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그리고 윤광준의 생활명품산책


자기 주변의 다섯 사람을 평균 낸 것이 자기라던데, 까탈을 그 주제로 놓는다면 나는 내 주변 어떤 다섯 사람을 골라 평균을 내도 평균 이상은 할 자신이 있다. ;;;.... -_-  특히 손목시계는 하루를 늘 시간 단위로 쪼개 생각해야 하는 생활이 몇 년 째인지.. 또 거의 매일 하고 다니다 보니 내게는 액세서리가 아닌 필수품이 되어 버려 까탈기준이 자연히 생겨 버렸는데 그 조건이란 딱 세 가지다.

① 원형프레임
② 시침,분침,초침 모두 다 있을 것.
③ 문자반의 시표기는 꼭 숫자.

와. 까다로운 사람치고는 정말 단촐한 조건 아닌가? 그런데 이게 참 별 거 아닌 거 같지만 이 세 가지 조건을 다 만족시키면서도 디자인이 마음에 드는 시계는 흔치 않다. 그렇지, 여기가 바로 까다로움이 생기는 지점인 것이다. 특히 메탈 밴드인 것 중에서는 더더욱 찾기 어렵다. 옷 사러 몇 바퀴 돌고 나서 내뱉는 소리와 똑같이 요런 소리 절로 나온다- '아니 내가 원하는 건 지극히 기본적인 아이템인데 왜 아무리 찾아도 그런 건 없는거야?!'


나는 한동안 스와치시계를 썼었는데 첫번째 시계는 너무 투박+무거워서 오빠한테 넘기고, 두 번째 시계는 가격도 적당하고, 가볍고, 문자반, 시간표시, 밴드까지 모두 하얀색으로 된 시계라 딱 내 취향이어서 밴드만 갈아가며 참 오래도록 썼다. 내가 갈아댄 밴드 값만 모으면 이 시계 한 번은 더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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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K733 White Linen.
그런데 이 시계의 최대 단점은 변색과 갈라짐으로 주기적으로 교환해 줘야 하는, 돈 잡아먹는 밴드...가 아니라 바로 초침이 움직일때 소리가 난다는 거. 짤깍. 짤깍~! 아...이거 한 번 신경쓰기 시작하면 정말 귀 뒤를 바늘 끝으로 살살 긁는것처럼 짜증이 난다. 내 시계도 짤깍이지만 도서관 열람실에서 시계소리 날 때 그자리에 가 보면 백이면 백, 다 스와치 플라스틱 밴드 시계였다. (딱딱한 책상 위에 올려두면 소리 증폭-_-) 그래서 여기에 한 가지 조건이 추가가 됐다.

④ 초침이 움직일 때 소리가 안날 것.

그 다음에 산 건 메탈밴드의, 역시 스와치 시계였는데, 적당~히 가격과 타협한-_- 디자인의 시계이기도 했고. 연속으로 한 브랜드의 제품을 세 개 써보고 나니 질릴대로 질려 이 다음부터는 스와치는 쳐다도 안보기로 했다.

그 다음 마음에 들어 계속 차고 있는 시계가 FOSSIL에서 나온 FRANK GEHRY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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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 갈라진 거 안 나오게 찍으려고 참 애썼다 -_-;;;;

FOSSIL은 우리 나라에서 철수한 지 꽤 됐고, 프랭크 게리는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평생 몰라도 상관없는 건축가인데, 그렇다고 이 시계를 그 사람이 디자인했냐 하면.. 뭐 딱히 디자인이라고 할 것도 없고, 그냥 글씨가 그 사람 글씨다-_- 손으로 그은 듯, 직선이 아닌 삐뚤삐뚤한 시,분침도 마음에 들어 ebay를 통해 샀는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시계 뒷편에 새겨있는 프랭크 게리 사인을 제외하면 디자인은 진짜 심플 그 자체. 숫자는 니 글씨/언니 글씨 같아요 소리를 다섯 번 쯤 들었고. (본인은 숫자를 저렇게 쓰지 않습니다 -_-)

장점은 조용하고 시간 보기가 정말 편해 딱 보면 시간을 알 수 있다는 것, 모든 조건을 만족시켜 :-) 각종 시험을 볼 때도 늘 이 시계였다. 단점은 가죽밴드라 여름에 땀이 차니까 오래 지나면 기분이 나빠지고, 가죽이 서서히 갈라지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A/S 받을 방법이 없으며(단종이라 어쩌면 미국에서도--_--), 디자인의 특성상 다른 밴드로는 교환이 불가능하다는 것. ㅡ_-)y~

그래서 아무래도 시계는 가죽밴드와 메탈밴드 두 개는 있어야 되는구나 라는 생각에, 이번에 나갈 때 면세점에서 마침 시계 세일을 하는데다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 있길래 기회를 놓치지 않고 메탈밴드 시계를 하나 샀다. 스와치 싫다고 싫다고 해놓고 결국 ck-_- (ck는 스와치의 무브먼트를 쓴다) 일단 스뎅;;이라 밴드 갈라질 일 없고, 적당한 무게감도 좋아 질리지 않고 오래 쓸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초침도 없고-_- 문자반에 숫자도 없다. -_- 그래서 요즘 적응에 시간이 걸린다. 시계를 딱 보고 응, 몇 시 몇 분-이 바로 인식이 안되고 한 2 초쯤 걸린다. 결론은 까탈이 아니라 나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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