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ano and me


피아노가 정말 너무너무 치고 싶은 날이 있었다.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듯한 기분으로 피아노 앞에 앉아,
대체 이렇게 치고 싶은 마음이라면, 얼마나 쳐야 풀리나 어디 한 번 보자- 해서
스탑워치를 눌러놓고, 됐다 싶을 만큼 쳐봤다. 애걔~ -_- 40분이었다. 
음. 이 정도면 점심 먹고 매일 칠 만 하겠군, 했더니 웬걸. 시간이 점점 늘어난다.
급기야 오늘은 아침에도 치고 저녁에도 치고...
전부 세시간쯤은 친 것 같다.  음.... 나 요즘 스트레스가 좀 쌓였나...



몇 년 전에 잠깐 다시 피아노를 배울 때, 
첫날 인벤션 한 곡을 쭈욱 치고 나자 선생님이 아- 좋다. 라고 내뱉듯이 말했다.
마치 맛있는 차를 한 모금 마셨을 때 저절로 나오는 소리 아- 맛있다.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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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이걸 마지막 곡으로 치고 그랬다.
치면서도 기분이 좋고, 치고 나서 나도 모르게 입으로 소리내어 '아.... 좋다.' 라고
그 날의 선생님처럼 내뱉듯이 말했다.
그러고서도 뭔가 아쉬워 연속으로 세번을 더 치고서야 뚜껑을 덮었다.

예전에 누군가가 손가락연습겸-_) 해서 매일 48곡을 쭈욱- 한 번씩 친다고 했었는데...
새삼 부럽다. 나도 소나티네 치듯이 전곡을 쭈욱 칠 수 있다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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