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202 LOFT 6


맛있는 거 먹자고 만났다.
그래. 당분간 못 볼 수도 있고,
당분간 맛있는 걸 못 먹을 수...도 있으려나..??? --_--
하여간.

명동의 크리스탈 제이드,
종로의 탑클라우드,
이대의 로프트 중에서 고르다가 로프트 선택.

이건 진짜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우후후-

내가 내건 조건은 '밀가루 음식 피하고 싶다'  하나였는데
결국 막상 가서는 파스타 먹었음 -_-


따끈한 식전 빵. 빵은 따끈해서 좋았지만 엄청나게 맛있거나 하진 않고
디너코스에 제공되는 빵과 샐러드 쪽은 무지하게 탐나던데 (특히 함께 나오는 엔쵸비 드레싱이!)
이 날 메뉴를 보니 좀 바뀐 것 같아 그냥 파스타코스를 시켰다.


건물 외관은 찍지 않았는데 LOFT는 말 그대로 꼭대기층에 있다.
이 건물에 7층이 있긴 한데 밖에서 보면 그냥 LOFT가 꼭대기층 같이 보이고
LOFT 6인 이유는 6층에 있기 때문. ㅋ

하루키의 에세이에도 보면 이런 내용이 있는데
찾아보지 않아서 정확한 기억은 아니고...
어떤 바 이름이 one step down인가 그랬단다.
그래서 오. 인생은 항상 그렇게 살라는 뜻인가? 생각했지만
걍 문 열자 마자 계단 한 칸이 있어서 그거 내려가야 바가 있단 뜻이었다고.
문 열자마자 그냥 내딛다가 넘어지기 쉬운 구조라고 궁시렁거려놨다.
그럴 바엔 이름을 그렇게 짓지 말고 차라리 '계단주의!' 라고 써붙이라고.

삼청동쪽에도 7steps 인가 뭐 그런 데가 있길래
여기도 계단이 일곱개인가 싶어 실제로 세 본 적이 있다.
그래서 진짜 일곱개였는지 어쨌는지는 또 기억이 안나네;;;
 


유자에 절인 닭안심구이와 그릴샐러드.
접시는 이제 막 넘겨지는 책장 같이 보인다.
샐러드를 한 포크 입에 넣는 순간 재연이와 나는 외쳤다.

맛있다!

샐러드 먹는 순간 느꼈다. 여긴 이제 단골이에욤.


재연이는 커피가 급하다며 땡겨 마심.
커피를 그렇게까지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평생 가도 느낄 수 없을 카페인 갈증.
얘는 이러고도 이따가 두 잔 인가 더 마셨으니;;; 대단;;;

그것도 진하게 투샷으로 주세요 라고 부탁했으나
여긴 원샷 투샷 아니래요~


접시 오른쪽 페이지의 유자드레싱과는 다른 왼쪽 페이지의 맛.


오늘의 스프는 단호박 스프
와우. 달지 않고 맛있다.
이쯤에서 걍 디너코스를 시키지 않은 것을 후회하기 시작. ㅠ_ㅠ
다음엔 디너코스를 먹어보겠어요.


게살과 브로콜리 날치알로 만든 로제파스타.
올리브 오일 소스 파스타가 하나밖에 없어서 나머지 중에서 고른 로제 파스타였는데
이 쪽이 더 맛있었다!
게살이 풍부하게 들어있고 크기가 실한 새우도 하나 들어있었으며 소스도 딱임.


신선한 모시조개와 마늘로 향을 내고 루꼴라를 곁들인 오일 파스타.
(당연히 ↑ 이건 내 설명이 아닌 메뉴판에 써있는 그대로임 ㅋ)
바지락이 몇 개 섞여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모시조개인 데다가 신선도가 좋아 조개도 맛있었다.
나는 로제파스타 먹느라 이미 배가 만땅이라 이건 좀 건드리기만 했음.

요즘 다른 레스토랑은 원가 때문이겠으나 봉골레 할때도 바지락쓴다고 아예 메뉴에 쓰더군.


찍어놓으니 별로 안괜찮게 사진이 나왔는데
난 내부도 매우 마음에 들었다.
특히나 연휴 첫날이라 그런지 손님이 없어서 한적하기도 했다.
창가자리로 달라고 예약씩이나 한 보람이 없었음 -_-

혹시 여기 항상 그런 건 아니겠지? 그러면 안되는데;;;
부디 장사가 적당히 잘 되어서 앞으로도 이 맛을 유지해주기 바라욤.
그렇다고 너무 북적북적거리진 말았으면 좋겠고.


식사가 끝나고 나온 커피
나한텐 진해서 뜨거운 물 한 잔을 부탁해 거의 1:1이 되도록 희석해서 마셨다.
집에서 마실 땐 보리차처럼 마시기 때문에 웬만큼 섞어도 나한텐 진하더라.
커피맛도 잘 모름. 신 맛이 나는 것보단 구수한 맛 나는 커피가 좋다.


디저트. 흑미 아이스크림.
나중에 메뉴판 다시 달라고 해서 혹시 이거 따로 팔면 포장해가려고 했는데 그렇지는 않더라. 흑.
쫄깃쫄깃하게 씹히는 것이 흑미였나, 달지 않고 담백한 것이 딱 내 입맛 내 취향.
식사 처음부터 마무리까지 그야말로 완전하게, 마침표까지 정갈하게 찍힌 문장처럼 좋았다.


그러나 재연이는 대화 중간에 뭘 더 마시고 싶었는지 모히토를 시켜
아... 좋은 식사에 아쉬움을 남겨버렸어. 라고 후회.
ㅋ. 그래서 좋을 때 딱 멈춰야지 넘치면 안된다.
나는 가감할 거 없이 그대로 좋았지롱~


이 땐 이미 어두워졌을 때라 실내 사진이고 실외 사진이고 다 건질만한 건 없음.
아~~ 좋은 음식점을 (오랜만에) 또 하나 알았다.

매니저로 보이는 분이
우리가 나오는데 문도 열어주고 엘리베이터도 잡아주시기에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라고 인사했는데
진짜 드라마틱한 표정을 지으며 미소로 화답해주어서 내 기분이 다 좋더라.
친절한 직원들의 매너까지 굿굿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