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327. 서울시향 비르투오조 시리즈 I



무소륵스키, 민둥산의 하룻밤(스토콥스키 편곡)
Mussorgksy, A Night on Bald Mountain(arr. Stokowski)


대체 민둥산에선 밤에 뭔 일이 있었던 걸까. 좀 검색해보면 알아낼 수 있겠지만 오늘 버스 안에서 계속 민둥산의 스토리를 상상해보았다.. -_-a 끄응- 상상력이 비루하다보니 너무 뻔한 이야기만 떠오르는구나.

음반을 갖고 있지 않아 공연 전날 유튜브에서 찾은 영상을 보고 보고 또 봤는데 실연은 그것보다 훨씬 좋았다.
놓치기 쉬운 작은 소리들이 다 들렸음은 물론이고, 대략 일곱번이었나 여섯번이었나...종소리 후의 오보에였나 클라리넷이었나..(뭐 기억하는 게 없어 -_-)에 이어 플룻 독주가 흘러나오자....정말 진부한 표현이지만 마치 천장 위에 드리워진 밤의 장막이 걷히고 해가 떠오르며 아침의 살짝 날카롭고 생생한 공기가 둥둥 떠오르는 느낌이 그대로 들렸다. 와우.

지휘자인 키릴 카라비츠Kirill Karabits는 작은 소리를 중요하게 여기고 현악부가 풍부한 걸 좋아하는 것 같았다. 덕분에 음반이나 영상물에서는 그저 볼륨으로만 느낄 수 있는, 속삭임과 같은 피아니시모를 경험할 수 있었다.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b플랫 단조, 작품 23
Tchaikovsky, Piano Concerto No.1 in b flat minor, Op.23


아...김선욱... 김선욱... _♡ 
비르투오조 시리즈라는 말이 걸맞게도 폭주하지 않는 비르투오시티를 발휘해주었고, 그 놀라운 집중력과 체력!!
니룡언니 말처럼 피아노가 작아보일만큼 카리스마가 있었고, 난 이 곡 내내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역시나 작은 피치카토들과 공기를 머금은 듯 풍성한 오케스트라는 왜 음반이 아니고 공연이어야만 하는가에 대한 대답이 되어 주었고, 조화도 잘 이루어졌지만 아쉬움이 없었던 건 아니다. 먼저 오케스트라에 피아노의 소리가 종종 묻혔다. 또 이상하게도 이 날 공연은 왠지 사람을 지치게 하는 데가 있었다. 보통 그렇게 하듯이 내달리지 않아서인가. 김선욱도 박수에 화답하러 나왔을 때 보니 거의 탈진 상태였고, 나도 2악장이나 3악장쯤 되면 아...박수치기도 싫다.. (걍 앉아서 듣는 주제에) 무슨 날밤까고 일이라도 한 것 같이 피곤하다...이런 느낌을 받았다. 물론 연주는 아주 좋았기 때문에 막상 곡이 끝나면 내가 느낀 감동을 박수 아니고는 표현할 수가 없어서 열심히 박수를 쳤지만.

대체 왜? 마침 읽던 책 중에 니체의 말이 나온다.

"하나의 작품을 완벽한 예술로 승화시키기 위해 예술가는 자신이 지닌 힘의 4분의 3만 표현해야 한다"
-니체.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그냥 이런 이유가 아닐까 하고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 e단조, 작품 64
Tchaikovsky, Symphony No.5 in e minor, Op.64


좋았다. :-)
앞으로 이 곡이 더 좋아질 것 같다.




이건 예술의 전당 들어가는 건물(난 아직도 그 센터를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 에 있는 물방울 분수. 크리스마스 조명처럼 한줄로 일정하게 반짝반짝 방울방울 떨어진다. 그냥 보면 분수라고 생각못하고 조명이라고 할 만큼 신기하다. 요즘 X 캔버스 CF에 나오는 것과 같은 기술인 것 같고, 광고중에 나오는 글씨는 물방울이 만들어내는 글씨다. 조명과 밸브제어로 이루어지는 듯. 자세한 설명은 아래 링크에.




HOW?
네이버 지식iN


+ 민둥산의 하룻밤은 역시나 백귀야행, 악령들이 출몰하는 밤... 이런 내용이었다.
마을의 교회에서 들리는 종소리와 함께 아침이 밝아오고 하룻밤의 고난이 끝나는,
생각했던 뻔한 스토리.

그런데 그 산 근처에 사는 주민들은 피곤하겠다.

아니, 어쩌면 막 무서워하거나 겁내지 않고,
어휴, 저것들 또 시작이야 --_-- 하면서 의연하게 살 지도;;;

아- 정말 쟤네들 설칠때마다 불편해 죽겠어요-
땅값 떨어져요-하면서 이장한테 항의하거나... ㅡ_-)



+ 인터미션때 우리 좌석 옆 통로로 임동혁이 지나갔다.
물에 씻어 놓은 듯; 깨끗하게 생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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