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사람들



어릴 때부터 기계 만지는 것을 좋아해서 장래에는 엔지니어가 되리라 마음먹었다.
엔지니어라는 말에는 어딘지 선구적 사람이라는 울림이 있었다.
고등학생쯤 되자 아니나 다를까, 그런 환상은 사라지고
엔지니어란 기술직 샐러리맨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 길로 나아가는 데 망설임은 없었다. -p.89


이 부분은 아마도 히가시노 게이고 자신의 이야기일 것이다. 만능스포츠맨에 이공계-전기공학과 출신의 엔지니어로 틈틈이 소설을 썼던게 시작이라는데, 그래서 그런지 주인공들도 물리학자(탐정 갈릴레오), 수학자(용의자 X의 헌신), 검도의 달인(가가 교이치로) 등등 그런 면이 반영이 되어 있다.

난 이 단편집이 특히 마음에 들었는데 그 중 하나는 등장인물을 매 단편마다 죽이지 않고도-_-  작가의 재기발랄함과 서스펜스를 충분히 이끌어냈다는 게 이유고,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들이 녹아들어있다는 게 두번째다.

특히 「죽으면 일도 못해」라는 단편은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정말 어이없지만, 범죄가 일어나는 원인은 다른 게 아니라 욱해서-라는 말이 확 다가오는 이야기라 웃으면 안되는데 이거 어이도 없고, 이해가 가면 안되는데 솔직히 이해도 가고.. 뭐 이런-_-  제목에서도 말해주듯이 죽으면 일도 못한다. 너무 아웅다웅 빡세게 일하지 말자. 남 생각 전혀 안하고 자기 혼자 완벽주의자로 다른 사람 몰아치는 것도 욕먹을 짓이고.
 
「결혼보고」라는 단편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오해인지 아닌지는 풀려봐야 비로소 알 수 있는 거지요.
판정을 내릴 수 없을 때는 그냥 믿는 거예요. 
그러지 못하는 자는 어리석지요.
상대의 행동만 생각하면 좀처럼 오해는 풀리지 않는 법입니다.
그런 쪽으로 꼭 한번 생각해보세요.


실천이 어려운 말이다. 윤종신이 야행성에서 말하길, 자기가 어렸을 때 추리소설을 많이 읽어서 의심병 어른;으로 자라났다고 농담했는데 나도 괜히 뜨끔; 아무리 돌이켜 곰곰히 생각해봐도 사람을 믿는다는 어려운 일을 굳이 극기해나가면서까지 하기보다는, 의심해야 할 때는 당연히 의심해야지. --_-- 다만 의심하는 걸 일로 삼아야 되는 직업을 갖지 않고, 의심할 상황 많이 겪지 않고, 의심해야만 하는 사람들 덜 만나고 사는 것도 복이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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