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03. 샐러리맨 시노다 부장의 식사일지


시노다라는 사람이 25살부터 27년간? 28년간? 자신이 먹은 것을 그림으로 그렸다. 그걸 25주년 되는 50살 되던 해에 방송국에 보냈고, 책으로도 나오고 뭐 그렇게 된 이야기인데. (저자는 62년생이다. 올해 58세) 사실 내용은 재미없다. 말 그대로 본인의 일지라서 식당에 대한 간단한 감상, 메뉴의 구성, 가격, 본인의 애호도 이런 것으로 짤막한 내용을 꾸준히 적어나간 것이다. 일단 한국인으로서 전혀 알 수 없는 일본의 특정 동네에 많이 분포한 식당들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같은 식당이 여러 번 나오기도 하고, 저자의 기호가 확실해서 중복되는 메뉴가 많기도 하다. 그러니 글은 읽다 보면 집중력이 탈출하는 느낌이 든다. 


자신의 집 앞에 매일 물 한 바가지를 붓는 행동(청소)만 10년을 해도 틀림없이 뭔가 변한다고 했는데, 개인적으로도 무언가 결과를 보려면 10년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기도 하고-이 사람은 이걸 지금도 여전히 하고 있다. 굳이 그만둘 이유를 못찾기도 했고, 늘 하던 걸 그만두는데도 에너지가 필요하다며. 얼마나 명쾌한가. 


책 앞날개에 있는 저자의 간단한 약력에서는 미술관계전공이라거나 미술관계의 일을 했다는 이야기가 없는데 잘 모르는 내가 보기에 그림도 매우 잘 그렸다. 이 모든 것을 사진으로 찍어 와서 다시 그린 것이 아니라 오로지 눈으로 보고 입으로 맛보고 머리로 기억한것만으로 집에 와서 복기하듯이 수성펜을 이용해 단숨에 그린거라니 더욱 놀라운데 여러 접시를 먹어도 그릇의 모양까지 다 기억한다. (본인 말로는 30개까진 기억할 수 있다 한다.)


그림을 보는 재미가 있다. 오. 튀김은 이렇게 그리는구나. 수성펜으로 그리고 마카로 칠한건가? 오 색깔은 이렇게 쓰니 진짜 그걸로 보이네. 등 내용보다는 그림이 포인트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렇게 자신의 의미있는 경험을 그림으로 슥슥 그려서 표현할 수 있는 사람들 부럽다. 사진과는 다른, 내 손으로 새겨넣은 그림의 맛이라는 것이 분명히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