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비행기 발권

여행의 시작은 비행기 발권부터- 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올해 엄빠와 함께 5월에 다녀온 제주도에서도, 이번 유럽 여행에서도, 나의 여행은 비행기 발권으로도 좀처럼 시작되지 않았다. 그건 정말 이상했다. 비행기 발권하고, e-ticket이 오고, 면세점에 출국정보를 입력하고 쇼핑을 하기 시작하면 아~ 드디어 내가 떠나긴 떠나는구나. 생각이 드는 게 당연한데 올해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물론 남방항공은 e-ticket 따위 보내주지 않았고, 그때 눈치챘어야 했는데... 뭐 그땐 좀 있으면 오겠지 하는 생각도 있었지.)

 

아무것도 결정하고 싶지 않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몸과 마음이 다 지친 상태로 떠나는 여행인데 준비해야 하고, 알아봐야 하고, 비교해야 하는 이 모든 것들이 스트레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렇게 떠나게 된 것은 모두 H의 덕분이었다. 여름에 나는 모처럼 얼굴이나 보자며 H를 만났고, H는 몽골과 러시아에 다녀왔다며 지난 생일선물과 함께 기념초콜릿을 주었다. 평소 거의 빈 말을 하지 않는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1/3정도는 빈 말을 담아 너 다음에 여행갈 때는 같이 가자라고 말했고, 추진력이 좋은 H는 이미 이번 겨울에 유럽에 갈 계획이라며 표는 이미 샀는데 아마 비슷한 조건으로 표가 있을 것 같다. 알아볼테니 함께 가자고 했다. 나는 내가 그랬듯이 H 역시 1/3쯤은 빈 마음을 담아 대답했을거라고 생각했지만 잊고 있었다. H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ㅎ 며칠 후 매우 좋은 조건의 표가 있는데 어떠시냐며 물어왔고 나는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로 그 표를 결제했다. 레알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그건 여행을 시작하기에 최적의 조건이었다.

 

 

 

 

이 충격적인 가격. 중국남방항공으로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광저우를 경유, 프랑크푸르트 IN.  암스테르담에서 OUT. 베이징을 경유해 김포로 들어오는 비행기를 664,200원이라는 말도 안되는 가격에 겟했다 ㅋㅋㅋㅋ (지금 같은 시간, 같은 조건으로 검색하면 최저가가 1,117,800원이다) 그냥 생각하기에도 이건 뭐 다 필요없이 결제부터 해야 하는 가격이다. 친구들은 그거 혹시 편도냐고 물었다. ㅋㅋㅋㅋㅋㅋㅋ 이 모든 것은 H의 덕분이며 이후에도 나는 H의 도움을 무지하게 많이 받게 된다.

 

그리고 나는 일주일 후 직장동료인 E에게 의사를 타진한다. 함께 가겠냐고. (물론 그 전에 H에게 E도 가겠다 하면 함께 가도 괜찮겠냐고 물었다.)  E도 아무 생각 없이ㅋㅋ OK! 하고 비행기를 발권했는데 겨우 일주일 차이에 비행기 값은 벌써 10만원 가까이 올라 있었다. 그래도 상대적으로 매우 저렴한 가격이었기 때문에 잽싸게 결제. 라고 생각했으나.....유럽행 비행기 예약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ㅋㅋㅋㅋ ㅠㅠㅠㅠㅠ

 

어쨌든, 나는 8월 말에 이렇게 여행의 첫걸음인 비행기 발권을 마치게 되었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나는 왜 남방항공에서 발권을 했나... 왜 이런 험난한 길을 선택했던가 싶지만. 그 얘기는 너무 길기 때문에 좀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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