판매시 최상등급을 받았고, 그 돈들은 모두 적금으로 쌓였다. 


처음부터 오로지 듣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3-40장하고 지겨워서 나가떨어졌을텐데. 이걸 끝으로 내보낸다고 생각하니 어딘가 아련하고 애틋해서 한 번 더 쳐다보게 되고 얽힌 추억들도 떠올려보고, 그때의 나도 다시 생각하고, 새롭게 듣게 되고..그렇게 여기까지 하게 됐다. 


출퇴근길에, 혹은 무슨 이유로든 나가는 길에 휴대폰에 넣을 앨범들을 고르고, 그렇게 넣은 앨범들 중에 골라듣는 것이, 그리고 오랜만에 새롭게 감동에 빠지는 것 모두가 오랜만에 행복했다.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용돈과 음악과 추억을 주었어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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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의 기록 CD 두번째

늘 광화문점을 이용하다가 퇴근길 직장 근처에 있는 알라딘 지점을 이용하는 것으로 바꿨다. 그렇게 하면 퇴근경로가 살짝 바뀌지만 뭐. 접근성이 좋으니까. 대신 거추장스러워 한 번에 많은 CD를 들고 나가진 못하고. 



-엠마누엘 포이어만의 희귀레코딩

-알렉세이 류비모프의 Der Bote

-굴드와 번스타인이 함께 한 브람스 피협 1번

-하이페츠의 베토벤과 브람스 바협

-하이페츠 컬렉션 22번 쇼피스. 랄로.생상.쇼송 등

-하이페츠 컬렉션 29번 베토벤 트리오 with 루빈스타인, 포이어만

-베르디의 일트로바토레

-루빈스타인 컬렉션 2번 

-살바토레 아카르도의 파가니니 바협

-낙소스에서 나온 포이어만의 드보르작과 하이든 첼로협주곡


하이페츠와 포이어만에 빠져있을 때 사들인 게 너무 티나는 리스트 ㅋ 그래도 저 포이어만의 희귀레코딩은 정말 팬심 아니면 듣기 힘든 녹음상태이다. 지지난주인가 듣다가 잠들어버렸다. 부틀렉으로 돌던 걸 수집해 만들었나 싶을 정도. 하이페츠 컬렉션은 저 당시 폐반되던 때라 눈에 보이는대로 사들였는데, 전집의 특성상 한꺼번에 팔면 중고로 넘길 수가 있지만 이렇게 낱장으로는 팔기가 어렵다. 그래서 팔지 못한 컬렉션이 9장 정도 남았다.



이건 좀 고민했으나 처분하는 것으로. 역시 전집상태로는 처분이 가능한데 낱장으로 찍어보니 매입불가가 많더라. 



레코딩을 매우 좋아하지 않아 신비주의까지 더해진 세르주 첼리비다케의 브루크너 전집. 그래서 이 전집 나올 때 브루크너 열풍도 더해져 아주 다들 들썩들썩 난리였다. 난 그 때 산 건 아니고, 한참 나중에 샀지만. 음반 표지는 모두 일본 교토에 있는 료안지이다. 부클릿에는 일본선승(유명인일수도 있으나 나는 모름)과 차를 마시는 사진도 있다. 




교향곡 3.4.5.6.7.8.9번과 미사 F단조. 전부 료안지 사진이 맞나? 9번은 왜 아닌거 같지. 지금 알아보긴 귀찮으므로 아니면 나중에 수정. 

 



오이겐 요훔의 콘세르트헤보우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100주년 음반.

역시 브루크너 교향곡 4번, 5번, 6번



재즈도 약간 정리. 

-드러머 아트 블레키의 아프리칸 비트

-모 베터 블루스 OST

-팻 메쓰니의 First Circle

-팻 메쓰니의 The Road To You

-키쓰자렛의 Still LIve

-키쓰자렛의 My Song

-키쓰자렛의 Tokyo '96

-김광민 1집 지구에서 온 편지

-딜로니어스 몽크의 Thelonious Alone in San Francisco

-앙드레 프레빈 트리오의 Like Previn!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의 We Get Requests


팻메쓰니, 키쓰자렛은 정말 열심히 들었으니까 당연히 얽힌 추억도 많아 잠시 떠올리고 정리. 김광민은 악보까지 구해 열심히 쳤었고. 나머지도 아쉽지 않다. 아트 블레키는 어렸을 때, 재즈 한참 듣던 때 악기별로 깊이 있게 들어보고 싶어서 샀으나 그렇게까지 정직한 아프리칸 비트 음반일 줄 몰랐지 ㅎ



유일하게 사진찍는걸 깜빡했는데 국악과 가요도 정리 ㅋ

-박동진의 흥보가 1

-박동진의 흥보가2

-정대석의 거문고 독주 '가즌회상'

-유희열 토이 2집

-이규호 1집 Alterego

-윤종신 5집 愚

-이소라 2집 영화에서처럼



흥보가는 국악 한참 좋아하던 때에 5대 판소리 완청해보려고 흥보가부터 야심차게 시작해보았으나 벽을 도저히 넘지 못함 ㅋㅋㅋㅋ 원래 사람 목소리 잘 안 듣는 취향에 일단 대본을 보지 않으면 뭔소린지도 잘 모르겠고, 영 흥미가 생기지 않아서 흥보가로 끝. 한... 두 번 들었나? 흥보가만 권1, 권2로 나눠져있고 총 CD 다섯장이다 ㅋ. 정대석은 거문고에서는 손꼽히는 연주자고 가야금, 거문고를 좋아해서 산조, 정악 가리지 않고 듣는데 가즌회상은 의외로 좀 취향이 아니었다. 가요는 워낙에 비중도 적었고, 그나마도 예전에 정리를 많이 하기도 했고, 남은 것 중엔 매입불가 ㅋㅋ가 많아 일단 이거 네 개만 정리했는데 정리하는 김에 한 번 쭉 들어보았다.


