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230 인천공항 출발

 

이 날의 일정

인천(환전 찾기, 면세품 찾기)→광저우 경유→프랑크푸르트

 

전날 자정까지 -_- 시달리다가 드디어 출발일. 짐은 이틀전부터 슬금슬금 싸기 시작했지만 워낙 시달리다 출발이라 사실 정신도 없다. 몇 번을 점검해 이 정도면 됐다 싶어서 캐리어는 닫아버리고. 찾아야 할 면세품이 워낙 많아 일찍 출발했다. 4시 비행기지만 여유있게 12시 30분 리무진 타고 출발. 대략 한시간 걸리니까 공항엔 1시 30분 도착예정. 일정은 오후 4시에 출발해 21시간 10분을 날아 현지 시각으로 다음날 새벽 프랑크푸르트 도착.

 

 

캐리어 하나와 숄더백 하나, 그리고 기내에서 신을 슬리퍼를 따로 챙겼다. 배터리, 충전기등의 전자제품은 검색에서 걸릴까봐 모두 숄더백에 집어넣었다. 목록을 정리하고 짐을 챙기면서 줄이고줄이고 줄였는데도 짐이 많다. 정말 이번 여행짐 꾸리기의 모토는 짐 줄이기였는데도 소용이 없다. 옷은 가벼운 코트 하나를 캐리어에 넣었고 두툼한 코트를 입었다. 원래는 패딩을 입고갈 생각이었는데 얼마전 짧은 여행에서 패딩을 입고 돌아다녀보니 온 몸이 지치는 느낌이라 패딩은 패스. 역시 워커 하나를 캐리어에 넣고 레깅스에 운동화로 기내에서 버티기 쉬운 옷차림 장착. 그리고 나는 이 날 나의 선택을 엄청 잘했다고 스스로에게 고마워하게 된다. --_--

 

먼저 어플을 통해 환전한 유로부터 찾고. 환율이 최저치를 찍을때 바꿨어야 했는데 ㅋ 어느새 슬금슬금 올라가는 걸 보면서도 정신이 없어 출발 전날 겨우 환전신청해두었다. 환전은 몇 유로 했더라... 500유로 했던가. 50유로 두 장과, 20유로 16장, 10유로 8장 받은거 같다. 50유로 너무 커요. 20유로권+10유로권이 적당.

 

그동안 오빠와 친구들의 면세찬스를 이용하다가 오랜만의 내 면세이다 보니 신나서 질렀다. 열심히 적립금 쌓고 가격비교해서 알뜰살뜰하게;;; 지른 물건들을 찾기 위해 롯데, 신라, 동화, 신세계 네 군데 수령처를 탐방하듯이 갔는데 롯데면세점은 그중에서 특히 중국인관광객들이 많다. 그들은 모두들 바닥에 철푸덕 앉아 면세품을 신나게 뜯고 있는데 이게 뭔가 정신이 아득해지는 광경이다. 롯데면세점 번호표를 뽑고 나머지 세 군데를 돌고 왔는데도 기다려야 했다. 시간 촉박하게 왔으면 심장 쫄렸을 듯. 정말 욕 나오게 질러서 -_- 뽁뽁이랑 비닐등을 뜯고 버리면서 가는데도 면세쇼핑백을 바닥에 질질 끌면서 가야했다. 조금이라도 부피를 줄이기 위해 액체류라 밀봉포장 뜯지 말아야 기내반입 가능한 품목을 빼고는 모든 포장지와 상자를 정리했다.

 

파우치 박스가 단단하고 예뻐서 챙겨놓으면 쓸모있을 것 같아 보이지만 버림. 원래의 나는 물건을 사면 거의 구입당시의 상태로 보관하는 편이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모든 것이 그저 짐이다. 귀걸이 박스들도 보증서만 챙기고 모두 버림. 시계보관 캔도 버림. 액체류가 아닌 화장품도 박스는 버리고 한곳에 모으고, 짐을 줄이고 줄이고 줄여서 쇼핑백 하나로 만들었지만 부피만 줄었을 뿐 당연히 무겁다 ㅠㅠ 이걸 도착때까지 들고 다닐 생각을 하니 깝깝하다. 대체 왜 그렇게 사댔을까. 왜 그랬긴 ㅋ 지금 생각하면 다 잘 샀지만 이때는 정말 욕 나왔다.

 

 

 

밤을 날고 날아 간다. 비행기에서 해가 지는 것을 보고, 달을 올려다보는 것이 아니라 눈높이에서 보고, 눈앞에 펼쳐진 별을 본다. 밤 비행기가 처음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멀리 날아가는 것도 처음. 밤을 거꾸로 날아가는 것도 처음. 여행은 오랜만. 게다가 나는 혼자. 온갖 생각이 스물스물 기어올라온다. 구름 밑에 깔려있는 땅의 불빛들을 보고 이렇게 생각이 많은게 얼마만인가를 생각한다. 할 일이라고는 그저 생각뿐이다.

 

중국남방항공을 이용하는 광저우 경유였는데 진짜 귀찮게 한다. 24시간 비자도 받아야 했고, 경유라인도 복잡해서 직원이 사람들 모아서 데리고 갔고, 창사라는 곳에서 트랜짓도 있어서 내렸다 다시 타는등 정말 귀찮게 했다. 연착에다가 안내도 부실하고 모든 면에서 구린 항공사였다. 한 가지 다행은 경유 비행기에서 옆에 앉은 외국인이 뒷자리 멀리 가버려서 2인석을 혼자 차지할 수 있었다는 것. 불이 켜졌을 땐 일기도 쓰다가 불이 꺼지면 음악도 듣다가 잠도 자다가 해도 시간이 가지 않는다. 종아리가 붓는 느낌이 이런거구나.

 

온통 밤이다. 모두들 잠을 자기 때문에 독서등을 켜고 책을 읽을 생각도 안했다. 별도 지겹고 달도 지겹다. 얼른 도착하고 싶은 생각뿐이다. 얼른 도착해서 씻고 싶다. 물론 그럴 수는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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