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LPH ROCKS


내가 좋아하는 향수는 대개 시원한 느낌을 갖고 있는 향수들이다. 시원하지만 지나치게 날카로운 건... 꼭 날밤새고 다음날 점심 무렵 위액이 분출하는 느낌이라 못 쓰고, 그렇다고 너무 시원하기만 한 향수는 밋밋해서 싫고. 주로 쓰는 향수는 르 빠 겐조지만, 그걸 겨울에 쓰기엔 좀 무리가 있다. 넓게 봐줘도 본격적인 봄부터 늦여름까지랄까. 

좀 따뜻한 느낌의 향수를 원해서, 좋아하는 디올의 패런하이트Farenheit를 큰 맘 먹고 지를까 하고 있었다. 남자향수이긴 하지만 일단 좋아하는 향수-하니까 이게 떠오르고, 한 번 더 시향해봤더니 음 역시 좋아. 끄덕-... 더 물색해보긴 귀찮았던 게지-_-... 주변에 향수전문가가 있으면 얻어듣고, 킁킁 맡아보고, 어? 니가 지금 뿌린 건 뭐냐-라든가, 이러이런 걸 원하는 데 추천 춈 해바바- 라고 할 수 있겠으나. 내 주변엔 그렇게 향수를 즐기는 사람도 없고, 그나마 뿌리는 사람들도 미묘하게 내 취향이랑은 다르더라. 그렇다고 내가 분노의 검색질과 시향하러 다니는 부지런을 떨며 향수에 대해 깊이 알아보기엔....지금 즐기는 취미만으로도 충분히 잡다하다. ㅡ_)

아...그러나 과연 내가 패런하이트를 쓰면 얼마나 쓸 것이고, 일단 여자가 남자향수를 쓸 때는 뭔가 포멀한 차림-정장같은 걸 좀 입어줘야 구색이 맞는 건데 나는 정장차림은 입을 일도 별로 없지만 답답해서 싫어한다. 그래서 고민을 하던 중, 같이 쇼핑을 하던 쑥쑥이가, 언니- 전 이 향수를 좋아해요. 라며 정말 좋아하는 눈빛으로 집은 것이 RALPH ROCKS였다.


난 이런 향수의 이미지컷만 보면 참....향수란 사기의 엑기스란 생각이 든다. 코스메틱 산업 자체가 그렇기도 하겠지만, 이 향수가 표방하는 이미지란 모델이 풍기는 것처럼 뭔가 자유분방하고 야성적;이며 이그조틱한 느낌도 춈 풍기고 뭐 그런 컨셉으로 만들어낸 향수인가본데 사실 그런 거 잘 모르겠다. 그래서 포스트하려고 구글에서 검색해보고 이 이미지가 걸리자 (((쿠궁))) 아...뭐야..이 향수 이런 컨셉이었나...--_-- 싫다... -_- 그만 쓸까 -_);;; 싶었다. 내 눈에 저 모델의 스타일은 참... 미친; 느낌에다가 지저분한 이미지일 뿐. 거기다가 저 부담스런 1:9 가르마 신경쓰여;;; 넘겨주고 싶어..목걸이는 개나 주라지. 가죽조끼는 벳기고, 실밥은 라이터로 지지고, 끈은 묶어주고 싶다.(근질근질) 꽃무늬도 지우고 벨트도 걷어 치우라고! 그냥 뚜껑색과 똑같은 청록색의 뱅글 하나면 좋잖아!!! 그 나이쓰한 바디가 아깝지도 않은가 당신!

하지만 생각해보니 이 병을 보고 받은 첫인상이 또 저 사진과 비슷해 할 말이 없네. 뭔가 과하고 촌스러움;;; 그러고 보면 랄프 로렌이란 브랜드의 경향 자체가 그렇기도 하다. 옷만 해도 어떤 건 클래식하면서 심플해 그야말로 무난의 대명사로 대히트를 치는가 하면, 어떤 건, 뭐야 이건! 후아유-써즈데이 아일랜드-랄프 로렌으로 진화하는 촌스러움의 돈지랄인가 -ㅁ-ㆀ 싶기도 하고;  이 향수도 막상 시향해보고는 느낌이 바뀌었지만 세 개의 시리즈가  있는데 빨강+파랑(WILD), 주황+청록(ROCKS), 투명+스카이블루(RALPH) 중, 처음에 병만 보고 제일 안 땡겼던 게 이 ROCKS였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계속 향을 맡아보고 있다. 시향기를 쓰려는 목적은 아니므로 분석은 관두고, 과거에 썼던 향수 중에서 이 비슷한 게 있었던 거 같다. 물론 생각 안 난다. ㅡ_-) 첫 느낌은 살짝 달콤하면서 따뜻한 느낌이 나고 그렇다고 그저 부드럽고 편안하지만은 않다. 약간은 긴장하게 하는 면이 있달까.

하여간 이게 내가 요즘 꾸준히 쓰는 향이다. 어딘가 불편한 향은 결국 안 쓰고 커튼에나 뿌려 방향제로 쓰게 되는데 그래도 손이 자주 가는 걸 보면 잘 맞는 것 같고. 계절로 치자면 겨울에 어울리는 듯 특히 요즘같이 추운 날씨에는 따뜻한 코코아 한 잔 마신 것처럼 1℃ 정도 따뜻하게 해 주는 기분. 그러나 확신은 못하겠는 게 겨울 다 되어서 샀기 때문에 다른 계절에는 뿌려본 적이 없다; 지금 생각으로는 봄만 돼도 좀 더운 느낌이 날 것 같은데...아직 질렸다고 할 정도는 아니나 계속 뿌리다 보니 요즘엔 또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똑 떨어지는 향이 땡긴다. 아- 소비가 소비를 부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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