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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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은 독서일기 1권에서

그리고 "퍼펙트한 알몸이었다"(p.16), "그의 스마트한 외모와"(p.43) 같이, 국어에 대한 아무런 자의식 없이 외래어와 국어를 섞어 문장을 만드는 행위는 어쩔 수 없이 쓸 수 밖에 없는 경우에 사용되는 외래어와는 비교할 수 없이 나쁘다.

......라고 했는데,..... 왜 나쁜가?


물론 독서일기 1권이, 특히 이 부분이 1993년의 글이기 때문에 그의 생각이 여전히 그러한지의 여부는 알 수 없지만, 뒷부분에서 그가

요즘 간간이 시도되는 국악과 재즈의 접합은 국악이 재즈에 흡수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국악이 재즈를 소화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국악은 플라멩고와 같은 모든 단일 민속음악이 그랬던 것처럼 고사의 형식으로 보존될 수 밖에 없는 운명에 처해 있다.

라고 냉철하게 객관적, 현실적 입장에서 얘기하는 것과 사뭇 다르다. 대체 재즈가 모든 다른 장르의 음악들을 흡수해가며 살아남는 것과 우리말이 단어로서의 외래어를 소화해가며 살아남는 것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나? 개인적 호오를 얘기하는 거라면 몰라도 옳다-그르다의 개념으로 좋다 나쁘다를 얘기할 때에는 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생각난 김에, 이건 조금 다른 얘기지만, (아마도)좋은 취지를 가지고 만들었을 새 우리말이라는 게 너무나 착해빠져서, 즉 가치를 이미 내재한 상태여서 도무지 쓰기가 민망하다는 것. 누리꾼은 netizen이라는 말을 대신할 수 없고, 미리니름이라는 말은 spoiler에 담긴, 당신이 중요한 대목을 누설함으로써 내 즐거움을 망쳐버렸다는 뉘앙스를 대신할 수 없다. 이런 말 중에서 성공적으로 일상에 안착한 말은 "나들목"이 거의 유일한 것 같다.

오히려 신조어들은 누군가가 의도를 담아 만들기보다는 인터넷에서 자생적으로 쏟아지고, 저절로 사어가 되거나 살아남아 공적인 영역에서까지 안정적으로 쓰이고 있다. ...도대체 저 착하기만 한 말들은 누가 만들어내는거야?


덧. 이 책은 맞춤법 틀린 데가 좀 많다. '다르다'와 '틀리다'를 잘못 쓰는 오류(p.30), '희한한'을 '희안한'으로(p.97), A가 B보다 좀 더 낳다.(p.45 &147) 라고 쓴 걸 책에서까지 봐야하다니.
동방신기팬들 욕할 일이 아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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