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e to me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 형사 시리즈. 어떤 사람들은 완벽한 거짓말을 하려면 절반쯤은 진실을 섞어야 한다고 하기도 하고, 바늘을 숨기려면 바늘더미 속에 숨겨야 한다고 하기도 하고. 하여간 뭘 숨기는 건 참 피곤한 일이다.  이 책에도 나오지만 거짓말을 숨기려면 더 큰 거짓을 계속해서 만들어야 하는데 그건 또 어디 쉬운가. 먼저 한 말과 모순은 없는지, 놓친 건 없는지, 얼떨결에 진실을 말한 건 아닌지 골아프게 계산해야 되니까.

가가 교이치로는 그렇게 입체적인 캐릭터는 아니지만 용의자를 숨막히게 하는 데가 있다. 다른 여러 추리소설가들이 탐정의 외양이나 능력을 묘사하는 데 치중하는 것과는 달리 히가시노 게이고는 가가와 용의자가 주고받는 대화에 더 비중을 둔다. 슬쩍 슬쩍 던지는 질문의 의도를 모르겠고, 긴장을 풀 수 없게  불쑥 나타나는데다가 집요하기까지 하고,잘 대답했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내가 대답을 잘 한건가? 실수했나? 왜 묻는거지? 계속 불안하게 만든다. 그 과정을 따라가면서 자연스럽게 독자는 추리에 동참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되고-이 단편집이 가장 그렇다.

다섯 편의 단편으로 되어 있는데 재밌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사회적인 문제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라고 교보문고 작가평에는 써있던데 확실히 작가의 작품을 시대순으로 따라가다보면 그런 연대기적 변화도 알 수 있겠다.  난 닥치는대로 뽑아 읽다보니 오? 이건 좀 다른데? 하고 생각할 뿐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너무 쉽게 죽인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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