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스부르에서 파리로

스트라스부르 대성당을 나와 이제 주변을 좀 둘러본다. 성당 앞에는 시즌에 맞게 크리스마스 상품들로 가득하다. 나는 이런 걸 사는 취미는 없으므로 그냥 눈으로 보지만 또 이렇게 어느새 1년이 지나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니 왜 이런 취미가 없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트리나 스노우볼 같은거 하나 샀으면 좋았잖아. 나는 여행 내내 무언가 기념이 될 만한 것을 사고 싶다-라는 생각을 한다. 여행지의 특색을 담은 것. 그러나 결국 그런 걸 좀처럼 사지 못한다.



이렇게 사진으로 보니 에펠탑 옆에 있는 빨간 트리가 예뻐보인다. 재질은 모르겠으나.


 

성당 앞에는 쿠키와 캔디를 파는 상점이 꽤 많았고, 맛을 보면 맛있는것도 알겠는데 여기가 마지막여행이 아니라 거의 출발점이다보니 여행 내내 뭘 들고 다닐 수가 없다. 그럴싸한 물건을 볼 때마다 머리속에 선물로 주고 싶은 사람들이 떠올랐지만 여행초반이라 모두 짐이라는 생각에 아무것도 사지 못했다. 결론적으로는 잘 한 일이었다. ㅋ 유럽여행에서는 꼭 필요한게 아니라면 선물은 마지막에.


 

 

사람들이 흔히 여행기념선물로 사오는 게 이 마그넷이라는 걸 잘 알고 있어서 계속해서 이것도 선물로 살까말까 내내 고민. 값도 싸고 부피도 작으니까, 여행지의 정서도 전달할 수 있을테고. 하지만 난 자석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데다가 엄청난 실물을 보고 아직 그 감동의 여운이 남아 있는 상태인데, 그 모습을 흉내낸 1유로짜리 자석을 보면 조잡하게만 느껴져 역시나 이것도 제낌. 그냥 사진으로만 남기기로 한다.

 


클레베르 광장의 동상 아래에는 사람들이 한동안 켜놨을법한

파리 테러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의 흔적이 남아있다.



꽃과 초. 각각의 불을 밝혔을때는 의미있었겠지만 전날 비가 왔기 때문에 지저분한 상태다.


 

우리는 스트라스부르역에 있는 PAUL에서 빵을 산다. 돌아다니는동안 들어가서 먹고 싶은 곳이 없으면 최후의 보루로 폴에서 빵을 사다 먹자고 했는데 결국 그렇게 됐다 ㅋ 이 사람들처럼 앉아서 먹지 않고 사서 호텔로 갔다. 쇼케이스도 찍었고 내가 산 빵도 찍었지만 하드가 날라가서 반은 날라가고 반은 복구되었다. 그래서 그 사진들은 없다. ㅋ


 

하나는 긴 바게뜨 샌드위치였는데 기가막히게 맛있었고, 다른 하나는 이거였다. ㅋ 둘 다 맛있었다. 다음에도 또 먹을 곳을 정하지 못한다면 이 곳을 보험으로 하자고 했으나, 이후로 만나는 수많은 PAUL들 중에 여기가 우리가 사먹은 유일한 PAUL이었다.

 

 

차를 끓여 빵과 맛있게 브런치를 먹고, 12시쯤 되니 체크아웃 독촉이 들어온다. 서둘러 짐을 챙기고 첫 체크아웃을 했다. 두시 반쯤 SNCF를 타고 파리로 가야해서 시간이 좀 남기 때문에 캐리어를 맡아달라고 부탁하고 우리는 스트라스부르 시가지를 더 돌기로 한다. 길거리에 있던 과일. 사먹을까 고민했으나 결국 사먹지 않음. 어찌나 알뜰하게 다녔는지 ㅋ 반짝반짝하는 사과가 조금 궁금했다. 

 

스트라스부르를 정말 지겹게 돌아다닌다. 두바퀴쯤 돌았나? 부지런히 걷고 열심히 보고 나니 이제 스트라스부르는 다시 오지 않아도 될 만큼 다 봤다 싶다. 여길 길게 잡지 않은 것이 아쉽지 않다. 대성당의 야경이 조금 궁금하긴 해도 야경이냐 새벽이냐 하면 우린 새벽이니까 매우 만족. 프랑크푸르트에서의 고난이 다 사라지는 곳이었다.

 


하도 오래되어 이게 어디인가 고민했지만 찍힌 시간대를 보아 Gare du Nord 역인듯. 빠리북(北)역. 도착하자마자 감격스러워서 사진 찍었을텐데 역시나 날라감 ㅋ 복구된게 다행이라 이것도 감지덕지했는데 포스팅하려다보니 많이 날라가긴 했구나. SNCF 표시가 저 멀리 보인다. 독일에서 넘어올때 고생했기 때문에 교통수단을 제 시간에 제대로 타는 것에 예민하게 신경쓰게 되었다. 이제 지하철로 갈아탄다.


 



서울지하철보다 조금 더 복잡한 파리지하철. 우리 숙소는 듀플레Dupleix역이기 때문에 환승을 해야한다. 하긴 저 노선에서 어디서 어딜가든 환승 안하기가 쉬울까.

 

노선도를 찬찬히 보니 샤틀레 라거나, 생 라자레 라거나, 생 폴 등등 한 번이라도 지나갔거나 내렸던 역은 모두 기억이 나고 반갑다. 이게 지나가거나 내려서라기보다는 지하철안에서 안내방송을 들었기 때문인 것 같다. 생소한 외국어가 문자와 함께 결합되어 음성으로 각인된 효과.

  

 

문제는 이거다. 욕나오는 계단. 에스컬레이터 그딴거 없다. 우리는 캐리어를 덜컹덜컹 끌기도 하고 번쩍번쩍 들기도 하며 열심히 내려간다. 여행자에겐 시간이 금이라. 조금이라도 빨리 숙소에 가고싶다. 농담아니라 그냥 계단에서 캐리어를 던져버리면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와우. 말로만 듣던 수동개폐. 혹시 못내리게 될까봐 다른 사람들 내릴때 어떻게 하는지 열심히 지켜봤으나 결국 도움을 받았다 ㅋ 저 레버를 위로 제끼면 뻑-푸슉- 하는 소리가 나면서 문이 열린다. 처음엔 헉- 하고 놀랐지만 엄청 익숙하게 하게 된다 ㅋ


Dupleix 역이다! 지금 기억으로는 한번 반대방향으로 갔다가 온거 같은데 오래되어 가물가물하다. 회전문처럼 돌아가는 출구Sortie도 신기하다. 나라마다 다른 지하철 출구방식. 역시 사진은 날라갔다.



역을 나와 지하철이 저 교각을 건너는 순간을 찍으려고 잠깐 멈춰서 몇번이나 찍었는데 ㅋ 성공했는데 사진이 날라갔는지, 이거 찍고 됐다 싶어 포기한건지 모르겠다. 지금 발견했는데 사진의 건물 지붕 위로 에펠탑의 맨 윗부분이 보인다 ㅋ 파리다 파리. 우리는 무사히 파리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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