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도량

 

지금 하는 일을 시작하면서 결심한 게 세가지 있다.

 

첫째, 일관성 있는 **가 될 것.

이랬다 저랬다 하며 원칙과 규칙이 흔들리면 고객들(?)이 혼란스러워한다.

 

둘째, 공정한 **가 될 것.

나는 애정넘치고 자상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러니 이 직업에 있어서 얼마간 부적합한 사람인지도 모르지만

다행인 것은 그렇기 때문에 공정할 수 있다.

모든 장점은 동시에 단점이며, 단점은 동시에 강점이다. 

 

세번째. 꼰대가 되지 말 것.

이제 내 나이는 꼰대되기 딱 좋은 나이.

직업도 꼰대되기 딱 좋은 직업.

그래도 그거, 되지 말자.

 

십대시절부터, 내 자아를 자각하면서부터 스스로를 컨트롤하는 것에 애썼다.

그 노력 덕분에 어느 순간부터는 처음 만큼의 힘을 들이지 않고도 

대체로 내 영혼을 안정된 상태로 유지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이 세 가지만 지키면 내 마음의 평화도 함께 지켜질 줄 알았다.

 

하지만 의외의 곳에 복병이 있더라.

 

노래가사 중에 난 나를 지켜가겠어. 세상과 싸워나가며. 라는 게 있다.

한때 참 비웃었다. 왜 세상을 싸워야 할 대상으로 보는거지?

근데 이제 이 의미가 뭔지 알 것 같다.

내가 나 자신이 아니게 만드는 세상과 싸우는 거다.

 

박찬욱 감독이 영화를 하기 위해 오랫동안 글쓰기를 했던 시절을 두고 쓴 글에서 말하기를,

사람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할 때보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하는 상황을 더 못견디는 것 같다고.

자기는 그 글쓰기를 하던 시절이 너무너무 끔찍하게 싫었다고 했다.

 

내가 근간에 느낀 것이 그거다.

하고 싶은 말을 참는 건 그렇게 힘들지 않다.

오히려 참다보면 최적의 타이밍을 찾을 수 있다.

문제는 하고 싶지 않은 말을 억지로 해야 하는 상황이나,

그렇게 하도록 은근히 강요하는 주변의 분위기라든가, 압박이라든가. 그런 거다.

 

그래서 나는 네 번째 결심을 했다.

항상 나를 지키자. 어느 순간에도 내가 나 자신일 수 있도록.

 

사회 생활, 간 빼놓고 쓸개 내놓고 하는 거라고들 하지.

그러지 말자. 나는 안 그럴 거다.

다들 그렇게 산다고 해도 나는 안 그러련다.

그런 식으로 한 걸음 두 걸음 양보하기 시작하면

3년 후, 5년 후가 되면 나는 어느 순간 괴물이 되어있을 거다.

살다보니 이렇게 되었다고 씁쓸하게 변명하는.

 

어렵다. 내 인생인데도 내 인생의 온전한 주인으로 사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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