우왓! 확실히 이 쪽은 트렌드가 빨리 변하다보니 90년대 음악은 이미 너무 촌스러워져서;;;; 

도저히 못듣겠더라;;;;;;;;;;;;; (였지만 괴로워하며 일단 한 번씩은 끝까지 들음)




모차르트 정리.  

-레퀴엠. 뵘

-피가로의 결혼, 에리히 클라이버

-폴리니와 뵘의 모피협 19번과 23번

-미켈란젤리의 모피협 13번과 23번

-페라이어와 루푸의 두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2피아노 4핸즈 

-페라이어와 루푸의 모차르트와 슈베르트 2피아노 4핸즈



사실 K.608과 K.501은 같은 녹음. 당시에도 호갱이 될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하다 샀던 것으로 기억. 이 정도 하고 나니 이제 듬성듬성 빈 칸이 생겼다. 리핑하면서, 출퇴근하면서 이것저것 계속 듣게 되는 것도 또 하나의 수확. 그리고 원래 정리하면 정리할수록 더 정리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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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의 기록. 드디어 CD의 차례

덕후의 기질을 타고나지 않아, 그 무엇도 덕후에 이르지 못했고, 매니아까지도 다다르지 않았고, 기껏해야 애호가 정도이다. 그래서 불만이냐면, 어렸을때는 조금 섭섭했던 것도 같은데 지금은 아니다. 덕후의 기질을 타고나지 않아 매우 만족한다. ㅎ 나는 지금의 내가 좋아.


진심으로 나는 미니멀리스트라, 물건을 버리고 정리하는데 전혀 거리낌이 없다. 대개 마음정리가 끝난 상태이므로 미련도 없고 후회도 없다. 그 와중에도 이 긴 세월동안 CD만이, 마치 건드리지 않은 성역처럼 남아있었다. 오히려 물건이 많으면 스트레스를 받는 성격이라 어느 정도가 되면 바로 정리해버리는데 CD는 예외인가. 많아도 거슬리지 않나보군. 잘하면 평생도 가겠어-라고 생각했었는데 드디어 거슬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번 달에 대대적으로 정리를.


예전에 H가 그랬었다. 자기는 레퍼토리별로 결정반 하나만 남기고 다 정리한다고. 인생은 짧고 자기가 그렇게 많은 것을 누릴 수 없다는 걸 안다고. 정말 좋은 것만 듣기에도 주어진 시간이 짧다.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한다면 많은 것을 듣기보다는 좋은 것을 여러 번 듣기로 했다-는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지만 대략 그런 말이었다. 나중에야 알았지. 그는 나보다 먼저 어른의 세계로 들어간 거라는 걸. 하지만 그 말을 들었을 당시 나는 비슷한 나이였음에도 아직 어른이 아니었고, 그 말을 한 그를 진정으로 이해하기보다는 약간의 쓸쓸하게도 보이는 그 표정에서 나는 저런 표정을 짓지 말아야지. 계속 이렇게 욕심부리며 와구와구 듣고 살아야지. 라는 얼척없는 다짐을 했었다. ㅋ


아무튼. 나는 드디어. 음반정리를 하게 됐다. 처음에만 해도 몇 가지의 원칙을 세워놓고 정리할 생각이었지만 하다보니 그냥 마구 하게 되었다. ㅋ 무원칙 중의 원칙이라면

 

  • 당연하게도, 정리하기 전엔 CD를 리핑한다. 무손실 음원 그런거 없다. 그냥 mp3로 리핑. 기존에 m4a로 해놓은 게 있다면 지우고 다시. 

  • 앨범사진은 구글링으로 다운받아 그때그때 정보에 추가하는 것으로. 이것도 나중에 한꺼번에 하려면 일이라 안 하게 된다. 안해도 전혀 상관없지만 역시 음악을 들을때 앨범 사진이 뜨는 것과 안 뜨는 것은 맛이 다르다. 구글링해보니 아마존의 표지 사진이 가장 쓸만 하기도 하고 맨 처음으로 나오기도 해서 결국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 판매는 알라딘으로. 개인간 거래가 가격이 후하게 쳐지겠지만 배송도, 팔리지 않고 남는 것도 귀찮다. 그냥 싸그리 알라딘에서 했고, 온라인도 아닌 그냥 광화문 나갈 때 마다 가능한 만큼 들고 갔다. (알라딘 앱을 설치하면 바코드를 촬영해 매우 쉽게 미리 가격을 알아볼 수 있다.)

  • 갖고 있는 음반들을 하루에 한 장씩 듣는다고 해도 3년은 걸리겠고, 그래도 한 음반을 세 번은 들어봐야지 생각하면 10년은 되겠더라 ㅋ 그럴 수는 없지. 그래서 일단은 반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처음에만 해도 다 들으면서 한 장 한 장 사진 찍을 생각이었다. 앞으로 할 일의 노동량과 소요시간을 우습게 본 거지. ㅋㅋ 칼 리히터의 마태수난곡은 살아남았다. 나한테 마태수난곡은 이게 결정반이다. 그러니 이건 아직 더 갖고 있어보기로. 



