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01. 뼈 있는 아무 말 대잔치

새해 첫 독서는 이 책. 연말에 읽었던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에 두번째인가 세번째로 그런 보스몹이 나온다. 모든 책을 다 잘게 잘라 한 문장으로 요약하려는. 나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 몹과는 다른 이유인데 책을 읽고 나면 그 중 반은 나중에 이게 무슨 내용이었더라 싶어서 ㅋㅋㅋ 특히 히가시노 게이고 책이 그런데 이 책이 그 책같아 두 번 읽은 책도 몇 권 있다. 한 책을 여러 번 읽으려면 재밌어서 여러 번 읽어야지 까먹어서 또 읽는게 말이 되나 싶어서 한 문장으로 요약하는 독서록 같은 걸 쓸까 생각하기도 했었다. 


그래서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에서 주인공은 어떻게 하냐면. 몹이 듣고 있던 베토벤 9번 합창교향곡의 테이프 레코더를 PLAY+FF 를 눌러 배속재생해버린다. 당신이 하고 있는 건 이것과 같은 행동이라고. 


한 줄 요약이 될 수도 있고, 장문이 될 수도 있고, 기분 내키는 대로 어쨌든 내 독서의 흔적을 블로그에 묻히려고 한다. 기억을 위한 기록이건, 그냥 어찌할 수 없는 감정과 생각의 분출이건 아무려면 어때. 뭐라도 되겠지.


이 책은 그냥 가볍게 한 번 읽어볼 만 한데, 사실 이 나이-삼십대 후반-이 이렇게 훈수둘 만한 나이인가 싶기도 하고, 내가 스타트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저자들이 이룬 성취가 이렇게까지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할만한 것인지 싶으나(무언가 작은 성취를 이룬 사람들이 그걸 자랑하지 못해 안달난 경우를 많이 보아서), 딱히 틀린 말도 아니고 새겨들을만한 이야기도 많고 하니 시간이 남아돈다면 끄덕끄덕 하면서 되새김질해서 인생에서 손해볼 일은 없을 것이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문해능력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가 생각보다 안된다는 건데, 이건 정말 매우매우 공감한다. 특히 윗세대들이 그러한데, 이 텍스트를 읽고 커뮤니케이션하는 '문해능력'은 정말 말 그대로 활자화되어있는 책이나 글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받아들이고 자기화하고 나와 생각이 다를 수 밖에 없는 타인과 대화하는 것에서 드러나는 것까지를 말한다. 많은 직장인들이 직장생활에서 느끼는 것이기도 하고. 얼척없는 보고라인 몇 번 거치고 피드백 되는 과정에서 상대방의 지능을 의심해 본 사람들은 다 공감하겠지.


남을 까자고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아니고, 나는 저 네 가지 중에서 경청하는 것이 부족하다. 그리고 그것은 훈련이고 습관이라는 것에 또 한 번 공감한다. 


두 번째는 시간이 없어서 책을 안 읽는 게 아니라는 거다. 저자는 스마트폰만 꺼도 독서량이 늘거라고 하는데, 아마 대부분의 경우 사실이겠지. 내 경우엔 쭉 독서 리스트를 11년 기록하고 보니 일신상의 변화와 독서량이 매우 연관되어 있는데, 시간보다는 심적 여유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게 한 눈에 보이더라. 사실 이것에 대해서는 굳이 후회하거나 시간과 에너지를 더 쪼개서 독서를 많이 했어야 했는데-는 식으로 반성할 생각은 1도 없다. 나는 매 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으로 살았다. ㅋ 다만 이제 꽤 여유가 생겼으니 올해는 독서량을 확 늘려볼까 한다. 




P.S. 책을 읽으며 묘한 기시감이 들었는데 예전에 읽었던 <국경없는 괴짜들>과 비슷한 느낌이 있어서였다. 자신들의 업적을 과하게 자랑하는데 읽는 독자로서는 도대체 그 업적과 성취가 와닿지 않는 면에서 그렇다. 물론 그 책보다는 이 책이 훨씬 쓸 만한 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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