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피리와 마법종이 필요하다.

 

 

 

 

 

해마다 충성도들은 높았지만 올해 고객들은 유난히 열정적이어서, 지난주에 한번 디아나 담라우Diana Damrau버전을 보여주고 이번주에 다른 버전을 보여주었더니 이 맛이 아니라며 ㅋ, 아 이건 모자라다며 아쉬워하길래 다시 디아나 버전을 보여주었더니 역시 이 맛이라며, 이거라며 열광하는 통에 내가 다 듣고 싶어졌다.

 

취향은 달라도 레벨은 공통인가.

 

 

 

 

언젠가부터 음악을 통듣지 않았는데, 이유를 간단히 말하자면 뭐 다른 게 있겠나. 거의 모든 게 그렇듯이 우선순위가 밀린 것 뿐이다. 첫번째 원인은 당연히 워낙 들을 게 많아서다. 매일 쏟아지는 팟캐스트들도 다 소화해내기 버겁다. 게다가 나는 가요나 이지리스닝이 아니면 배경으로 밀어놓지도 못한다. 제법 집중해서 듣는 편이기 때문에 놓치면 놓친 부분부터 다시 듣는다. 두번째 원인은 에너지가 딸려서다. 출퇴근 시간같이 잠이 부족하고 휴식이 필요할 때는 단위가 짧고 집중력 필요없는 가요가 마음 편하다. 가사도 귀에 들리지 않고, 음악에 푹 빠질 이유도 없다. 그냥 당떨어졌을때 먹는 작은 캔디처럼 멍- 하게 뇌를 매우 약간, 예열해 놓는 거다.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음악이 듣고 싶어졌다. 늘 그렇듯이 바흐부터 쭉 눈으로 훑다가 몇 줄 내려갔다. 바흐부터 듣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오늘은 매직플룻이다. 서랍속에 쳐박혀있던 씨디플레이어를 꺼냈는데 씨디가 한없이 돈다. 마치 지금의 시국처럼 도무지 읽어내지 않고 내내 쳐돌리기만 한다. 아.... 아끼면 똥된다. 별로 아끼지도 않았지만. 렌즈가 맛이 간 모양이다. 하긴, 요즘같은 시대에 무슨 씨디플레이어냐. 별 수 없이 또 리핑을 한다.

 

 

 

 

다른 곡들은 아무리 못해도 두 개 이상의 버전으로 씨디를 갖고 있는데 마술피리도, 돈 지오반니도, 피가로의 결혼도 딱 하나씩만 갖고 있다. 이게 결정반이라고 생각해서 그랬던 듯. 묘하게도 더 이상 갖고 싶은 욕심도 안난다. 오페라에 워낙 관심이 없어서일수도. 왜 다시 음악이 들리는지는 모르겠다. 여유가 생긴건가, 힐링이 필요한건가. 아무튼 좋다. 마술피리는 다시 생각해도 스토리는 이게 뭔가 싶게 엉망진창이지만, 음악만큼은 아름답다.

 

새로 산 이어폰이 얼른 손에 들어왔으면 좋겠다. 더 선명하고 짜릿한 소리로 듣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