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도 백년이 넘으면 마음을 갖고, 사람을 현혹한다. 우유당몽돌




살아남아 오래된 물건에는 비싼 값과는 별개로 묘한 매력이 있다. 과거에 만들고 썼을,
이제는 없는 누군가와 현재의 내가 마치 하나의 접점으로 연결된 기분.
잘- 만들어진 물건이 시간에 버텨내온 힘.이라면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신라시대 토기라든가 고려시대 청자라든가 식으로 '시대' 단위로 넘어가면 인간이 만들었음에도
막상 길어야 100년 남짓 사는 인간과는 포쓰의 차원이 다르다.
그러나 역시 물건에 뭔가 깃든다면, 혼보다는 집착이 더 많지 않을까.


원제가 우유당몽돌인 '세상이 가르쳐 준 비밀'은
우유당이라는 골동품점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이므로 골동품점답게 다기들도 많이 등장한다.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는 벼루 이야기, 그리고 두 번째가 이것이다.

일본 미술에 대한 연구를 하는 한 영국인 교수가 어느 날 벼룩 시장에서
귀여운 티팟을 발견했다고 생각하고는 중국제 차후(다호)를 하나 구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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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문양이 그려진 이 작은 차후에 우유당 손자 렌을 위한 차를 대접해야겠는데
홍차가 똑 떨어진 마당에 수입산 홍차는 비싸서 못 구하고 마침 있는 일본산 홍차라도 내야겠다 생각한다.
맛이 떨어지는 건 우유와 설탕으로 대충 감추면 되고; →이런 대충 자세. 아주 바람직하다. -_)



차를 넣고, 역시 향이 없어..라고 생각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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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필요없다. 그냥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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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가 본인의 컨디션을 의심하며 한 번 더 시도해 보자, 다시 이 동자가 나타나서는
이 찻잎이 아냐.
찻잎은 우이샹 찻잎이 좋아.
물은 두 번 끓이면 안돼.
설탕 안 돼.
우유 안 돼.
차 향기랑 맛을 즐겨.
다음은 더 좋은 차를..


앙증맞은 잔소리를 하고는 스르륵- 사라진다.

렌을 불러놓고도 교수가 계속 맛 없는 차잎을 넣자 차후의 정령?은 버럭 승질을 내며 엎어버리고 사라진다.
아마도 우이샹 찻잎이라는 건 무이산을 말하는 것 같다.
이러쿵저러쿵 해서 맛있는 차를 넣게 되었을 때의 모습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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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비례가 매우 이상하므로 사람 부분은 오래 쳐다보지 말도록 한다.



가끔 물을 넣어두고 멍-하니 있다가 탕약;을 마시는 때가 있는데.
아니 그럴 땐 저렇게 귀여운 동자가 나타나 뒤통수를 한 대 치며
뭐하는거야
시간넘었어
찻잎은 그만큼만
물은 더 뜨겁게
다음엔 더 좋은 차를-
하고 알려준다면.....


부셔버릴지도....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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