나는 한 때 마태수난곡을 정말정말 열심히 들었다. 한....25~30종류 쯤을 몇 달을 들은 듯. 요한수난곡도 만만치 않게 들었고 더 안들어도 되겠다고 결론내렸다. 그래서 이건 방출하고 싶었으나, 알라딘에 매입불가라 살아남았다 ㅋ



마태수난곡은 리히터가 결정반이라면 미사B단조는 오자와 세이지가 결정반이다. 



이것도 알라딘 매입불가라 살아남음 ㅋ KBS명연주 명음반인가. 그 아저씨가 네빌 마리너가 지휘하는 세인트 마틴 인더 필즈- 라고 소개하면 엄청 있어보였는데 ㅋ 



요훔도 매입불가라 살아남음. 다시 들어봤는데 나쁘진 않다. 한때 미사B단조를 또 그렇게 팠었는데 ㅎ 미사 B단조는 사실 거의 다 좋다. 엥간히 실력이 없으면 이 곡에 도전하지 않아서- 로 결론내렸다. 



결국 미사B단조에서는 레온하르트, 패롯 방출



한 때 칸타타에 빠져 있을때가 있었어서. 특히 82번이 많다. 하지만 이걸 들을바에 마태수난곡을 한 번 더 듣겠지.



문제는 이 녀석이다 ㅋㅋㅋㅋ 칸타타 컴플릿. 당시 풍월당에 딱 3 set 들어왔었는데 그 중의 한 개를 내가 산 거다. 60장이다 60장 ㅋㅋㅋㅋ 이거 살 때 옆에서 침흘리면서 망설이던 S씨가 절대 다 못들을걸요- 했었는데. 그땐 부러워서 그러죠? 라고 받아쳤으나, 네. 다 못들었습니다 ㅋㅋㅋㅋ 원래가 성악곡 안 좋아하는 취향인데 꾹꾹 참고 들어봤으나 지겨워서 20장 넘기기가 힘들었다.



이것만 해도 꽤 무게가 나가는데 중고매장에 들고가니 알라딘 직원이 열어보고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어이쿠야 ㅋ 미안해요;;;; 이런 거 들고 와서. 직원들도 확인하고 등급판정을 해야 하는데 판정하는 동안 저쪽가서 책 보시라고 하더니 두 명이서 하나씩 다 꺼내봤다 ㅠ



바흐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부 리핑하면서 한 번씩 다 들어보고 결정했다. 사실 듣기 전엔 밀스타인만 남기는 걸로 마음을 정해놨었다. 파르티타 3번을 특히 좋아하는데 이 곡의 마무리는 밀스타인이 정말 기가 막히다. 그래서 하이페츠를 마지막으로 한 번 들어볼까? 하고 듣는 순간 어이쿠야. 역시 이 분은... 바이올린의 신이시다. 도저히 놓아드릴 수가 없다;; 해서 예외적으로 두 개 남기는 것으로. 



테츨라프와 쿠이켄 방출. 하이페츠가 스륵스륵스륵 슝슝슝 한다면 테츨라프는 벅벅벅벅 한다. 매우 속주를 하고 잘하지만 음......미안해요 하이페츠랑 비교해서. 하이페츠는 바이올린의 신님인데. 쿠이켄은 처음부터 건조한 녹음이 위산분비 되는 느낌이어서 오랜 세월 고민해왔으나, 이 중에선 가장 오래된 거고 정말 어렸을 때 산거라 조금 망설였지만 추억으로 버티기엔 여태까지의 시간도 충분한 듯.



17장으로 된 오르간작품 컴플릿. 박스set은 웬만하면 방출하기로.  



무반주 바이올린, 무반주 첼로- 이런 식으로 두 곡이 같이 묶이는 경우가 많지만 난 바이올린 소나타 &파르티타가 압도적으로 좋다. 첼로 솔로는 둘 다 방출하기로. 둘 다 방출해도 안너 빌스마 세트에 이 곡이 또 있다 ㅠ



건반으로 넘어와서 Well Tempered Clavier, WTC는 특히 좋아하는 곡인데 굴드를 남기기로 결정. 존 루이스가 재즈 버전으로 한 4장짜리 녹음이 있는데 그건 일본음반이라 방출불가여서 같이 남김 ㅋ 투렉은 정말 좋아하지만 방출.



리히테르는 좋아하는 연주자이지만 역시 방출. 이 녹음은 일명 목욕탕 녹음으로 호불호가 크게 갈린다. 옛날에는 녹음보다 연주에 중점을 둬서 이것도 나름대로 좋아했는데 이젠 늙어서 그런건지 녹음이 선명한게 좋다. 



여기서부터 귀찮아져서 남기는 것들은 안 찍음. 방출되는 것만. 


