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손가락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처럼 참 어려운 문제다. (그래도 나는 닭이 먼저라고 생각하지만) 중범죄자 혹은 악인은 불우하고 불행한 환경탓인가 아니면 본성의 탓인가. 물론 환경의 심각함이란 것이 스펙트럼처럼 펼쳐지는 다양한 것이기야 하겠지만,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끊임없이 행복해지려는 노력을 하고 결국 꽃을 피워내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반면, 아주 작은 꼬투리만으로도 끊임없이 남의 탓을 하며 추락하는 사람도 있다. 대체 어디까지가 부모의 탓이고 사회의 탓인가.

어떤 범죄건 책임문제에서 가정과 사회가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러나 더 이상 가해자를 만들어내지 않기 위한 예방차원에서 분석이 필요한 것이지 그게 전적으로 가해자에 대한 변명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그래도 이런 소설을 읽으면(미야베 미유키의 몇몇 소설도 그랬지만) 무너지는 가정은 정말 더 이상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다. 나는 공중도덕을 대놓고 어기는 아이를 다른 사람이 주의를 주면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달려든다는 부모들을 정말 이해할 수 없는데, 아이가 자신만의 아이라고 생각하는가보다. 그 아이는 조금 크면 사회의 정식 구성원이 되고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그 애가 저지르는 것들까지 모두 뒤를 닦아주며 따라갈건가? 그럴 수 있다고 진짜로 생각하는걸까.

안타깝지만, 한국사회도 이게 점점 부익부 빈익빈의 문제와의 밀착성이 눈에 띄게 드러나고 있다. 일단 경제적으로 각박하게 사는 사람들은 일상의 무게가 버거워 애한테 신경을 쓸 여유가 없다. 공부야 없는 살림 쪼개가며 뺑뺑이로 돌린다지만, 나머지 생활은?

전에는 충분히 좋은 쪽으로 방향을 돌릴 수 있었을 일정 퍼센트가 그 기회를 놓치고 있을 것이다. 그걸 생각하면 스트레스 제로를 지향하는 나의 인생관에 위배되지만, 어쩔 수 없이 참...깝깝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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