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람들



집중이 안 되거나 졸음이 몰려올 때, 소음이 거슬릴 때면 
볼륨을 최소로 해놓고 노래를 조금 듣는다.
ETC라는 제목으로 폴더를 만들어놓고 가사가 있는 노래들을 다 때려넣었다.
언제나 플레이는 랜덤으로.

대부분은 그냥 배경음악, 혹은 자잘한 소음을 지우는 용도로 흘러가지만
가끔 가다가 모든 생각을 멈추고, 손에 쥐고 있는 형광펜도 멈추고
가사를 마디마디 음미할 때가 있다.
그런 노래들은 repeat을 걸어 몇 번을 반복해 듣게 하고
나를 다른 시간, 다른 공간으로 데려가
지금 있는 곳이 칸막이로 둘러싸인 열람실이라는 걸 잊게 만든다.

어제는 루시드 폴, 즉 조윤석의 "벼꽃"을 몇 번이고 들었다.
조윤석의 노래를 듣다 보면 새삼스럽게 느낀다.
우리 말이 참 곱다. 노래는 이렇게 조용하고 평화로울 수 있다.
작은 것이 소중하고 아름답고, 세상 곳곳에 선함이 피어나 있다.

내 곁에 있는 사람들, 내가 알고 만나고 말하는 사람들에게서
이런 느낌을 자주 받는다면 참 좋겠지만,
다들 힘들고 빡빡한 삶 속에서 그렇게 에너지와 여유가 넘치기는 어려운 일.

어렸을 때는 좀 못된 매력을 가진 사람들.
일명 썩은 매력을 풍기는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고
그런 사람들이 다가오는 걸 싫어하지 않았다.

근데 이제는 사람들의 못된 구석에 그냥 정나미가 뚝 떨어진다.
표정 한구석에 심술궂은 게 보이고, 말 밑에 악의가 깔려있는게 들린다.

사람들에게서 좋은 점을 발견하고 싶다. 늘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왕이면, 내가 애써 찾지 않아도 선함이 흘러넘치는 사람들과 함께 있고 싶다.
다른 사람들의 좋은 점을 찾고, 좋은 점을 이야기하고,
함께 기뻐해주는 그런 사람들과 즐겁고 뿌듯하게 지내고 싶다.

오늘 어떤 사람이 울면서 힘들어하길래
좋은 사람, 좋아하고 함께 있고 싶은 사람과 있으라고 했다.
살면서 싫은 사람과 부딪쳐야 하고 견뎌야만 하는 일도 많을텐데
피할 수 있으면 당연히 피하는 게 좋고 안해도 되면 안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나는 종종 나 자신한테 하는 말을 남한테 하는 버릇이 있나보다.
그 사람은 당신은 명쾌한 사람이라며
자기까지 명쾌해졌다고 환한 얼굴로 고마워했지만 나는 조금 슬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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