골트베르크. 에라 모르겠다 이제 앞면은 찍지도 않는다 ㅋㅋㅋ 골트베르크를 엄청 좋아하는게 아닌데 이상하게 많다. 굴드와 역시 방출이 안 되는 존루이스&미라냐 루이스의 재즈버전, 버지니아 블랙, 레온하르트를 남기고 다 방출. 깔끔하게 하나만 남기고 싶은데 마음대로 안 되네 ㅎ


그 와중에 낙소스의 예뇌 얀도는 다시 들어보니까 너무 좋더라. 스콧 로스도 좋아하는 거라 조금 고민했다. 버진녹음 말고 에라토의 라이브 버전이 가장 좋아하는 것 중의 하나라 진지하게 고민했으나 이미 갖고 있는 것도 많다. 어차피 파일은 남기니까 계속 들으면 되고. 왼쪽부터 차례로 시츠코베스키의 현악편곡버전, 버진에서 나온 스콧 로스, 낙소스의 예뇌 얀도, 마리아 티포, 키쓰 자렛(그 키쓰 자렛 맞다. 재즈는 1도 묻지 않은 하프시코드 연주), 에라토의 스콧 로스 라이브, 피에르 앙타이, 투렉, 쉬프, 페라이어.



프랑스 모음곡은 잉그리드 헤블러가 결정반이므로 방출. 그리고 쉬프는 내 취향이 아니다.



왼쪽부터 차례로 굴드의 파르티타 프렐류드&푸가, 로버트 힐의 크로마틱 푸가와 등등, 굴드의 프랑스 모음곡(굴드를 좋아하지만 이 곡에선 헤블러에게 밀린다), 역시 낙소스에서 나온 로버트 힐의 하프시코드 협주곡. 이때 한참 로버트 레빈과 로버트 힐에 빠져있었다. 로잘린 투렉의 솔로워크, 낙소스의 바이올린과 하프시코드를 위한 소나타는 루시 반 다엘, 굴드의 인벤션, 쿠프만의 인벤션, 영국모음곡 굴드, 키보드 협주곡(=하프시코드 협주곡) 굴드, 그리고 괴벨 박스. 괴벨 박스도 좋아하는 거라 남길까 했는데 막상 다시 들어보니 내보내도 되겠더라 ㅋㅋ



음악의 헌정. 소느리 앙상블(이렇게 읽는게 맞나), 조르디 사발, 엔리코 가티, 쿠이켄과 그의 친구들

음악의 헌정은 원래도 좋아하는데 또 이 기회에 며칠을 빠져서 들었다. 이것들은 다 방출.



푸가의 기법. 음악의 헌정이나 푸가의 기법이나 바흐의 다른 곡들에선 느껴지지 않는 뭔가 퇴폐미가 있다 ㅋㅋ 전엔 푸가의 기법이 더 취향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들어보니 음악의 헌정 쪽이 또 더 좋더라. 오락가락 한다. 켈러 콰르텟. 굴드. 소콜로프. 코롤료프 이 중에서 베스트는 코롤료프였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들어보니 또 긴가민가 싶더라. 암튼 다 방출.



여기까지가 바흐. 바흐가 딱 반으로 줄었다. 



다음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건 역시나 모차르트와 베토벤인데 손대기가 겁나서 일단 절대 내보낼 토스카니니 박스부터. 이건 다섯장짜리. 열심히 리핑하는데 마지막 케이스가 비어있어 헐? 뭐지?  마침 집에 놀러온 오빠한테 베토벤 9번 씨디 혹시 오빠한테 있냐? 했더니 응? 동공이 마구 흔들리길래 차에 내려갔더니 백미러 뒤에 내 씨디가 여섯장이 나왔다 ㅋㅋㅋㅋㅋㅋ 대여기간이 무슨 10년이야. 싹 갖고 왔다. 오빠가 '왜? 요즘 생활이 어렵냐?' 라며 측은한 눈빛을 1초 보냈다 ㅋ 결국 순조롭게 방출. 이제 구녹음들은 아무리 연주가 좋고 특색이 있어도 듣기가 힘들다.



모차르트와 베토벤은 일단 놔두고 BBC Legends부터. 여러 작곡가의 곡이 컴필레이션 된 음반들도 웬만하면 방출하는 것으로. BBC 레전드는 텐슈테트의 베토벤 9번만 남기고 다 방출하기로 했다. 이 중에서 특히 좋아서 자주 들었던 것들은 미켈란젤리와 존 오그던인데 리스트 피협은 라자르 베르만으로 내심 결정하고 있어서 별 미련 없이 방출했는데 뒤늦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오그던을 들으면서 오오오오오!!!!!!!!!!!! 너무 좋잖아. 괜히 내보냈나 1초 미련. 감탄해서 한 이틀동안은 계속 이것만 들었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켐프의 브람스 슈만 슈베르트, 

-길렐스의 슈만 스카를라티 바흐, 

-호르초프스키의 바흐 베토벤 슈만 쇼팽. 

 바흐는 프랑스모음곡 6번인데 이게 또 기가 막히다. 6번만 있어서 그렇지 헤블러만큼이나 좋다. 

-쇼팽 스페셜리스트인 루빈스타인

-존 오그던의 리스트 피협 1번 2번과 메피스토 왈츠, 라 캄파넬라, 초절기교

-리히테르의 리스트 피협 1번과 2번. 한참 리스트 피협에 빠져있을때라 ㅋ 

 분명 좋았던걸로 기억하는데 다시 들어보니 읭? 싶은게 취향이 변했나보다. 

-미켈란젤리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드뷔시, 라벨. 이건 정말 열심히 들었었다. 




테스타먼트의 음반들. 


왼쪽부터 

-길렐스의 생상 라흐마니노프 쇼스타코비치

-칸텔리의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6번은 따로 포스팅을 한 적이 있다.

