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갔다 왔다.

시차때문인지 흥분때문인지 피로때문인지 아직도 깨어있다. 그러니까 아직 꿈같기도 하고 현실같기도 하고 그 중간같기도 하다. 분명 암스테르담 센트럴 역에서 캐리어를 끌고 있었는데 거짓말처럼 어느새 우리 동네 지하철 역에서 캐리어를 끌고 있고. 주변에 온통 유럽사람들이었는데, 또 어느새 우리 나라 사람들로 둘러싸였다.

 

그리고 나는 우리 집 비밀번호를 까먹어서 벨을 눌렀다.

 

한 개의 캐리어를 들고 들어왔는데 집에는 또 한 개의 캐리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두 개의 캐리어를 풀어낸 짐은 아무리 제 자리를 찾아주어도 여전히 널부러져 있다. 마치 이리저리 흩어져있는 내 여행의 기억들 같고 사진들 같다.

 

좋은 여행이었다. 즐겁고, 새롭고, 두근거리고.

정말 좋은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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