-하이페츠의 랄로 심포니, 베토벤, 쇼송

-칸텔리의 롯시니, 멘델스존, 베토벤

-켐페의 스트라우스 돈키호테, 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

-그리고 BBC Legends 방출할 때 빠진 리히테르의 드뷔시, 쇼팽



그 다음은 EMI도 컴필레이션 음반들이 많아 싹 방출하려고 했으나 매입불가인 것은 당연히 빠지고 이것들만. 


-클렘페러의 브람스 교향곡. 

-리파티의 바흐. 모짜르트. 스카를라티. 슈베르트

-코르토 티보 카잘스의 베토벤과 슈베르트의 피아노 트리오

-아르헤리치의 바흐 바르톡 등등

-미켈란젤리의 바흐-부조니 브람스 슈만

-리히테르의 베토벤 슈베르트 슈만

-자끌린 뒤 프레와 바비롤리의 엘가 첼로 협주곡 등

-리파티의 브장송 리사이틀

-리히테르의 브람스 피협 2번과 슈만 피아노 소나타 2번

-크라이슬러의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컴플릿



여기서부터는 듣는 속도가 리핑&방출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리핑하면서 오.... 이런 곡이 여기 숨어 있었네. 하기도 하고 들으면서 맞아... 이게 이렇게 좋았었어 새삼 감탄하기도 한다. 오늘은 저 중에서 자끌린 뒤 프레를 내내 듣고 있다. 분명 엄청 재밌는 책을 읽으면서 듣고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책을 확 덮었다. 맞아 이거 완전 좋았지 ㅠ 너무 당연하게 방치하고 있었네.



알파 음반 세 개. 알파 시리즈는 앨범 디자인이 참 멋지다. 이 세 개는 그래도 꽤 열심히 들어서 알파 음반을 모아볼까-도 생각했으나 전술한 바와 같이 난 컬렉터의 기질이 없다. 바르톨트 쿠이켄의 플룻 솔로 음반은 솔직히 어땠는지 기억이 안난다. 비버의 묵주 소나타도 솔까 기억이 안 난다 ㅋㅋㅋ 어제 들어봤는데 아마 호기심에 한 두번 듣고 음... 넣어뒀나보다. 



-젤렌카의 트리오 소나타.

-조지 셸과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의 드보르작 교향곡.

-파비오 비온디와 에우로파 갈란테의 어쩌구 저쩌구

-니콜라이 드미덴코의 쇼팽 스케르초

-니콜라이 드미덴코의 쇼팽 피협 1.2번

-코렐리 소나타 라폴리아

-칼 필립 엠마누엘 바흐의 플룻 소나타

-쿠벨릭의 드보르작 심포니

-플레트뇨프의 칼 필립 엠마누엘 바흐 소나타와 론도


이건 씨디장에서 막 골라낸 뭉탱이 ㅋ 

과거 소환이다 ㅋ 드보르작 교향곡에 갑자기 꽂혔던 때, 플레트뇨프 한참 들었던 때. 파비오 비온디 내한공연 즈음해서 한참 들었던 음반들. C.P.E 바흐도 기억나지 않는 계기로 한참 들었었지.




이건 오늘 나가는 길에 들고 가서 방출할 음반들. 


-로널드 브라우티검의 모차르트 피아노 변주곡 컴플릿. (아아~ 어머니께 말씀드릴게요의 그 변주곡)

-아르농쿠르의 모짜르트 협주곡들

-칼 뵘의 모차르트 심포니 40, 41번

-탈리히 콰르텟의 모차르트 사중주

-폴리니와 칼뵘의 모피협 19번과 23번

-브루노 발터의 모차르트 심포니 36번과 38번

-이머질의 모피협 20번과 21번

-클리포트 커즌의 모피협 20, 23, 24, 26, 27

-윌리엄 카펠 리사이틀

-윌리엄 카펠 전집 중 1번

-호로비츠의 바흐, 스카를라티, 모차르트

-호로비츠의 프라이빗 컬렉션

-리히테르 소피아 리사이틀

-리히테르의 멜로디야 시리즈 5번

-리히테르 in MEMORIAM

-아르헤리치와 플레트뇨프의 프로코피에프 신데렐라

-굴드 meets 메뉴힌

-아믈랭의 고도프스키 피아노 소나타 파사칼리아

-니콜라이 드미덴코 위그모어 홀 라이브

-루돌프 제르킨 the Imcomparable

-켐프의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파브리치오 치프리아니의 비발디 12개 바이올린 소나타


한참 모차르트 그 중에서 피아노 협주곡에 빠졌었지. 특히 23번과 24번 엄청 들었었다. 그 시기는 여태껏 살아온 내 인생에서 가장 터널같던 시기이기도 했었다. 


정말 아이러니하지만 이렇게 CD를 방출하는 한 달간, 근 5년간 통틀어 가장 음악을 오래, 열심히 들었다. 이별 전 애틋함도 약간 있었을테고, 익숙하다고 언제든 들을 수 있다고 방치해뒀던 것을 새로운 눈으로 들여다보게 된 것도 있고. 


최근에 읽은 아날로그의 반격에도 나오지만, (물론 그 책에서는 씨디가 아닌 바이닐 이야기이긴 하다) 아무래도 씨디플레이어를 사용해 음악을 들을 때는 씨디장에서 씨디를 고르는 일, 케이스를 열고 디스크를 꺼내는 일, 뚜껑을 닫고 회전소리를 듣는 일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의식과도 같았는데 아이팟을 쓰면서 간편해진 대신 손맛이 떨어진 게 있겠지. 내 개인적으로는 출퇴근 시간에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음악과는 한 발 더 멀어진 것도 있는 것 같다. 할 일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S씨가 한 말이 하나 더 생각났다. 너무 많은 건 없는 것과도 같아요. 그땐 뭔 개똥같은 소리인가 했으나. 맞다. 너무 많은 건, 그리고 갖고 있다는 건 없는 것과도 같네. 


갈 길이 멀다. 반으로 줄이려면 아직 멀었다. 다음주부터는 속도가 더뎌지겠지만 그만큼 듣는 속도와 내보내는 속도를 맞출 수 있겠지. 덕분에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온갖 생각을 다 내려놓고 음악을 들었다. 사실 이런 말을 하고나니 내가 무슨 생각이 많은 것 같네. 평소에 아무 생각이 없는데 ㅋㅋ 그럼 내가 내려놓은 것들은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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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8. 서울시향 베토벤 9번

작년엔 유럽여행으로 가지 못했던 서울시향 합창을 들으러 예술의 전당에 갔다. 몇년째지?

부지런히 미리 예매해 준 재연이 땡큐. 내년 건 이번엔 내가 예매했다 ㅋㅋㅋ

 

오늘 지휘자는 크리스토프 에셴바흐

 

 

 

항상 사진 찍는걸 열심히 달려가 제지하더니 오늘은 이상하게 아무도 제지하지 않더라. 그래서 나도 한 컷 찍었다 ㅎ 사실 공연 전과 커튼콜 때의 사진을 왜 찍으면 안 되는지는 이해불가. 영상촬영이라든가, 공연중간에 찍는 건 당연히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오늘 연주는 여태껏 들은 합창교향곡 중 가장 특이한 연주였다 ㅎ 먼저 더블베이스와 첼로가 모두 왼편에 배치되어 있다. B블럭에 앉았던 나에게는 저음부가 매우매우 강화된 소리가 들렸는데 D블럭은 어땠을지 모르겠다.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들을 수가 없으니 다른 자리에서 어떻게 들렸는지 모르지만, 합창은 아니라도 내가 D블럭에 안 앉아본 게 아니기 때문에, 또 D블럭에서 비슷한 편성의 교향곡을 들어봤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생각해 보자면 단순히 배치뿐 아니라 전체적인 구성에서 베이스 음이 강조된 느낌이었다. 관악기도 마찬가지였음.

 

전체적인 템포를 생각해 보자면 결코 느리지 않았는데 부분부분에서는 느리고 답답한 느낌을 받았다. 저음부가 강조된 소리와 맞물려 그 느낌이 더 컸다. 게다가 평소에는 유난히 튀지 않던 악기들이 자기 소리를 강하게 내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게 좋은건지 나쁜건지는 글쎄. 매우 개성있게 들리긴 했다. 예를 들면 오늘 트라이앵글이 조금 다르게 생겼는데 소리도 달랐다. 크지 않으면서도 음색이 달라서 매우 튀었다. 심벌즈 소리도 튐. 트럼본을 강조해서 클라리넷과 오보는 묻히는 느낌도 들었다. 무엇보다 가장 튀었던 건 피콜로! 세상에. 그렇게 튀는 피콜로는 처음 들어봤다. 마치 노아의 방주에서 날려보낸 비둘기가 돌아오는 것 같은 느낌의 피콜로였다.

 

확실하게 좋았던 부분 부분도 있다. 먼저 3악장에서의 바이올린 좋았다. 설레기까지 함. 그리고 소프라노 좋았다. 들어올땐 네 명 중에 가장 왜소한 체구라 살짝 걱정했는데 일단 시작되자 존재감이 엄청남. 청아하고 시원하면서도 카리스마있는 고음을 내주어서 짜릿했다.

 

Ihr stürzt nieder, Millionen?
Ahnest du den Schöpfer, Welt?
Such' ihn über'm Sternenzelt!
Über Sternen muss er wohnen.

 

 

이 부분을 특히 좋아해서, 이 부분이 만족스러운가가 판단 기준 중의 하나인데, 아직 결정적인 연주는 못 찾은 것 같다.

 

공연을 보고 들은 후 돌아오는 길에, 그 공연이 매우 만족스러웠으면 아무것도 듣지 않고 되새김질하면서 오는데, 뭔가 아쉬웠으면 당장 이어폰을 꽂고 다른 연주(주로 CD로 가지고 있는 결정반들)를 들으면서 오거나, 집에 오자마자 꺼내서 듣는다. 지금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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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피리와 마법종이 필요하다.

 

 

 

 

 

해마다 충성도들은 높았지만 올해 고객들은 유난히 열정적이어서, 지난주에 한번 디아나 담라우Diana Damrau버전을 보여주고 이번주에 다른 버전을 보여주었더니 이 맛이 아니라며 ㅋ, 아 이건 모자라다며 아쉬워하길래 다시 디아나 버전을 보여주었더니 역시 이 맛이라며, 이거라며 열광하는 통에 내가 다 듣고 싶어졌다.

 

취향은 달라도 레벨은 공통인가.

 

 

 

 

언젠가부터 음악을 통듣지 않았는데, 이유를 간단히 말하자면 뭐 다른 게 있겠나. 거의 모든 게 그렇듯이 우선순위가 밀린 것 뿐이다. 첫번째 원인은 당연히 워낙 들을 게 많아서다. 매일 쏟아지는 팟캐스트들도 다 소화해내기 버겁다. 게다가 나는 가요나 이지리스닝이 아니면 배경으로 밀어놓지도 못한다. 제법 집중해서 듣는 편이기 때문에 놓치면 놓친 부분부터 다시 듣는다. 두번째 원인은 에너지가 딸려서다. 출퇴근 시간같이 잠이 부족하고 휴식이 필요할 때는 단위가 짧고 집중력 필요없는 가요가 마음 편하다. 가사도 귀에 들리지 않고, 음악에 푹 빠질 이유도 없다. 그냥 당떨어졌을때 먹는 작은 캔디처럼 멍- 하게 뇌를 매우 약간, 예열해 놓는 거다.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음악이 듣고 싶어졌다. 늘 그렇듯이 바흐부터 쭉 눈으로 훑다가 몇 줄 내려갔다. 바흐부터 듣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오늘은 매직플룻이다. 서랍속에 쳐박혀있던 씨디플레이어를 꺼냈는데 씨디가 한없이 돈다. 마치 지금의 시국처럼 도무지 읽어내지 않고 내내 쳐돌리기만 한다. 아.... 아끼면 똥된다. 별로 아끼지도 않았지만. 렌즈가 맛이 간 모양이다. 하긴, 요즘같은 시대에 무슨 씨디플레이어냐. 별 수 없이 또 리핑을 한다.

 

 

 

 

다른 곡들은 아무리 못해도 두 개 이상의 버전으로 씨디를 갖고 있는데 마술피리도, 돈 지오반니도, 피가로의 결혼도 딱 하나씩만 갖고 있다. 이게 결정반이라고 생각해서 그랬던 듯. 묘하게도 더 이상 갖고 싶은 욕심도 안난다. 오페라에 워낙 관심이 없어서일수도. 왜 다시 음악이 들리는지는 모르겠다. 여유가 생긴건가, 힐링이 필요한건가. 아무튼 좋다. 마술피리는 다시 생각해도 스토리는 이게 뭔가 싶게 엉망진창이지만, 음악만큼은 아름답다.

 

새로 산 이어폰이 얼른 손에 들어왔으면 좋겠다. 더 선명하고 짜릿한 소리로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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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크리스마스

 

 

처음 국내에 소개됐을 때만 해도 '꽤 괜찮은 저가 레이블'이었던 낙소스가 세월이 흐르자 세계적인 음반레이블이 되어있다. 그저 저가이기 때문에 성공한 건 아니고, 처음부터 복각음반을 저렴하게 출시하기 시작해서 눈길을 끌고, 이런 시리즈, 저런 시리즈를 발표한 전략이 먹혔겠지. 우린 앞으로 할 일이 많고,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는 비전 제시- 그런 젊은이스러운 시각이 이 업체를 크게 만든 게 아닐까 싶다. 이미 다른 레이블들은 우린 할 일 다했고 새로운 음악가와 새로운 녹음이 나오지 않는 한 할 일이 별로 없다는 듯한 늙은이스러움이 어느 정도 내비치던 시기였으니까. 씨디만 고집한 게 아니라 스트리밍 서비스를 함께 끌어나가는 새로운 매체에 대한 적응력이 또 하나의 성공원인일테고.

 

 

 

2004년 2월이나 3월쯤에 산 걸로 추정되는 이 음반은 막상 샀을 때는 몇 번 듣지도 않고 꽂아둔 것이 분명한데, 솔직히 말하면 안 사도 됐을 음반이기도 하고... 오늘 들으니까 매우 좋구나. 왜 안 사도 됐냐면... 나는 칸타타 전집을 2개쯤 갖고 있기 때문에-_- 겹친다. 그리고 찾아보면 몇 개쯤 전집 아닌 음반이 더 나올 수도 있다. 그러니 크리스마스 칸타타라는 주제에 충실했으려면 좀 더 알아보고 고르고 골라 샀을텐데 전혀 그런 기억이 없는 걸 보면 그냥 땡겨서 어디 한 번 들어볼까? 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샀단 얘기다.  

 

게다가 크리스마스 칸타타라고는 하나 독일어라고는 eins zwei drei 밖에 모르는 내가 이게 뭔 소린지 알아야 아 이게 바로 크리스마스야! 하며 느낌이라도 만끽하지. 그냥 들으면 크리스마스 칸타타인지 삼위일체 칸타타인지 알게 뭐람. 또 막상 크리스마스 되면 내가 퍽이나 크리스마스 칸타타를 듣고 있겠다. 아니 일단 집에나 있냐고.

 

게다가 전집이라니. 일 년 내내 무슨절이니 무슨 주간이니에 맞춰서 칸타타만 들을 게 아니라면 칸타타 전집 같은걸 대체 내가 왜 샀는가 싶다. 첫 장부터 완청하는 걸 목표로 삼은 적도 두어번 있었는데 하다보면 대체 내가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다. 듣고 싶은 음악은 못 듣고 내내 사람들이 오오오오- 하는 것만 듣고 있자면 고문도 이런 고문이 없다.

 

아무튼. 바흐는 한 달에 한 곡 꼴로 칸타타를 썼다고 한다. 그 사이사이 애도 많이 낳고 --_--  어디 칸타타만 썼나. 미사곡에 수난곡에 협주곡에 독주곡들에...매일 영화평 한 개씩 올리는 듀나만큼이나 부지런한 인간이다. 가장 충실한 직업인으로서의 음악인은 바흐였지 싶다.

 

아무튼 크리스마스 칸타타라는 건 뭐 크리스마스 칸타타라고 한다면 이 칸타타들이긴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이 음반 제목인거고 여기에 수록된 칸타타들은 크리스마스 당일을 위한 곡이라기보다는 그 전부터 준비하는 기간을 위해 쓰여진 곡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성탄절 전 4주간을 강림절, 또는 대림절이라고 한다. 예언된 메시아를 기다리는 것을 시작으로 생각하기 때문인지 교회력은 크리스마스가 아닌 이 강림절로부터 시작한다. 이 중요한 성탄절 전 4번째 주일인 첫 강림절 칸타타로 작곡된 것이 BWV 36, 61, 62의 세 곡이다. 이 중 61번과 62번은  '오소서, 이방인의 구세주여' 라는 같은 제목을 가지고 있다. 둘 다 예수탄생에 대한 간절한 기다림을 노래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61번은 바흐 칸타타 중에서도 손꼽히는 곡인가보다. 61번이 더 좋은지 62번이 더 좋은지, 왜 그런지 생각하고 싶으면 전집중에서 꺼내 들으면 되지만 그건 너무 귀찮고.

 

이 음반으로 한정하자면 정작 나는 61번보다는 36번쪽이 더 좋다. 이 음반에는 36번과 61번 132번 이렇게 세 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앞의 두 곡은 첫번째 강림절, BWV 132는 4번째 강림절, 즉 크리스마스 바로 전 일요일을 위해 쓰여진 곡이다. 여기에 수록되어있진 않지만 2번째 강림절을 위한 곡에는 70a, 3번째 강림절에는 186a와 141, 4번째 강림절에는 132와 147a 가 있다. 클래식음악을 좋아하면서도 독실한 신자들은 때때마다 챙겨서 듣고 텍스트까지 감상하는 듯 한데(물론 그런 사람은 극소수지만) 교인이 아닌 나는 가사를 음미하다보면 듣기 싫어진다. 내가 좋아하는 건 아무래도 절제되고 정련된 분위기 그것인것 같다. 사실 이런 교회음악의 진짜 목적은 텍스트의 전달일텐데.

 

음반 표지 그림은 The Adoration of the Magi(동방박사의 경배)이다. 16세기에 그려진 그림으로 누구 작품인지는 안  나와있다. 그냥 German School이라고만 되어있네.  당연히 동방박사가 예물을 드리는 장면이다. 황금, 유황과 몰약. 태어나면 죽는 건 누구나 당연하지만 태어나자마자 선물로 장례에 쓰일 몰약을 받는 이 아이러니.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파면 팔수록 크리스마스 분위기따위는 전혀 나지 않는 크리스마스 칸타타 ㅋㅋ 그러니까 그냥 아무 생각없이 듣는게 레알 "음악"감상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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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8에서 491로, 그리고 아마도 며칠 후엔 310으로.

 

아름다웠던 소녀는 세포경화증을 앓고 꼽추가 되어버렸다. 한창 아름다운 20대에.  원래도 유난하게 아름다웠던,  천재적인 재능을 가져 다른 사람의 눈길을 한 몸에 받았던 그녀가. 클라라 하스킬-하면 늘 따라다니는 이야기다.

 
나한테 모짜르트 피아노 협주곡하면 그냥 이 음반이 먼저다. 맑으면서 가볍지 않고, 깊으면서 둔하지 않다. 노년의 클라라는 마녀처럼 보인다라는 말을 들었다. 그녀는 연이은 질병과 고독과 2차 대전을 겪으면서도 피아니스트로 살았고, 모짜르트 스페셜리스트였다. 멋지지 않은가. 나는 아름다운 소녀로 죽어 찬란한 가능성만을 남기지 않고 살아남아 연주자로 기억되는 그녀가 훨씬 멋지다.

며칠동안 K.488과 K.491이 너무 듣고 싶어서 끙끙대다가 씨디를 왕창 학교에 들고 가 아이튠즈를 다운받고 씨디를 변환해 옮기고, USB에 파일을 담아와 집에서 동기화를 하는 삽질을 했다. 집에 있는 컴퓨터는 씨디롬이 맛이 갔기 때문에 --_-- 잡스의 노예들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 ㅋ

그리고 이제서야 K.491을 듣고 있다. 모짜르트 피협의 백미라고 하는 K.488보다 K.491을 조금 더 좋아한다. 그 이유는 뭐.. 구구절절 말할 필요도 없이 모짜르트를 왜 좋아하느냐. 라고 묻는다면 좋아하는 사람들 입에서 뻔하게 나올법한 이야기들이다.

몇 년 전에 두 곡 중 한 곡을 들으며 눈물을 뚝뚝 흘린 적이 있다. 그때도 도서관이었고, 행여나 다른 사람들이 알아챌까봐 고개를 숙이고 입을 꾹 다문채 닭똥ㅋ같은 눈물만 문제집 위로 떨어뜨렸었다. 혹시나 지금 들으면 또 울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했으나 그런 일은 없구나. ㅋ 그렇게 울어놓고서도 둘 중에서 뭐였는지, 488이었는지 491이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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